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폭의 영화처럼 Oct 31. 2020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헌정곡

HYUKOH - LOVE YA! 

1년 전 블로그에 남긴 글을 우연히 열어 봤다. 

핫초코가 생각나는 날씨에 떠오르는 뮤직비디오에 대한 글이다. 

혁오 밴드의 [LOVE YA!]. 제목 그대로 4분 남짓한 시간 동안 절절하게 사랑을 노래한다. 

스물두 살의 나는 교양 강의에서 배운 '사랑'의 정념에 푹 빠져있었나 보다. 

과연 사랑이 뭘까? 하는, 맨 정신에 감히 입 밖으로 꺼내기 두려운 질문을 줄곧 혼자 되새겨보곤 했다.

물론 지금도 저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을 쉽게 내릴 순 없다. (정답보단 열린결말이 좋다.)


쌀쌀한 공기를 피해 포근한 이불 속에서 듣는 사랑 노래는 더 달콤하다.
저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느낀 감정과 생각을 손끝에 되살려, 지금의 내가 다시 한번 다듬어 본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헌정곡, LOVE YA

사람들은 저마다 사랑을 한다. 

나도 지금 사랑을 한다. 

표현하지 못해 아쉽고, 옆에 없으면 자꾸 생각이 나고. 

함께 있으면 즐거운 사람들이 있다. 

정말이지 나는 나는 가족을 사랑하고, 친구를 사랑한다. 


다양한 형태의 '사랑'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기란 분명 쉽지 않다.

고대 희극작가 아리스토파네스에 의하면 

에로스(사랑)는 "잃어버린 반쪽을 향한 열망"이다. 

자신에게 딱 맞는 반쪽을 찾고, 그와 함께 온전해지고자 하는 욕구가 사랑이라는 것이다. 

그 반쪽은 남자가 될 수도, 여자가 될 수도 있다. 

혹은 가족, 반려 동물, 친구가 채울 수도 있다. 


이토록 다양한 '사랑'을 누가 감히 정의 내릴 수 있을까?

천생연분이 있다면 각자의 짝을 찾는 건 본인의 일이다. 

때문에 누가 어떤 반쪽을 필요로 하는지 정확히 알 수 없고, 강요할 수 없다. 


어쩌면 볼 수 없는 감정에 불과한 사랑을

특정 형태로 제한하는 건 무의미한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 진정한 사랑을 하는 중이라면, 

그저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응원하는 게 도리 아닐까. 

"이 세상의 모든 사랑하는 사람을 응원한다"는 <LOVE YA!>의 일담처럼. 


[LOVE YA!] 뮤직비디오는 말 그대로 '사랑스러운' 순간만을 아름답게 담아냈다. 

정말이지 매 장면 속에서 사랑을 뿜어낸다. 

애인, 가족, 친구 간의 솔직한 사랑이 비디오 속 정감 가는 분위기와 더해져 더 진솔하게, 아련하게 다가왔다.  

조용히 타들어가는 장작불 옆에서 시작되는 노래.

"Kick our blanket, make it balloon"
가사에 맞춰
 두 커플이 각자의 침대에서
몸을 천천히 일으킨다. 

보면 LG 커플.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 

한 가족이 아침 식사를 위해 모여 앉았다. 

앞 장면에서 장작불이 뿜어낸 온기도 뜨거웠지만, 

여러 사람이 도란도란 한 데 모여 내는 온기도 

참 따뜻하다. 

어두운 밤이 되자 방 한편에 사람들이 모인다. 

저마다 연인들과 포옹을 하고, 웃고, 즐긴다. 

큰 화면 앞에 둘러앉은 사람들도 있다. 

화면 속 아기의 웃음에 모두가 미소 짓는다. 
인위적으로 꾸며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존재 자체가 뿜어내는 진솔한 사랑. 


좁은 침대에 몸을 끼여 함께 누운 친구들. 

뭐가 그리 즐거운지 깔깔대고 있다. 

우정은 나도 모르게 공허함이 들 때 찾아와 정신없이, 그리고 빈틈없이 그 허전함을 채워주곤 한다. 

함께 세안하는 아버지와 아들. 

어렸을 때 엄마랑 목욕탕에 간 기억이 난다. 

엄마도 엄마의 엄마와 목욕탕에 갔다. 

그리고 엄마와 나는 한 손엔 각자 엄마의 손,
다른 한 손엔 요구르트를 들고 나왔다. 

클라이맥스에 다다르면서 빠른 교차편집으로 저마다 사랑을 외치는 사람들이 나온다. 그중 자신의 반려견을 꼭 껴안고 있는 한 소년이 눈에 띈다. 강아지가 사람의 언어를 몰라도,
표정과 어투, 맞닿은 심장 박동이 충분히 소년의 마음을 전해 줬으리라. 



저마다 사랑을 자유롭고 솔직하게 표현하는 사람들. 그 표정에서 어두운 구석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볼 수 없는 형태의 사랑을 가장 직설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쉬운 한마디, "사랑해".

낯부끄럽기보다는 당당하게 그 마음을 외칠 수 있는 

사람들이 부럽다. 

더 사랑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응원해야지.

내일도 LOVE YA 해야지 다짐한다. 



작가의 이전글 잠수하는 기억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