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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onyverse Nov 16. 2020

프렌치 엔딩 그 이후

신년 목표 말고 신주 목표

브런치 북에 첫 글을 올린 지 1달 10일 차 되는 날이다. 애초에 순간적으로 한글로 된 에세이 형식의 책을 쓰고 싶었던 이유도 한국에 있는 독자와 소통하고 싶어서였다. 그렇게 올린 글들이 한 권의 책이 되어 브런치 북에 자체 출간이 됐고, 이제는 제법 많은 조회수를 올리고 있다.  그동안 어떤 챕터가 한국 독자들의 관심을 더 부르는지 보는 재미도 쏠쏠했고,  많지는 않았지만 심심치 않게 달리는 댓글에 답변도 달며 예상치 않게 열린 대화의 장을 만들어가는 가슴 떨리는 순간도 있었다.

글을 한창 쓸 때나 지금이나 수면 부족과 피곤함으로 생기는 혓바늘은 아직 변함이 없다.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안고 있는 갓난아이를 떨어뜨릴까 걱정되는 컨디션에 그래도 글을 쓰기 전에 비해 지금 변한 게 있다면 아마도 내 상황을 바라보는 내 시각일 것이다. 미국 가수 아리아나 그란데가 최근에 발표한 앨범에 포함된 <POV>라는 곡처럼 말이다.

사실 가장 최근에 올렸던 ‘취집이 가장 싫었어요’ 챕터는 나름 내가 처한 상황에서 내 입장을 호소하는 글이었지 불평을 하는 글은 아니었다. 적어도 내 의도는 그랬다.  그나마 7년이 다 돼가도록 나라를 계속 바꿔가며 살아야했던 국제 연애에서 결혼까지 골인하고 아이를 낳고 살 수 있었던 이유도 나름 새로운 환경에 최대한 잘 적응하려는 내 성향이 한몫했다고 자신할 수 있다. 새로운 상황이 닥치면 실패자나 낙오자처럼 보이지 않기 위해서라도 항상 내가 즐길 수 있는 삶의 방식을 찾아갔고, 그래서 매번 바뀌는 환경 속에서도 큰 불만 없이 지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내가 7년이 다 돼가는 마당에 굳이 이렇게 글로서 내 상황을 호소하고자 했던 이유는 두 가지가 있다.

우선 하나는 상황 판단이다. 가끔 단점은 눈 가리고 아웅 하고 장점만 보고 사는 게 습관인 나는 상황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기보다는 나에게 유리한 쪽으로만 바라보곤 한다. 그렇게 하는 게 내 정신 건강에 더 좋기도 하고, 불평불만 없이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생각해서 갖게 된 습관 아닌 습관이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이런 생각으로 살았던 것 같다. 어릴 때라면 한 일곱 살 정도. 그래서 이제 와서 상황을 객관적으로 판단해 뭐가 좋고 뭐가 안 좋은 지를 가리고 더 개선해 나가려는 생각을 하는 게 생각만큼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되려 좋은 부분만 보고 있으니 안 좋은 부분이 있어도 굳이 개선하려고 하기보다는 편한 것만 보고 살뿐이다. 코쟁이 남편을 만나고 나서 생각하는 방식 중 바뀐 것이 있다면 아마도 당연해 보이는 상황조차도 360도로 바라보는 것일 것이다. 너무 당연해 보이는 일들도 굳이 뜯어보고 살펴보는 남편은 꼭 본인이 선택할 방향이 아니어도 굳이 장단점을 다 따져보는 스타일이다. 처음엔 소모적으로 왜 저렇게 생각하나, 갈 방향만 바라보면 되지라고 생각했다. 저렇게 생각하려다 보면 불평불만을 하는 순간이 꼭 생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평불만이 무언가에 대한 불합리함이나 불편함을 일차적으로 느끼는데서 오는 거라면, 그게 없이는 그다음 단계인 건설적인 비판이 불가능했다. 그런 면에서 불평불만을 표현하는 건 가끔 당연한 과정이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불평불만을 한다고 해서 꼭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물론 항상 불평불만에서 끝나고 더 이상 개선의 방향으로 생각이 진전하지 않는다면 부정적일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나름 긍정적인 생각으로의 발상의 전환일 수도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도 이제는 뭔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불편함이 느껴지는 것들이 있으면 그 생각을 표현으로 옮긴다. 그리고 그 표현을 하고 나면 개선의 답이 보이는 것들이 꽤 많다.

그래서 두 번째 이유로 넘어가자면 바로 내가 여태까지 힘들었다고 느꼈던 상황에 대한 대책을 세우기 위함이었다. 그동안 내가 직업을 원하는 대로 갖지 못해서, 소셜 미디어로 성공적인 크리에이터가 되지 못해서,  돈을 벌지 못해서 불만이었다면 그것들을 제대로 할 수 있는 방향을 잡아야 했다. 최대한 열심히 해본 다음에도 안됐다고 하는 거랑 열심히 생각만 하고 행동으로 옮기지 않았기 때문에 안됐다고 하는 데에는 현저한 차이가 있다. 만약 내가 여태까지 후자였다면, 여태껏 노력했다고 생각했던 거에 비해 좀 더 고민하고 좀 더 전략적으로 움직여야 진전이 있지 않을까. 그래서 오늘의 글은 서론이 좀 길었지만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과 내 다짐을 같이 집고 넘어가 내가 좀 더 사명감을 가지고 노력할 수 있도록 내 자신을 위한 장치를 세우기 위함이다.

우선 직업은 아니지만 취미 정도로 여길 수 있는 글쓰기는 위에서 말한 불평불만처럼 나 자신을 표현하는 데에 있어서 가장 일차적인 작업이다. 글을 쓰려고 컴퓨터 앞에 앉기 전까지는 나도 잘 느끼지 못하고 있었던 감정이나 현상들이 글로 표현되고 나서부터 현실이 되곤 한다. 현실 인정이 되면 나도 그 현실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져야 할지, 그리고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할지에 대한 좀 더 명확한 생각이 생기곤 한다. 예를 들어 이번에 <프렌치 엔딩>을 쓰면서 지금 내가 이 상황에 오기까지 겪은 수많은 일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고 지금의 나를 만들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그래서 어떤 상황에 처하더라도 너무 긴박하고 막막한 생각만 하고 순간을 모면하기보다는 나를 위해 올바른 선택을 해서 조금 더 멀리 내다보고 삶을 살아갈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반면 중간중간 생각은 했지만 굳이 표현하지 않았던 감정들을 굳이 말로서 표현하고 감으로서 얼마나 마음이 편해질 수 있는지도 깨달았다. 마치 계속 잡고 있던 고민들을 놓아버린 것 같은 홀가분함이랄까. 더 이상 누구에게 내 마음을 호소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 그런 가뿐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고 나니 앞으로 나아갈 힘도 생기고, 좀 더 현명하게 살아가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나를 위한 생각을 하는 용기도 생겼다. 용기를 내야지 하고 생각하는 것과는 현저히 다른 진정한 용기였다. 그래서 나도 알아차리지 못했던 내 생각을 정리하고 <프렌치 엔딩> 그 이후의 삶은 진정 내가 원하는 대로 설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계속해서 글을 쓰기로 했다.

그리고 글로 다짐한 것들을 행동으로 옮기는 과정과 내 모습을 영상으로 담기로 했다. 사실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면서 중구 남방으로 콘텐츠를 만들어 온 경향이 있다. 내가 원하는 콘텐츠 대비 조회수가 많은 콘텐츠 사이에서 고민한 흔적이라고나 할까. 내가 봐도 좀 정신이 없다. 하지만 영상 촬영이나 편집은 내가 너무 즐겨하는 작업이고, 내 표현의 방식 중 하나이다. 정해진 규칙을 따르는 것보다는 새로운 스타일을 만들어가기 좋아하는 나에게는 자유로운 표현의 장이다. 그래서 미적으로 너무 예쁜 마르세유에서 살아가는 나의 평범한 일상을 영상으로 예쁘게 잡아내어 그 사이에 느껴지는 내 감정을 담은 감각 있는 영상을 만들어 내고자 한다. 이름도 생각했다. 내 정신건강을 위한 쇼라는 의미에서 모랄리티 쇼이다. 프랑스 사람들이 잘 쓰는 표현 중 정신 건강에 좋다는 뜻으로 모럴에 좋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리알리티 쇼에서 영감을 받아 모랄리티 쇼라고 지어봤다.  

마지막으로 내 사랑 패션에 대한 욕구 충족은 어떻게 해야 하나가 나에겐 큰 고민이다. 패션 아이템을 태그 하는 인스타그램 포스트로 소셜 미디어 인플루언서가 되기를 꿈꿨던 나에게 인스타그램에 올릴 사진을 위해 매번 패션 아이템에 투자 아닌 투자를 한다는 것은 경제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도 시도는 해봤으나 항상 새로운 것을 보여주는 것은 진짜 새로운 물건 없이는 힘든 일이다. 그래서 아직 생각만 하고 찾는 중이지만 하고자 하는 게 바로 온라인 쇼핑몰이다. 내가 여태껏 다뤘던 명품과는 성격도 다르고 소싱도 틀린 동대문 사입을 통해 한국 시장, 혹은 프랑스 시장에 온라인으로 팔아보는 게 계획이다. 하지만 내가 해외에 있으면서 상품을 소싱해야 하는 만큼 국내에서 나와 함께 사업을 전개해줄 파트너가 필요하다. 웬만해선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지만, 한국에서 상품을 소싱하는 이상은 내가 생각했을 때 파트너가 있는 게 최선이다. 그래서 현재 열심히 나의 꿈을 같이 이뤄줄  동업자를 찾고 있다. 해외로 나오면서부터 하고 싶다고 생각을 하게 된 쇼핑몰 사업에 가장 큰 귀감을 준 사람은 아무래도 스타일난다의 김소희 대표일 것이다. 나랑 동갑 혹은 한 살 많거나 심지어 어릴 수도 있는 그녀는 내가 지금 생각하는 사업을 22살의 나이에 무작정 시작해 13년 후 국내 최대 온라인 쇼핑몰로 키웠다. 그리고 2년 전, 프랑스 최대 뷰티업계 그룹인 L사에 육천억 원에 매각했다. 스타일난다를 백 프로 소유할 때 부토 부동산 투자 큰손으로 소문이 자자하던 그녀는 이제 청년 사업가의 타이틀을 조금 뒤로 한 채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 열심히 육아에 전념하고 있다. 지금 거의 같은 나이에 한 아이의 엄마가 되어 그녀가 13년 전에 한 일을 이제 시작하려고 하는 나에게는 영웅적인 존재이다. 그런 그녀의 스토리에 귀감을 받은 나는 얼마 전 L사 웹사이트에 들어가 소속 브랜드로 소개되어있는 스타일 난다 페이지에 들어가 보았다. 브랜드 소개가 되어있는 웹페이지에는 김 대표가 했던 말이 인용구처럼 쓰여 있었다.


"싱글맘인 우리 엄마는 어릴 적 나에게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볼 줄 아는 특출 나고 남들과 다른 사람이 되기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가르치셨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글 초반에 언급했던 미국 가수 아리아나 그란데도 싱글맘과 큰 외동딸이다.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나 비즈니스 우먼은 유독 다 싱글맘과 자라 꿈을 이룬 케이스들이었다. 그들이 다 싱글맘과 자랐다는 게 아이러니하다기보다는 양쪽 부모가 다 있는 것보다 가끔은 엄마만 있는 자녀들이 더 큰 꿈을 이룬다는 거다. 뭐 그렇다고 양쪽 부모가 다 있으면 큰 꿈을 이룰 수 없다는 것은 전혀 아니다. 성공한 여성들이 저 둘만 있는 건 아니니까. 하지만 가끔은 남들이 보기에 힘들어 보일 수 있는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 더 크게 밀고 나가 꿈을 이루는 데 성공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내 힘들어 보이는 현 상황이 어찌 보면 기회일 수 있다는 생각. 그 생각으로 장점만 보는 버릇을 오늘도 난 버리지 못한다.


집앞 산책중
내 요즘 일상
집앞에서 발견한 커피샵
아기와 점점 실력이 늘어가는 거울 셀피
아기와 집에서 타이머로 찍고 있는 인스타그램용 집화보.
다시 운동을 시작하려고 산 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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