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리어 마인드 (5) 초등학생 아이방
잠자리+놀이+학습까지! 3-in-1
이사를 앞둔 아이는 자신의 방이 생긴다는 사실에 무척 기대했다. 2층 침대에 누워 우주가 가득한 천장을 바라보는 상상을 했고 매일 밤 이사 갈 집과 자신의 방에 대해 묻고 또 물었다. 어느 날은 스케치북에 직접 그림을 그려가며 자신의 방을 설계(?)해서 보여주기까지 했다.
아이는 '방'이 곧 자기만의 '집'이라고 상상하는 듯했다. 그동안 얼마나 자기 방을 갖고 싶어 했는지 잘 알기에, 그림을 보는 내내 괜스레 코끝이 찡했다. 아이가 태어나서 처음 가져보는 자신의 공간. 나는 아이의 기대에 부응하면서도 엄마가 원하는 기능까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싶었다.
그래서 내가 정리한 콘셉트는 '공부도, 놀이도, 잠자리도 가능한' 즉, <3-in-1 Room>이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아이의 방을 '학생방'으로만 꾸미기엔 아직도 장난감을 수시로 만지며 노는 '키즈'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키즈도-학생도 아닌, 어중간한 예비 초등학생의 방은 3가지 기능이 다 필요했다.
그런데 문제는 아이방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것이다. 공간을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하려면 맞춤 가구를 제작하는 것이 베스트인데, 아이가 자라면서 방의 기능은 조금씩 바뀔 것이기 때문에 붙박이로 가구를 제작하는 것이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아예 원래 있던 벽장까지 모두 철거하고 빈 방에 가구를 채워서 기능을 더하기로 결심했다.
침대, 장난감 수납장, 책상, 의자, 책장, 옷장...
사이즈를 재고 또 재고, 방향을 이리 틀고 저리 틀고, 동선을 상상하고 계속 시뮬레이션하면서 온갖 레퍼런스와 아이템을 검색하고 수집했다. 넉넉지 않은 공간에 이미 갖고 있는 가구와의 조화까지 생각하면서 새 가구를 고르려니, 정말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검색하면 바로 나오는 '국민 아이템'을 고르면 편할 텐데, 아무리 상상해봐도 우리 집 공간에는 어울리지 않으니 성에 찰 때까지 검색에 검색을 더하며 온라인을 쥐 잡듯이 뒤졌다.
어차피 고학년이 되면 한번 바꿔야 할 테니 너무 비싸지 않으면서 쓸만해야 하고 방 사이즈에 맞아야 하며 디자인도 중간 이상은 되어야 했다. 수십 번을 결정했다 뒤엎기를 석 달. 드디어 침대 결재를 끝으로 아이방 세팅이 마침내 끝이 났다. 와... 아이방 꾸미기가 이렇게 힘들 줄이야.
이삿짐 들어오기 3일 전, 다른 공간은 아직 텅 비어있었지만 낮은 벙커-수납 침대를 시작으로 예비 초등학생 방이 가장 먼저 채워지기 시작했다. 일정을 그렇게 조율했던 이유는 아이에게 방을 '선물'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다른 공간은 정리가 안되고 어수선해도, 아이방만큼은 처음부터 멋지게 오픈하고 싶었다.
이삿날 오후, 거실이며 안방이며 어수선하기 짝이 없었지만 아이방은 이미 커튼이며, 조명이며, 장난감까지 모든 세팅이 완성됐다. 유치원에서 해맑게 돌아온 아이의 두 눈을 현관부터 가리고 들어와, 아이보다 엄마 아빠가 더 긴장하며 드디어 오픈!
와!
함박웃음을 지으며 아이는 벙커 침대 위로 올라가서 벌러덩 누웠고, 그날은 저녁 먹는 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 동안 계속 침대 위에 있었다. 침대 위에서 조립하고, 로봇 만들고, 책 읽고, 노래 부르고... 아이가 행복해하니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었다.
나 역시, 엄마 입장에서 꽤 만족스러운 아이방이었다. 기존에 사용하고 있었던 이케아 장난감 수납장과 더불어 벙커 침대 아래 있는 수납공간을 활용하니,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았던 장난감 수납이 가능하게 됐다. 심지어 밖에서는 깔끔해 보이는 수납장이라 더욱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사각지대'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지저분한 부분을 문 밖에서는 안 보이게 배치했는데, 이 방법은 살면서 점점 만족도가 높아지고 있다. 내가 아이방에 들어서지 않는 한, 자질구레한 학습 용품과 크기가 통일되지 않는 책들이 보이지 않으니 어느 정도 마음의 평화(?)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잔소리를 덜고 싶다면, 비슷한 또래 아이를 키우는 집이라면, 적극 추천하고 싶은 방법이다.
어느새 아이는 학교에서, 학원에서 돌아오면 손 씻고 자신의 침대로 향하는 루틴이 생겼다. 자신의 공간에서 스스로 충전할 줄 아는 모습.
오늘따라 참 예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