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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a Sep 01. 2021

한 달을 베짱이처럼 놀았다

가끔은 비움이 필요할지도

10년을 한 회사를 다니다가 세상의 변화에 편승해 볼까 하는 생각에 퇴사를 결심했다. 남들은 힘든 결정을 했다고 하는데 퇴사 결심은 생각보다 쉬웠다. 10년 동안 꾸준히 퇴사 준비를 했기 때문이다. 한 회사를 평생 다니겠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 없다. 단지 나의 커리어를 쌓자는 생각으로 10년을 다녔다. 그런 생각으로 회사를 다녔기 때문에 다니는 동안 계속 다음은 뭘 해야 하는지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남들은 왜 그렇게 바쁘게 사냐고 했지만 다음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바쁘게 살아야 했다. 


'이제 내 길을 찾아갈 때가 됐다!'라고 생각하고 나왔는데, 한 번쯤 일 해보고 싶었던 스타트업에서 '아 이건 나를 찾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 만큼 나에게 딱 맞는 채용공고가 올라와 있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지원을 했고 그렇게 생각지도 않게 퇴사가 아닌 이직을 하게 됐다. 


44년 된 중견기업과 3년 된 스타트업의 갭이란 엄청났다. 정말 이직한 걸 후회하지 않을 정도의 새로운 경험이었다. 하지만 이 회사도 마찬가지였다. 여기 또한 평생 다닐 생각이 없었고 더군다나 내 일을 하고자 퇴사를 했기 때문에 나는 단지 스타트업의 커리어와 경험이 필요했다. 그래서 딱 3개월만 경험해보자고 다짐하고 입사했다. 그렇게 파란만장했던 4개월을 보내고 나는 다시 퇴사했다. 그 4개월 간 정말 어마 무시한 경험들을 했다. 나름 재미도 있었고 이전 회사와 비교하지 못할 만큼의 좋은 연봉과 환경에서 일했지만, 일 하는 내내 '이 공력을 내 일에 써야 하는데'라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꽤 잘 나가는 스타트업임에도 불구하고 미련 없이 처음 다짐대로 퇴사했다. 


에라 모르겠다 좀 쉬자

그렇게 퇴사하고 약 한 달 동안 정말 베짱이처럼 놀았다. 대학 졸업 후 거의 처음 가진 시간인 듯했다. 대학 졸업 후에는 대학원 진학 때문에, 대학원 졸업 후에는 진로 때문에 그리고 취업 후에는 내 일을 준비해야 했기 때문에 한 시도 맘 편히 쉰 적이 없었다. 회사와 학교를 병행해서 다녔고, 퇴근 후 또는 주말을 이용해 내 콘텐츠도 만들기 시작했다. 주위 사람들의 말처럼 매일매일을 경주마처럼 달렸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한 달 동안의 휴식은 '좋다'를 넘어 '행복했다'는 표현이 맞았다. 물론 내 일에 대한 걱정,  앞으로 뭐 하고 살지에 대한 걱정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번은 그냥 놓고 쉬고 싶었다. 사실 쉬면서 못 읽었던 책도 읽고 만들고 싶었던 내 사이트도 만들고 듣고 싶었던 강의도 듣고 글도 쓰고 논문도 쓰고 싶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이런 모든 것들이 일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생각했던 일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강아지 산책과 청소, TV보기를 주요 업무로 하고 열심히 놀았다. 다른 지역에 가서 한 달 살기를 해볼까도 했지만, 우리집 막냉이(강아지)가 걱정이 되기도 했고 무엇보다 휴가철이라서 어디든 사람이 많을 거 같아서 빠르게 포기했다. 나중에 휴가철 끝나면 살짝 여행이나 다녀와야지라고 생각하지 벌써 즐거웠다. 여행을 간다는 사실이 즐겁다기 보단 이렇게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다는 게 즐거웠다. 


그렇게 베짱이처럼 8월을 보내고 9월 1일이 된 오늘, 이렇게 다시 글을 쓰고 있다. 쉬고 싶은 만큼 쉬었으니 이제는 움직여야 할 때이다. 한 달을 쉬었더니 쌓여 있는 일들이 너무 많다. 어느 것부터 손을 대야 할지 고민이지만 어떤 일이든 기분 좋게 시작할 수 있을 거 같다. 



짧은 시간이지만 '찐' 행복을 느꼈다.

나는 이 기분을, 이 '찐' 행복의 느낌을 계속 기억해서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이 기분을 느끼며 살아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이참에 9월의 할일을 정리해 보자


[9월 할일 리스트]


1. 블로그 개편하기

2. Do you know? 사이트 콘텐츠 제작&업로드

3. 차이나요 무료 콘텐츠 정리

4. 차이나요 사이트 디자인&콘텐츠 제작

5. 영중일 도서 원고 수정 및 콘텐츠 제작

6. 소논문 쓰기

7. 한중문화데이터 관련 사이트&ebook 제작

8. 정상현교육연구소 사이트 제작

9. 비대면강의교육전문가 과정 3기 콘텐츠 제작

10. 차이티 중국어 교재 디자인


* 쓰고 보니...하나에 3일 씩만 잡고 있어도 한 달이 가는구나...허허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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