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 신도시는 변화 중?
올해로 준공 30년차를 맞이한 경기 성남시 분당 한솔마을 주공5단지가 리모델링 사업계획승인을 받았다. 분당·일산·평촌 등 수도권 1기 신도시 아파트 중에서 리모델링 사업계획 승인을 받은 첫 번째 사례이다.
사업계획에 따르면 기존의 지하1층에 불과했던 주차장은 지하3층까지 확대돼, 주차대수가 529대에서 1천834대로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또 분당아파트의 한계로 지적된 커뮤니티 시설도 확충해서 주민운동시설은 물론, 도서관‧카페‧키즈짐 등이 확대‧설치될 예정이다. 시공은 포스코건설과 쌍용건설이 맡았으며, 사업예정 기간은 오는 12월부터 2024년 12월까지 3년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솔마을 5단지는 1기 신도시뿐 아니라, 1천가구 이상의 대단지에서 시행하는 첫 리모델링 사업이다. 사업계획서에 따르면 한솔5단지 리모델링사업은 건폐율 27.64%, 용적률 277.16%를 적용한 지하3층~지상26층 규모의 공동주택 16개동 및 부대복리시설이다. 리모델링 유형은 세대수 증가형이며 증가한 115가구는 추후 일반분양될 예정이다.
이곳은 신분당선과 수인분당선 환승역인 정자역이 인접한 역세권 단지이다. 한솔초등학교와 연접할 뿐 아니라, 불정초‧정자중‧한솔고 등을 비롯해 20여개 학교가 단지에 밀집해 있어 교육환경도 우수하다. 또 탄천‧정자공원‧분당중앙공원‧불곡산 등도 인접해 자연환경도 우수한 곳으로 꼽히고 있다.
이에 따라 리모델링 업계는 그동안 답보상태로 표류하던 1기 신도시 리모델링 사업이 이번 한솔마을 5단지의 영향으로 활력을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리모델링은 재건축보다 규제가 덜 한데다 사업 완료시 집값상승 효과까지 누릴수 있다는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이고 있다. 14일 경기도와 한국리모델링협회 등에 따르면 경기도 내 아파트 단지 가운데 리모델링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단지는 30여곳에 달합니다. 조합설립 인가가 나지 않은 곳까지 포함하면 실제 리모델링을 추진중인 단지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이는 상황이다. 같은 분당 구미동 무지개마을 주공4단지(1995년 준공), 야탑동 매화1단지(1995년 준공), 정자동 느티마을3,4단지(1994년 준공) 등도 리모델링 사업에 적극 나서는 중이다.
한 공인중개사는
“이번 정부하에서 민간재건축은 너무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라며 “하루라도 더 빨리 녹물 걱정 없이 살고 싶고, 또 분담금을 낼 여력이 있는 동네에서는 리모델링이 대안으로 부상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처럼 대규모 단지들이 동시에 입주한 1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이런 바람이 거센 상황인데, 서울과 인접해 전통적으로 선호 부동산 지역이었던 안양 평촌은 현재 향촌마을 외에도 목련 단지 등 10여개 단지, 성남 분당은 무지개 4단지와 느티마을 3·4단지, 매화마을 1·2단지 등에서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다.
앞선 단지들의 가격 상승폭도 가파른 상황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리모델링 추진위원회를 설립한 향촌롯데 전용 84m²는 지난달 20일 11억 9000만원에 신고가를 기록했다. 이 단지는 지난해 12월 처음으로 10억원을 돌파했다. 이후 거래된 5건의 거래 모두 신고가를 기록했다.
이에 장경철 부동산일번가 이사는
"리모델링은 사업 속도가 빠르지만 일반분양 물량이 적고 수직증축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 시세차익을 내기가 만만치 않다. 수도권 일부 단지를 넘어 전국적으로 활성화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일각에서는 1기 신도시 규모 등을 고려할 때 리모델링은 추후 수도권 주택 공급의 중요한 키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 책임연구원은
"용적률이 낮은 단지들을 중심으로 재건축이 이뤄질 시 주택 공급의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특히 1기 신도시는 서울과 인접하기 때문에 간접적인 '서울 아파트 공급'으로 볼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해당 지역 아파트 연차가 비슷한 만큼, 실제 재건축이 한꺼번에 이뤄질 시 이주 등의 혼란을 최소화해야한다"며 "해당 지역 전체가 노후 아파트라는 점에서 정비사업은 피할 수 없는 과제"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렇듯 분당에도 첫 사업계획승인을 받은 단지가 발생하는 등 리모델링에 있어 긍정적인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재건축에 비해 사업성을 떨어진다는 단점을 극복하여 끝까지 사업이 추진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