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글을 쓰려고요
최근, 다시 글을 써볼까 하는 마음이 들어 네이버 블로그와 다른 플랫폼을 기웃거리다 다시 브런치를 찾았다. 어려운 시기에 남겨둔 글을 버리고 싶지 않기도 했고, 글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는 플랫폼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기도 해서.
다시 글을 써야지, 막연하게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마지막으로 글을 올린 지 거의 일 년이 다되어간다는 알림을 받고 무척 놀랐다. 시간이 이렇게도 잘 흘러가는구나.
브런치에 올렸던 글을 다시 찬찬히 읽어보았다. 꽤나 진지하고, 꽤나 깊어서 조금 놀랐다. 우울한 상태일 때는 반추를 많이 하게 되는 데, 반추의 결과는 말로 표현될 때보다 글로 표현될 때 훨씬 깊이가 있는 것 같다. 우울감이 아이러니하게도 내게 삶에 대한 깊은 시각을 가져다주기도 한다는 거다.
지난 1년 동안 나는, 여전히 우울증 약을 먹었다. 꼬박꼬박. 호전되어 의사와 상의하에 용량을 줄이기는 했었지만 괜찮아졌다 싶어 약을 먹지 않았을 때 우울이 찾아오는 것을 몇 번 경험하고는, 아직 때가 아니가 싶어 꾸준히 복용하고 있다.
그리고, 3년 동안의 대학원 학위과정을 수료했고(졸업은 아직 먼 얘기이지만), 원래 살던 지역에 원래 일하던 기관으로 복직을 했고, 하반기에는 교원임용시험을 봐서 합격했다. 복직과 임용시험 등으로 인해 이사를 3번이나 했고, 3월부터 새 지역에서 상담교사생활을 시작해야 하니 또 이사를 해야 한다.
서울에서 일을 하고 싶어 다시 임용을 보기로 마음먹은 것인데, 마음을 먹은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그 마음을 실천하며 결실을 내려 지루하고 치열한 일상을 살아내는 것은 더 쉽지 않았다. 1차 시험까지는 3개월을, 2차 시험까지는 2개월을 공부했으니 총 5개월 남짓의 짧은 기간이었음에도, 모든 걸 쏟아붓고 나니 기진맥진해졌다.
그 시간을 보내고 나니, 새로운 도전의 마음을 먹고 그걸 실천했다는 자체가 우울이 많이 나아졌다는 징후처럼 느껴졌다. 무언가를 하고 싶지도, 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았던 감각에 빠져있었던 심각했던 시기를 생각하면, 이 과정을 겪어내 온 내가 얼마나 기특한지. 그리고 결코 나아지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과거의 내가 2년 가까운 시간을 지나 회복하면서 '그땐 그랬었지.'라고 회상할 수 있을 만큼 건강한 내가 되었다는 게, 놀랍다. 그리고 그게 누군가에게 희망이 될 수 있음을 안다.
요즘은 다시 미래를 그린다. 서울에서의 교사생활을 위해 임용시험을 본 것이고 그것은 하나의 디딤이었을 뿐, 나의 궁극적인 목표는 아니다. 그래서 더 다양한 기회를 스스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 볼 작정이다. 그리고 그 과정들이 비루하고 지난할지언정 기록으로 남기고 나에게, 그리고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기록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