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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보선생 Dec 01. 2023

자전거와 2024년

글쓰기 모임 주제 에세이: "도전"


첫 글쓰기 모임을 시작한 지 한 달이 지났습니다. 12월 모임을 알리는 첫 만남 시간에 꽃보다 마흔 임은자 작가님께서 성석제 작가의 "어느 날 자전거가 내 삶 속으로 들어왔다"라는 제목의 수필을 나눠주셨습니다. 


자전거를 처음 배우는 소년은 도랑과 똥통 옆의 내리막길을 냅다 달리는 모험에 몸을 내던집니다. 어차피 가지 않으면 안 될 길, 몸을 앞뒤로 흔들어 자전거를 출발시킵니다. 잠시 후 페달을 밟지 않고도 가속이 붙어 달리는 주인공은 어질어질한 속도감으로 도랑과 똥통 옆을 지나갑니다. 삽시간에 어른이 된 소년은 터질 듯 부푼 가슴으로 자전거와 한 몸이 됩니다. 


그리고 소년은 말합니다. 



그날 나는 내 근육과 뇌에 새겨진 평범한, 그러면서도 세상을 움직여온 비밀을 한 가지 얻게 되었다. 일단 안장 위에 올라선 이상 계속 가지 않으면 쓰러진다. 노력하고 경험을 쌓고도 잘 모르겠으면 자연의 판단-본능에 맡겨라. 그 뒤에 시와, 춤, 노래와 암벽 타기 그리고 사랑이 모두 같은 원리에 따라 움직인다는 것을 나는 깨달았다. 비록 다 배웠다고 다 안다고 할 수 있는 건 없지만.

어쩌면 저는 글쓰기를 다시 시작하면서부터 자전거의 페달을 밟은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 자전거를 앞뒤로 흔들기 시작한 것은 그보다 한 달 전 제주에서 가깝게 지내는 지인인 하얀 목련님의 추천으로 디아노마님의 유튜브 강의를 함께 듣기 시작하면서부터였습니다. 유튜브 강의와 책 후기를 블로그에 올리면서 2년 넘게 잠자던 제 블로그가 깨었고, 그 글에 3년 전 가깝게 지냈던 이웃인 꽃보다 마흔님이 인사 오셨고, 그로 인해 글쓰기 모임을 알게 되었고, 그렇게 자전거가 출발했습니다. 


출처:  www.pexel.com


하루 18시간 이상을 자고 움직임이 극단적으로 적어 나뭇잎 3개만 먹고도 생존할 수 있다는 나무늘보가 조용하고 천천히 움직이던 일상에서 깨어나 다시 부지런한 나무늘보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다음 주 월요일부터는 새벽같이 일어나 명상 모임까지 가이드한답니다. 노력과 경험과 자연의 판단과-본능에 맡긴 자전거 타기가 시작했습니다. 수필 속 소년처럼 어차피 가지 않으면 안 될 길, 자전거에 몸을 실었습니다. 그의 말처럼 시와, 춤, 노래와 암벽 타기 그리고 사랑이 모두 같은 원리에 따라 움직인다면 분명 인생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어제 글쓰기 모임에서 2024년의 목표 세 가지를 물었습니다. 선뜻 대답하지 못하고 계획 없이 사는 저의 삶에 대해 주절 주절 했습니다. 지금 다시 물어봐 주면 조금은 더 분명히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올해 저의 목표는 지금 시작한 이 자전거를 계속 한번 타 보는 것입니다. 타면서 넘어지고 도랑에 빠지고 똥통에 빠지더라도 그저 스스로 다 왔다며 멈출 때까지 타 보는 겁니다. 


처음에는 익숙치 않은 자전거 타기에 어깨에 힘이 들어갈 겁니다. 늘보답게 가다 서고 가다 서고를 반복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분명 자전거를 타며 경치를 즐기는 순간들도 곧 생길 겁니다. 자전거와 한 몸이 되어 가슴 벅찬 순간들도 선물처럼 다가올 것입니다. 심지어 도랑에 빠져서 허우적 거리다가 즐거울 런지도 모를 일입니다. 똥통에 빠진다면 분명 도랑에 빠지는 게 즐거운 일이 될 겁니다. 가다 서는 순간이 행복하다면 그것은 그 전에 간 순간이 있기 때문일 겁니다. 




3년 전 이맘때 썼던 글이 오늘 글과 너무나도 닮아 있습니다. 길게 보면 자전거가 두 달이 아니라 이미 몇 년 전에 출발했지 않나 싶습니다. 


https://brunch.co.kr/@slothlee/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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