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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트우먼 Apr 13. 2022

5. 엄마의 역할(교육 이야기)

이 아이가 노는 법

 



전에는 몰랐던 아이가 노는 방법


 


 웩슬러 검사 결과 후 아이에게 조금의 특별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니 그동안 아이가 노는 방법들에 대한 의문들이 풀리기 시작했다. 자동차, 내비게이션 등의 관심뿐만 아니라 집에 있던 사운드 펜으로 책을 찍으면 나오는 노래를 무한 반복 들으면서 따라 부르고, 영어 단어 책도 찍어보며 따라 해 보다가 소방차 그림이 나오면 집에 있는 소방차를 갖고 오곤 했다. 지금 생각하면 오감으로 자극하며 스스로 지식을 연결했다.

 

 나라 국기 포스터를 하나 사줘서 벽에 붙여줬더니 하나둘씩 외우기 시작했고, 우연히 서점에 갔던 날 국기 상식 책을 사달라고 해서 사줬다. 그러자 그 책을 주의 깊게 보고 다양하고 자세하게 나온 세계 나라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 시작으로 지금까지 세계지리와 나라 국기, 문화로 확장되어 관심 갖는 분야 중에 하나가 되었다. 

 그렇게 종이에 나라 국기를 그리기 시작했고 하나씩 그려보면서 자연스럽게 외웠다. 나도 잘 모르는 긴 나라의 이름을 외우며 나에게 자랑을 하면 나는 크게 칭찬해줬다. 참 감사한 건 내가 "이렇게 해보자! 이거 해볼까? 이것도 해봐!" 이렇게 주도하지 않았는데도 자기가 관심을 갖고 궁금해하며, 알고 나면 스스로 만족해했다. 앎에 대한 즐거움이 있는 아이였다. 


 숫자에 관심도 많았다. 수열은 일찍부터 마스터하고 연산을 가르쳐 주니 스스로 문제를 내 달라했다. 문제를 내주면 곧잘 풀고 틀린 것은 바로 알려주니 이해했다. 짝수, 홀수, 2의 배수, 3의 배수, 5의 배수 이렇게 알려주면서 곱셈에 대한 내용도 이해했다. 새로운 것을 알고 나니 스스로 뿌듯해하고 즐거워했다.

 

 그때 당시 아시는 분이 명작 책과 창작 책을 물려주셔서 집에서 하나씩 읽어주니 아이가 참 좋아했다. 지금은 집안에 책이 많지만 그때는 책 육아라는 육아법 등 아이들 교육에 대해서 아무런 정보가 없었다. 그냥 책은 좋은 것이지만 비싼 거라고 인식해서 살 엄두가 나지 않았다. 좁은 집에 물려받은 책과 내 돈 주고 산 자연관찰 전집만 있어도 책장과 집이 꽉 차보였다. 집에 있는 책은 몇 번씩 읽어주고 아이가 좋아하는 분야인 자동차, 세계 나라 등에 관한 책들은 근처 육아지원센터에서 빌려보면서 아이의 앎에 대한 호기심을 채워주었다. 아이가 궁금해하는 것에 비하면 그 양이 부족했지만 아이 둘을 키우는 나에게는 그것이 최선이었다. 그렇게 책을 보면서 아이는 글자를 하나씩 알게 되었고 5세 때 혼자 독학으로 한글을 떼었다. 


 한글을 떼니 책을 스스로 읽어서 육아가 조금 수월했다. 예민한 둘째 아이에게 나의 에너지를 80% 쏟아야 해서 H에게 미안한 마음이 많이 들었다. 웩슬러 결과 상담할 때 아이에게 많은 경험을 시켜주라고 하셨던 말씀이 늘 마음에 걸렸다. 혹시나 더 좋은 교육을 제공해주지 못해 아이의 특별함이 조금씩 사라지는 건 아닐까 걱정도 들었다. 하지만 그전에 내가 교육의 방향에 대해서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유형의 아이들에게는 어떻게 교육을 시켜야 하나 아무런 정보도, 방향도 없기에 걱정만 커지는 것 같아서였다.




방향을 세우다



 검사 결과 상담을 했을 때 선생님께서 7세 때부터 Y영재원에 가면 되겠다고 하셨던 말씀이 기억나서 영재원을 검색해 보았다. 7세부터 다닐 수 있었고 내가 사는 지역에 지점들이 있었다. 

 "그래, 아직 5세이니 시간이 좀 있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왜 가야 하는지, 가서 어떤 수업을 받는지도 몰랐다. 

 그러다 우연히 '내 아이 위대한 힘을 끌어내는 영재 레시피, 작가:서안정'이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세 아이를 사교육 없이 영재원에 보낸 엄마의 이야기였다. 그래 이 책이다!! 표지부터 나의 궁금증을 풀어줄 책을 만난 것 같았다. 책을 읽으니 나와 비슷한 고민도 들어있고 어떤 신념을 갖고 교육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전체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결국 주입식 교육은 한계가 있기 마련이고 사랑으로 육아하는 것이 아이들을 더 반짝이게 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마음이 편해졌다. 당장에 뭘 시키지 않아도 된다고 나에게 말해주는 것 같았다. 

 사실 그전에 검색을 하다가 학습 컨설턴트 유튜브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 소위 말하는 강남 대치동의 학습법들과 H와 같은 웩슬러 검사 결과 상위 아이들의 학습 코스들을 알려주는 유튜브였다. 수학은 언제 어떤 문제집을 떼야하며 수학 학원도 연산, 사고력 등 중점적으로 가르치는 프리미엄 급 학원들의 이름들이 줄줄 나왔다. 영어도 마찬가지. 의대를 가기 위해서는 언제 어떤 학원을 다니고 어떤 선행을 마스터해야 한다는 유튜버 선생님의 이야기에 머리를 한 대 맞은 느낌이 들었다. 딴 세상 이야기 같았다. 내가 살고 있는 이 지역에서는 절대로 실행할 수 없는 내용들이며, 내 경제적 형편상 그렇게 할 수도 없었다. 그렇게 암울한 마음이 한창일 때 이 책은 성경책 마냥 마음에 평안을 주었다. 작가님도 남편의 사업 실패로 경제적 상황도 좋지 않고 건강도 좋지 않았지만 아이들의 눈빛을 바라보며 따뜻한 교육을 하시는 것을 읽고 일말의 가능성을 볼 수 있었다. '그래, 나도 할 수 있어!!' 그렇게 작가님의 다른 책도 빌려 보고, 책 육아에 관련된 내용들을 섭렵하게 되었다.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은 아이가 잘하는 분야를 더 잘 키워주고 주입식이 아닌 대화로 끌어내기. 책으로 궁금증을 해소하고 다양한 활동들을 시켜주기. 무엇보다 아이를 믿는 만큼 아이들이 자란다는 것. 그리고 엄마는 주변의 상황에 휘둘리지 않는 것으로 크게 정리했다. 

 동시에 교육의 목적을 생각해 보게 되었다. 영재원? 영재학교? 대학? 직업? 그다음엔?... 하지만 그 사이사이에 아이의 행복과 즐거움이 없다면 불행할 것 같았다. 아이가 스스로 목표를 삼고 노력할 수 있도록, 최선의 결과에 만족할 수 있도록 지금은 많이 옆에서 도와주어야 한다. 계속 엄마도 배워야 했고 그래야만 한다. 평범하기만 할 것 같던 엄마의 삶도 조금 타이트하게 진행될 것 같지만 조금씩 엄마도 용기를 내보고 노력해 볼게! 결과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도 최선을 다해 보기로 했다. 역시 목표가 있으니 뭔가 하게 되는 것 같다. 그렇게 나라는 엄마도 같이 성장하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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