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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만한 당신 Feb 23. 2022

잘하고 싶고, 해야 하는 일인데 내가 못하는 일일 때

아, 논문, 진짜!! 

최근(이라고 쓰고 3년이라고 읽는다) "해야 할 필요"가 있는 일이 무척이나 어렵게 느껴져서 꽤나 고민을 했다. 어디서부터 차근히 시작해야 할까? 와 같은 건설적인 고민은 아니었고, "나는 도대체 이걸 왜 이렇게 못하는가!"라는 근원적이고 답 없는 고민에 가까웠다. 


그러다, 내가 잘하는 일에 대해 떠올렸고 혼자 아래와 같은 그림을 끄적거려보았다. 

^ 글씨 무슨 일이야?



"하고 싶고", 심지어 해야 할 "필요"까지 있는 일인데, 내가 잘하지 못하는 일이다? 표에 적은 대로 괴로움과 고난의 시작이다. 

나에게는 논문을 쓰는 일이 그렇다. 학위과정 3년간, 논문을 열몇 편씩 써내는 괴물 같은 논문 장인 박사 선배들을 비교하며 겨우 3편의 소논문을 게재한 나는 발톱의 때 정도로 비루한 실력이었달까. 애를 써도 잘 늘지 않고 익숙해지지도 않는 시간으로 3년을 보냈다. 지금 쓰고 있는 소논문은 1년째 표류 상태이고. 


예전의 미숙한 나였다면 "난 못해! 멍청해! 부족해!"라는 자기 힐난으로 끝났겠지만, 이제 나는 그러지 않는다, 다행히. 논문은 잘 쓰지 못하지만, 내가 잘하는 다른 분야, 내가 쉽게 내 능력을 발휘하고 성과를 내는 분야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임용시험과 같은 기간과 분량이 정해진 시험(아무리 많더라도)은 무조건 강하다. 반대로 논문은 얼마만큼 공부할지, 언제까지 쓸 건지는 많은 경우 저자의 의지다. 발표나 상담처럼 말로 의사소통할 때 유려하고 신뢰감을 준다. 협업하는 일을 잘한다. 매우 꼼꼼하고, 끝까지 붙잡고 마무리한다. 그러니 논문 쓰기를 어려워하는 내가 아쉽기는 하지만 모자라고 부족한 사람은 아니다, 하는 것이지. 


그런데 문제는 '논문'이라는 게 나의 경력을 위해서도, 학위를 따는 데 있어서도 매우 필요한 일이라는 점이다. '잘 못함' x '하기 싫은 일/할 필요가 없는 일'의 콤비이면 세상 편할 텐데, 뭐 그렇게 다 내 맘대로 되겠나? 회피하고 도망치기는 죽어도 싫고, 붙잡고 끙끙대기엔 너무나 많은 노력과 에너지가 소비된다. 다른 해야 하는 일들이 많은 와중에는 더욱 버겁게 느껴지고.


고심이 깊어지니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많이 이야기하고, 혼자서도 방법을 찾으러 끙끙 대었는데 적용해보자 싶은 깨달음이 있어 정리해두려고 한다. 



마음가짐의 측면 

1. 잘하는 사람은 없고 익숙해진 사람만 있다. 

    논문을 잘 쓰는 사람, 자신만만하게 쓰는 사람은 애초에 없다, 라는 마음가짐! 경력이 꽤 있으신 상담교수님께서 직접 해주신 이야기니 나름 설득력이 있다. 많이 써 본 사람, 논문이라는 글과 틀에 익숙해진 사람, 그래서 덜 어렵게 시작하고, 덜 어렵게 지속해나가는 사람만 있다는 점. 그렇게 생각하면 지금 내가 힘든 이유는 "논문 쓸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논문 쓰는 것에 충분히 익숙해지지 못했기" 때문이고, 더 잘하기 위해서는 "능력을 키우자"가 아니라, "익숙해질 때까지 계속하자"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용적 측면

2. 내가 못하긴 해. 근데 그중에서도 그나마 잘할 수 있는 부분을 하자. 

    나는 디테일하고 구체적인 사실, 정보, 숫자에 강하다. 그걸 연결시키고 큰 그림을 그리는 일은 좀 어려워하고. 기본적으로 논문으로 결과물을 도출해야 하는 '연구'라는 게, 기존의 데이터들과 분석 결과를 가지고 함의하는 바를 찾고 새로운 결론으로 이어져야 하니 당연히 후자에 가깝고, 그래서 내가 허덕거렸다. 그런데 나는 내가 이미 경험한 분야에 대한 정보/사실을 활용한 내용은 잘 기술할 수 있다. 나의 관심 주제로 예를 든다면, "청소년기 비자살적 자해의 지속에 영향을 미치는 위험 및 보호요인"보다는 "Wee클래스-센터 간 효과적 연계지원방안에 대한 연구"와 같은 실질적인 정보와 함의를 다룰 수 있는 연구주제가 훨씬 더 쉽게 접근이 가능하고 덜 부담스럽다는 이야기다.  반대로 어떤 사람들은 현장중심적인 주제보다는 조금 더 학술적인 주제에 관심을 가질 수도 있겠지. 


어쨌든 나는 추상적으로 느껴지는 주제보다는 잘 해낼 수 있을 법한 주제를 가지고 글을 써봐야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학술적 연구"는 여전히 어렵지만, " 나의 경력과 현장 친화적인 소재로 논문 쓰기"는 그나마 내가 잘할 수 있는 부분이니까! 해야 하고, 하고 싶은 일이라면 쭈글 대더라도 잘할 수 있는 지점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수밖에! 




그래, 마음가짐도 주제도 잘 정리했고, 

그래서, 언제 시작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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