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아내는 저녁을 먹고 인근 공원을 산책하던 중이었다. 몇 초의 짧은 시간 동안 나는 몇 년 전 친구의 결혼식에서 보았던 그녀가 인도 맞은편에서 유아차를 끌고 우리 쪽으로 걸어오는 걸 초조하게 지켜보았다. 친구와 그녀 사이에 아이는 없었고, 최근에 재혼했다는 소식을 들은 터였다.
하마터면 민망한 상황이 펼쳐질 뻔했지만, 다행히 그쪽에서 우리를 알아보지 못하고 그대로 지나쳐갔다.
사실 몇 년 전부터 친구와 나의 관계가 소원해진 상태여서, 그녀와는 결혼식장에서만 얼굴을 본 사이였다. 당시 정신이 없었을 신부 입장에서 내 얼굴을 기억 못 하는 게 이상할 것도 없었다.
친구의 이혼 소식과 그 친구의 전 아내의 재혼 소식도 직접 전해 들은 것이 아니라 건너 건너 다른 이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이었다. 평소 남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 나는 그 친구의 이혼 소식을 아내에게 말하지 않았었다. 다른 사람의 안 좋은 일을 굳이 들춰내는 걸 아내 역시도 원치 않았을 테고.
그 당시에친구의 결혼식에 함께 갔었던 아내는 처음엔 그녀를 기억하지 못했지만, 내 얼굴색이 변한 걸 보고는 자초지종을 물어 곧 사정을 알게 되었다. 아내는 안타깝다고 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어찌 됐든 지금은 아이도 낳고 잘 살고 있으니 마냥 안타까운 일만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나도 그 생각에 동의했다. 비록 그 친구와는 결말이 아쉽게 되었지만.
누군가의 불행(이제 더 이상 그들에게 불행이 아닐 수 있겠지만)을 함부로 떠들고 싶진 않다.
다만 지나간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현재를 살아가는 그녀의 모습에서, 순간이었지만 행복이 느껴졌다. 모두가 처한 환경은 달라도 관점을 어디에 두냐에 따라 행복이 조금씩은 다르게 보인다는 걸 깨닫는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