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강아지 냄새를 만들 수 있을까

by 아이엠

열다섯 살, 강아지의 냄새

우리 집 강아지는 올해로 열다섯 살이다. 예전처럼 뛰어다니지 않는다. 걸음은 눈에 띄게 느려졌고, 잠은 훨씬 많아졌다. 가만히 옆에 누워 있는 아이를 보고 있으면 시간이 꽤 많이 흘렀다는 사실이 새삼 실감 난다. 강아지를 안으면 특유의 냄새가 난다. 사람들은 대개 '강아지 냄새'라고 뭉뚱그려 말하지만, 내게는 꼬숩기도 하고 햇볕에 잘 말린 담요 같기도 한 소중한 향기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이 아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너고 나면, 나는 무엇을 가장 그리워하게 될까. 사진도, 영상도 아닌, 아마도 이 포근한 냄새일 것이다.


복제되는 감각, 남겨지지 않는 감각

사진은 남는다. 영상도 남는다. 하지만 냄새는 남지 않는다. AI는 지금 사람의 감각을 무서운 속도로 따라오고 있다. 이미지는 픽셀로, 목소리는 파형으로 복제한다. 이제는 영상까지 생성해 낸다. 시각과 청각은 이미 상당 부분 데이터화되어 복제되고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AI가 냄새를 만든다는 이야기는 거의 듣지 못했다. 왜 그럴까.


이유는 단순하다. 이미지와 소리는 '데이터'이지만, 냄새는 '화학'이기 때문이다. 이미지는 수치화된 픽셀의 조합이고 소리는 진동의 패턴이지만, 냄새는 수백 개의 화학 분자가 뒤섞인 복잡한 유기적 결과물이다.


우리가 말하는 '강아지 냄새' 안에는 털의 성분, 피부의 지방산, 미생물의 활동, 그리고 아이가 쬐었던 햇볕의 흔적까지 섞여 있다. AI가 냄새를 다루려면 이 분자들을 분석하는 것을 넘어 화학적으로 재현해야 한다. 이는 픽셀을 갈아 끼우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데이터는 흉내 내지만, 맥락은 복제할 수 없다

물론 기술의 발전은 이마저도 넘보고 있다. 냄새 분자를 데이터화하는 '디지털 후각' 기술은 이미 연구 중이다. 조만간 AI는 수만 개의 분자 조합을 통계적으로 분석하여 '강아지 냄새'와 화학적으로 99% 일치하는 합성 향료를 만들어낼지도 모른다.


하지만 거기엔 결정적인 한계가 있다. AI는 냄새를 '계산'할 수 있겠지만, 그 냄새에 담긴 '그리움'까지 계산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느끼는 냄새는 단순히 분자의 조합이 아니라 '맥락의 산물'이다. 비 오는 날 산책 후의 눅눅함, 잠결에 묻어나는 따뜻한 체온, 그리고 1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내 코끝에 각인된 정서적 기억. AI가 냄새의 '값'은 복제할 수 있어도, 그 냄새를 맡는 순간 내 안에서 울려 퍼지는 기억의 공명까지 복제할 수는 없다.


결국 남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시간이다

인간의 기억은 유난히 냄새와 깊게 연결되어 있다. 특정 향을 맡는 순간, 까맣게 잊고 있던 어린 시절의 집 냄새나 비 온 뒤 흙냄새가 소환되며 당시의 감정까지 통째로 몰려오는 경험을 한다. 이를 '프루스트 현상'이라 부르기도 한다. 냄새는 단순히 코로 느끼는 감각이 아니라, 특정 시간을 통째로 박제해 두는 기억의 저장고다.


AI 시대에도 끝까지 남는 감각이 있다면 그것은 냄새일 것이다. AI는 사람의 얼굴을 흉내 내고 목소리를 복제하며 환상을 만들어내지만, 내 곁에 실재하는 존재가 풍기는 그 고유한 냄새까지는 저장하지 못한다.

통계는 '보편적인 냄새'를 만들지만, 사람은 '개별적인 냄새'를 기억한다. 기술은 많은 것을 복제하겠지만, 강아지의 털 사이에 스며든 시간의 냄새만큼은 온전히 인간의 영역으로 남겨둘 것이다. 그 냄새 속에는 기술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보낸 15년이라는 '삶'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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