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빌딩상가 '빚투' 막는다
상가 등 비주거용 부동산을 대상으로 한 '빚투'가 사실상 막힐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대상에 상가 등 비주택 부동산 담보 대출까지 포함하겠다는 게 그 골자이다.
DSR이란 대출자의 연간 소득액에서 대출자의 모든 금융부채 원리금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중을 의미한다. 연간 총 금융부채 원리금 상환액을 연간 소득으로 나누어 산출한다. 즉,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경우 대출자가 연간 소득으로 얼마나 잘 상환할 수 있는지 '상환 능력'을 심사하는 것이다.
비주택 부동산 담보 대출에 대한 관리 필요성은 그간 여러 차례 제기돼 왔다. 주택은 담보인정비율(LTV)이 적용돼 투기·투기과열지구(40%), 조정대상지역(50%), 비규제지역(70%) 별로 규제가 있지만, 비주택은 명문화된 기준이 없었기 때문이다.
은행마다 자체적인 대출 심사를 통해 70% 안팎의 LTV를 적용하고 있을 뿐 이었다. 따라서 주택 대출 규제를 피해 상가로 투자금이 몰리는 풍선효과가 발생할 수 있고, 코로나19로 상업용 부동산 수익이 낮아지고 있어 건전성 관리도 필요한 상황이다.
국회에도 이달 초 상가에 대해 LTV와 DSR을 적용하고, 은행이 이를 위반할 경우 과태료를 물리자는 취지의 은행법 개정안이 제출돼 있다. 다만 다른 대출 규제는 ‘은행업 감독규정’ 등 하위법령에 규정돼 있다는 점에서 현행 법체계와는 어긋나는 개정안이라는 게 금융당국의 입장이다. 따라서 금융위는 차주별 DSR 적용 대상에 비주택 부동산 담보 대출을 포함하는 것만으로도 사실상의 법 개정 효과를 누길 것으로 보고 있다.
비주택 부동산 담보 대출이 차주별 DSR 규제를 받게 되면 대출 한도가 크게 낮아지게 된다.
가령 실수령 연소득 8000만원에 주택담보대출 3억원(30년 만기, 금리 3%)을 갖고 있는 사람이 상가 담보 대출 받아 5억원 짜리 상가에 투자할 경우, 현재는 5억원의 LTV 70%인 3억5000억원(10년 만기, 금리 30%)을 대출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대출은 DSR이 연간 원리금 부담이 5570만원으로 DSR이 70%에 달합니다. DSR 규제가 40%로 주어진다면 상가 대출은 1억5000만원, 50%로 주어진다면 2억1000만원 밖에 받을 수 없는 것이다.
오피스텔도 현재는 LTV 70%까지 대출되는데, 연소득 8000만원에 기존 대출이 없는 차주가 6억원 오피스텔에 대해 4억2000만원을 대출받으면 DSR이 60%나 되는데, 규제가 적용되면 한도가 1억원 이상 낮아질 수 있는 것이다.
현재 개인별 DSR은 9억원 이상의 주택을 구입한 경우 등에만 40% 이하로 제한하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향후 이를 모든 대출자에게로 확대 적용할 방침이다.
이러한 DSR 강화는 부동산 시장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여진다. 특히 고(高)DSR이 주를 이루는 상가나 오피스텔의 경우 타격이 클 수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2019년 9월~지난해 7월 신규 취급된 비주택담보대출 중 DSR이 100%를 넘는 신규 대출은 3조1600억원에 달했다.
특히 DSR이 100%를 넘는 상가 대출은 1조1800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DSR이 100%를 초과하는 것은 매년 소득보다 부채를 갚는 데 쓰는 돈이 더 많다는 의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에서 취급하는 고DSR 대출 중 상당수는 비주택담보대출"이라며 "전체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DSR 규제가 강화되면 수요가 줄어들어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렇듯 정부가 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이유는 가계부채가 우리 사회의 성장동력을 갉아먹는 짐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데,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월 은행권을 포함한 전 금융권의 가계대출은 전월 대비 10조1000억원 증가했다.
이에 윤석헌 금감원장은
지난 2월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부채가 많이 쌓이게 되면 경제 전체에 부담이 생겨 소비를 더욱 위축시킬 수 있다"며 "개인이 대출을 할 때 상환능력과 연결시켜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금융당국도 급증하고 있는 가계대출에 대해 모니터링을 강화할 계획이다. 도규상 금융위 부위원장은 금융리스크 대응반 회의에서
"글로벌 금리인상과 국내금리의 동조화 현상이 나타날 경우 기업의 자금조달비용 증가, 가계대출의 금리부담 증가 등의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며 "금융시장 리스크 요인을 분야별로 면밀히 모니터링 하면서 필요시 적시에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시장금리가 상승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리해서 대출을 할 경우 향후 시장 변동성에 따라 가계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한편, 대출 규제가 상대적으로 부실 위험이 적은 고신용자 고액대출부터 이뤄진 것을 본다면 최근의 대출 규제가 근원적 해결보다 형식적인 ‘규제’ 에 그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성도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