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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biing Jun 30. 2016

한강의 채식주의자

우리가 만들어놓은 굴레 안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가하는 폭력성에 대해서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읽어보았다.  한국사람의 소설이 얼핏 어디선가 이름을 들어보았을 듯한 권위 있는 상인 맨부커 상을 탔다는 소리에 한국사람들은 너도 나도 책을 샀는가 보다. 어느 곳을 가던 베스트셀러 1위에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자리 잡고 있었다. 그들에 동참해 나 또한 그 책을 주문해 읽어보았다. 이틀 만에 읽었지만 그냥 자리 잡고 읽으면 한자리에서 몇 시간 만에 읽을 수 있는 그런 흡입력을 가진 책이었다. 하지만 읽고 난 후에는 알지 못 할 우울함과 찝찝함이 남았다. 


    책은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 불꽃이라는 세 편의 연작소설을 묶어놓았다. 세 편은 같은 주인공들과 이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세 명의 다른 시점에서 쓰여진 소설이다. 세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혜의 시점은 나오지 않고 그녀는 그녀가 자신의 꿈을 서술하는 문장이나 대화로만 나올 뿐이다. 이야기는 그녀가 아닌 사회적으로 법적으로 그리고 피로서 엮어진 세명의 가족의 시점에서 쓰였다. 


    채식주의자는 주인공 영혜의 변화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영혜는 갑자기 어느 날 꿈을 꾸고 그 꿈을 계기로 고기를 먹지 않게 된다. 영혜의 합리적이고 타당하지 않은 이유에서 파생된 행동에 대해 가족들은 그녀를 이해하지 못하고 불만을 표하고 결국은 그녀의 육체적 고통의 원인이 된다. 이를 통해 작가는 세상과 사회가 만들어 놓은 'norm' (정상) 안에서 그 와 다르다고 행해지는 행위들이 일어날 때, 사람들이 어떻게 그 abnormal에 대해 반응하는지 그리고 그것들이 어떻게 일종의 폭력이 되는지 보여준다. 우리가 일상에서 그 'abnormality' (비정상)에 대해서 무심코 하는 생각과 판단, 시선과 말투들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된다. 뿐만이 아니다. 주인공 영혜의 언니인 인혜는 우리 사회의 일반적인 시선으로 보며 그 누구보다 칭찬받아 마땅한 인물이다. 가정에 충실하고 보탬이 되며 언제나 침착함을 잃지 않고 가족들이 등을 돌린 영혜를 끝까지 책임감을 가지고 돌본다. 하지만 작가는 인혜의 시점에서 인혜의 속마음을 풀어냄으로써 우리가 지극히 normal (정상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안에서의 내적 갈등을 보여주며 정상 안의 비정상에 대해 보여준다. 이를 통해 과연 정상과 비정상의 기준과 범위가 무엇인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구절은 나중에 확인해보니 책 커버에도 구절이었다.

" 내가 믿는 건 내 가슴뿐이야. 난 내 젖가슴이 좋아. 젖가슴으론 아무것도 죽일 수 없으니까. 손도, 발도, 이빨과 세치 혀도, 시선마저도, 무엇이든 죽이고 해칠 수 있는 무기잖아. 하지만 가슴은 아니야. 이 둥근 가슴이 있는 한 난 괜찮아. 아직 괜찮은 거야. "

책을 읽기 전에는 이 구절이 왜 커버에 있을까 생각해 보지 않았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난 후에서야 왜 이 구절이 커버에 마치 책 전체를 대변한다듯이 써져 있는지 이해가 갔다. 책 전체를 통틀어서 젖가슴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주인공 영혜의 상태가 악화되고 호전되는 과정은 그녀의 가슴이 어린 소년처럼 줄어들고 다시 봉긋 솟는다는 표현을 통해 드러난다. 작가는 이런 젖가슴을 통해 우리가 정상, 비정상이라고 나누어 놓은 범주를 조금이라도 벗어날 때 우리가 얼마나 다양한 방법으로 폭력을 가하는지 그리고 우리가 얼마나 그에 대해 둔감한 지 잘 보여주는 구절이다. 


    물론 읽고 나서 개운한 소설은 아니다. 하지만 예술이란 그런 게 아닌 가 싶다. 우리가 일상에서 무심코 지나치는 순간들을 캡처하고 그것들에 둔한 우리들에게 그 순간들을 보여주고 확장시키는 과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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