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사람을 문화예술교육의 자리로 초대하는 선생님의 마음이 어땠을지 생각해봅니다. 그동안 익숙하게 가져오신 만남과는 다른 형식의 낯선 만남이셨을 것이기에, 아마도 어색함과 쑥스러움이 앞서지 않았을까 짐작해봅니다. 그만큼 A에게 어떻게 말을 거실지 고민하셨을 것 같아요. 어떤 구상과 작전을 세우셨는지 들려주시겠어요?
"아무래도 친한 사이에서 진지함을 보이는 것은 극단적인 일을 겪는 경우가 아니라면 살짝 부끄러울 수도 있는데요. A의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A의 언어로 풀어가려고 노력했습니다."
"일단 A가 바라는 문화예술교육이란 무엇인지 고민하는 시간이 깊었습니다.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재료를 구매해 샘플을 먼저 만들고 문화예술교육 경험이 없는 다른 지인에게 교육을 진행하면서 받은 피드백을 반영해 프로그램을 완성했습니다."
"A를 초대하는 과정은 간단했습니다. 문화예술교육을 경험하게 해주고 싶다는 나의 다짐을 A에게 단호하게 밝혔고, A도 호응해 주었습니다. 평소 A의 뒷꼭지만 보고 따라오던 새끼 오리같은 존재가 갑자기 선생이 되어 앞에 서니, 어색함도 물론 있었지만 잠깐이었습니다."
"A에게 전화해 프로그램의 취지와 교육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A는 평소 관심이 있었지만 막상 하려니 부끄럽고 걱정도 되는지 망설이는듯 보였습니다. 나는 평소에 A를 보며 이런 프로그램을 함께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고, 다른 분들과 함께 참여해도 좋다고 적극 권유했습니다."
"A에게 보낼 초대장을 펼치면 안의 글을 읽을 수 있는 편지로 만들었습니다. 웨딩카드를 받는 것처럼 설렘을 담고 커리큘럼을 딱딱하지 않게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평소 나의 작업을 지지해주고 응원해주는 고마운 A는 막상 제가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할 기회는 없었습니다. A는 문화예술교육 활동을 할줄도 모르고 배울 생각도 없다는 이야기를 여러 차례 하기도 했던 터라 더 초대하기가 망설여지기도 했습니다. 프로그램의 취지를 A에게 있는 그대로 설명하면서 비슷한 상황의 다른 분들과 함께 해보자고 제안드렸습니다."
"사업공고를 보자마자, "아, 이거 하고싶다!" 생각했어요. 여러 사람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지만, 막상 초대할 생각을 하자 쑥쓰러움과 걱정이 커서 시도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저에게도 용기가 필요했던 것 같아요. 평소에 알고 지내던 A를 저의 분야에서 만나야 한다는 것이 한편으론 부담스럽고 걱정되기도 하였습니다. 평소 A와 공감대를 나누었던 주제와 방향을 모티브로 소중한 선물을 준비하여 초대한다는 느낌으로 다가갔습니다."
"오히려 가까운 사이이기에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습니다. 서로 잘 알고 있는 사이라는 생각에 혹은 자신의 다른 모습을 익숙한 사람에게 드러낸다는 것이 어색해지는 순간이 발생할 것이라 예상했고 실제로도 그러했습니다."
"평소 여가 활동을 즐기지 않는 A는 현재 하고 있는 일을 그만둔다면 여생을 어떻게 보낼지 늘 걱정이 많습니다. 요즘같은 시대에 만약 무언가에 관심이 있고 배우고자 하는 마음만 있다면 배움의 장소나 기회가 널렸다고 하지만, 낯선 분위기, 낯선 공간에 가서 무언가를 새로 접하는 것이 영 내키지 않아 하는 듯 보였습니다. 그런 A를 문화예술교육의 자리에 어떻게 초대할지, 어떻게 해야 거절하지 않을지를 궁리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반대로 이것이 나를 위한 프로그램이니 나를 도와달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A는 단 한 치도 거부감이나 망설임 없이 바로 응해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