카페에서 나와 외도를 가기 위해 구조라 유람선 선착장으로 향한다. 어제 30명 인원이 다 차지 않아서 30분 딜레이 된다더니 다시 30분 연착이 되었다며 연락이 왔다. 우리의 여행을 축복이라도 하는 듯 날씨는 쾌청해서 승객만 모이면 유람선은 띄울 수 있나 보다.
신분증 지참은 필수였고 용지에 인적사항을 기재도 해야 한다
유람선이 출발하자 무덥던 공기가 갑자기 시원해진다. 물보라도 일어나 시원하게 보이고 바닷바람은 우리를 날려 보낼 듯이 거세게 몰아치지만 이런 순간이 언제 또 있으랴라는 생각에 배 선미에도 서 보고 꼭대기에도 올라가 두루두루 망망대해를 바라본다.
빛의 밝기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해금강의 모습.
금강산처럼 아름답다는 바다의 금강 해금강 앞에서모두들 감탄해 마지않는다. 20분가량 배를 세워 놓고 유람선 선장은 해금강 바위섬 북쪽에 사자처럼 생겼다며 웅장한 사자바위, 위태로운 듯 서 있는 촛대바위도 바위섬을 한 바퀴 돌며 설명해 준다. 바위섬이 하나처럼 보이지만 바닷속에서 넷으로 갈라져 4개의 절벽사이로 십자형 벽간수로(壁間水路)가 뚫려 있어 십자동굴로 불리고 그 사이를 작은 배들은 지날 수 있다고 한다.
푸른 물결은 넘실넘실 암벽들 사이사이를 비집고 초록으로 빛나며 해풍에 흔들리는 나무들이 경이롭기만 하다.
외도에 도착했다.
2001년도 서울에서 무박 2일이 유행했던 시절 밤새 관광버스로 달려와 새벽 4시가 넘어 거제도에 도착해서 잠깐 차에서 눈을 붙인 다음 일행들과 안내하는 대로 들어가 조식을 먹고 거제도 포로수용소라는 곳에 가서 설명 듣고 둘러보며 다시 출발해서 외도로 갔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지금처럼 나무들이 울창하지 않았는데 수종도 더 다양해지고 정원도 훨씬 잘 가꾸어져 있다. 하기사강산이 두 번이나바뀐 세월이니 아기나무였던 애들은 아름드리 어른나무로 변모해 있는 것이 당연하겠지.
못 보던 조형물부터 희귀한 선인장에 이르기까지머릿속에 익혀 저장해야 하는 식물들이 너무 많다. 사진을 아무리 찍은들 눈으로 보는 것 만치 생생하거나 아름다운 모습이 표현되지 않아도 사진으로 남기는 일 밖에 없는 것 같다.
그때는 없었던 유럽식 정원도 잘 가꾸어져 있다.
남해라서 기온은 따듯하여 온갖 열대 식물도 토종처럼 잘 자라고 있는 듯하다.
꽃나무마다 이름표가 있으면 좋으련만 이름표 없는 아이들이 너무 많아 아쉽다.마치 거대한 식물원 섬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한눈에 보아도 토종 식물보다 외래종이 많아 보여 조금은 아쉬운 마음이 든다.
여행의재미는 다람쥐 쳇바퀴 돌듯하는 일상생활에서 벗어나 자연을 벗 삼아 지인들과 도란도란 얘기 나누며 모르는 것이 나오면 물어도 보고 같은 풍경을 바라보며 감동하며 함께 웃는 일들이 좋다. 함께 한다는 것만으로도 좋은데 바다를 보며, 꽃을 보며, 기이한 나무들을 보며 감탄하는 일에 박수를 보내며 좋아해 주는 일은 존중과 배려의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것을 느끼기에 너무나도 좋다.
지금은 바라만 보아도 이심전심인 글벗들과 함께여서 즐겁고 따북따북 찍히는 발걸음마다 추억 하나씩 담는 시간이기도 하다. 시기는 다르지만 모두 한 번씩은 와 보았던 곳에서 새로운 것을 함께 보고 지나쳤던 것에 관심을 새롭게 하면서 볼거리가 다양하면 다양한 대로 우리들의 이야기도 더욱 풍성해지는 느낌이다.
같은 장소에서 서로를 사진 찍어주며 밝게 웃는 모습도 좋고, 유난히 내 모습을 많이 찍어주는 정아 씨를 보며 자주 만나지 못함을 대신하는 마음 같아 보여 정겹고 이쁘다.
바닷가 등대 미술관이 내려다 보이는 긴 타일 의자는 스페인의 구엘 공원의 화려한 타일을 벤치마킹한 것처럼 보였다. 이곳에도 구엘공원처럼 유명해져 세계적 관광 명소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거기에 예전엔 없었던 등대 미술관이 있다. 내부에는 신비로움이 가득한 벽화가 꿈과 환상의 세계로 안내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