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산일기
하카타에서 벳푸, 유후인은 편도 2시간 반 정도 소요되는 반면 오이타 공항에서는 벳푸가 한시간 이내에 위치하고 있어서 언젠가 한 번 가보고 싶다 라고 생각하던 차에 저렴한 비행기 티켓이 떴길래 예약을 걸어놓았다.
며칠 상간에 이런 일이 생길 줄 예상조차 못했는데 겸사겸사 퇴직축하? 여행이 되고 말았다.
아침 출근 시간과 맞물리는 것과 라운지에서 식사를 하는 재미가 즐거운 남편을 위해 일찍이 공항에 도착을 했다. 11월은 비수기라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공항에는 사람이 많다. 제1공항의 라운지는 먹을 것이 별로 없는 아쉬움이 있지만 그래도 알차게 챙겨먹고 탑승 준비를 한다. 키즈존은 공사 중인 곳이 많아서 아쉽다. 아이들이 좀 더 체력을 뺄 수 있는 다양한 공간이 생기면 좋겠다.
오이타는 후쿠오카 공항보다 시간이 조금 더 소요되었다. 11:05 인천공항 출발 13:00 도착이니 두시간 가량 소요된다. 저가항공의 문제인지 공항의 문제인 것인지 최근 항공 지연이 많다. 오늘따라 비행기에서 잠을 자지 않는 아이 덕분에 비행기 안에서도 아이와 놀아주느라 벌써 진이 빠진다. 빨리 도착하면 뭘 해야 하지 하는 걱정이 무색하게 한 시간이나 넘게 지연 도착을 했고 아직 배가 꺼지지 않은 우리는 식당을 들르지 않고 바로 유후인으로 향하기로 했다.
공항은 정말 작고 귀여웠다. 오이타 공항이 국제공항이 된지는 얼마 되지 않은 것 같고 그나마도 인천에서 가는 제주항공이 다인가보다.
맙소사, 비의 요정 오늘도 마력을 발휘한다. 밖에 비가 너무 많이 온다. 태풍이 소강되어 비로 바뀌었다더니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온다. 오이타공항에서 유후인으로 가는 길은 산길도 섞여 있어 조금만 길을 잘 못 들면 다른 곳으로 빠지기 쉽다. 남편은 일본 도로에 여러 번 기부를 하고 겨우 둘러둘러 유후인에 도착했다.
비도 너무 많이 오고 컨디션도 좋지 않아 일단 숙소에 들러 체크인부터 하자고 했다. 숙소는 유후인 시내에서 산 쪽으로 차로 5분 가량 가면 있는 산 중턱의 작은 유스호스텔이었다.다다미 독립방에 온천도 있었으나 방 안에 세면대와 화장실도 없고 웃풍도 너무 심했다. 이런 컨디션이라면 겨울에 이곳에 묵는 건 쉽지 않겠다 싶었다. 가성비 노래를 부르던 남편은 2박3일에 20만원도 안되게 예약을 했다며 만족도 최상이다.
일단 슈퍼에서 장이나 좀 보러 갈 겸 다시 밖으로 나간다. 비가 잦아드나 싶더니 여전히 많이 온다. 슈퍼에서 술과 아기 간식, 그리고 몇가지 술안주를 사서 숙소로 돌아왔다. 짐을 풀고 술안주로 사온 회를 먹어보았는데 가격도 저렴하고 신선도가 극강이었다. 일본에서는 마트에서 파는 해산물도 맛있고 신선하다더니 정말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석식 신청을 하지 않아도 될 뻔 했다.
잠시 쉬다 숙소 내 온천을 하기로 했다. 탕은 남녀가 구분되어 있었고 내려가는 계단이 어찌나 가파른지 발 한 번 잘 못 디뎠다간 온천이 아니고 황천길로 가겠다 싶었다. 남탕과 여탕이 플라스틱 간이벽 하나로 가려져 있어서 조금 찝찝했지만 탕 전체에 우리 가족밖에 없어서 후다닥 씻고 나왔다. 작년에는 11월 말에도 반팔을 입어야 하는 지경이더니 오늘은 비가와서 그런지 11월초의 날씨에도 좀 쌀쌀하다.
예정에 없던 여행을 급하게 왔더니 날씨도 도와주지 않고 회사 문제로 정신도 복작복작거린다. 여행 중 만이라도 잠시 모든 걸 잊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