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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르떼 시민교육팀 Feb 21. 2023

잘 아시겠지만,
아니 모르시겠지만

가까운 사람에게 나를 소개하려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이야기해야 할까

나를 잘 아는 사람들에게 내가 하는 일을 소개하기란 더 어려운 것 같습니다. 내가 일을 훌륭하게 하고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또 믿고 있는 이들은 내가 그 일을 하면서 즐겁고 행복한지에 더 관심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런 만큼 가까운 사람들을 초대하면서 자신을 소개하는 말을 더 공들여 가다듬으셨을 것이고, 그 과정이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도 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 마음을 다시 한 번 떠올리면서 어떤 말씀을 건네셨는지 귀띔해 주시겠어요?

이번 프로젝트를 하면서 문화예술을 생소해하는 사람에게 나를 소개한다는 것이 이렇게 어색하고 어렵다는 것을 새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심지어 나를 잘 아는 사람에게는 더더욱 그렇다는 것도요.
 
평소 문화예술교육에 참여한 경험이 없는 분들을 초대했기 때문에, 그분들이 안심하고 교육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가 가진 전문성 보다는 저와 그분들이 어떤 관계인지를 우선적으로 강조하면서 저를 소개했습니다.

제가 하는 일을 직함으로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는 제가 하는 일을 충분히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이 일을 통해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경험을 쌓아 나가고 있는지 이야기해보려고 했습니다. 저는 인생에서 나를 탐구하고 알아가는 것, 그것을 통해 나와 사회 그리고 세상에 대해 폭넓게 알아가고 타인을 포용할 수 있는 마음을 갖게 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작품을 만드는 일을 통해 그 생각을 조금씩 실현해 나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요. 이것이 제가 하는 일이라고요.

이번 프로젝트에 초대한 분들은 평소 자주 보는 이웃들이었어요. 서로 익숙한 사이지만 각자 어떤 일을 하고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성격인지 등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지 못했습니다. 이웃분들도 제가 예술가라는 것은 알지만 제가 어떤 작품을 만드는지, 문화예술교육을 어떻게 하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셨을 겁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저의 프로필이나 경력, 작업이나 활동에 대한 소개를 하는 대신 수업마다 구체적인 체험을 통해 제가 하는 일을 몸으로 경험하며 이해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가까운 이들을 초대하는 것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가까운 이들은 혹여라도 저에게 피해를 줄까봐, 다른 사람들에게 기회를 양보한다는 마음으로 멀리서 저를 응원해 주셨고, 저도 그것을 은연중에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첫 번째 수업에서 쑥스러움과 함께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전시회 같은 작업의 결과를 선보이는 자리에는 이들을 초대했지만 과정을 보여주는 것은 좀처럼 하지 않았었다는 것도 새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프로젝트를 제 작업실에서 진행하면서 제가 평소에 일하는 공간이 나에 대해 이야기해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작업실을 둘러보고 궁금한 점을 질문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참여하신 분들은 작업실에서 사용하는 물건이나 작업실에서 제가 하는 경험에 대한 질문을 해주셨고 그에 답하면서 자연스럽게 나를 소개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를 하면서 특히 신경 쓴 부분은 평소 교육할 때와 다르지 않게 진행하는 것이었습니다. 아주 익숙한 공간에서 매우 익숙한 사람들과 전혀 익숙하지 않은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익숙한 관계에서 만들어지는 고정된 시선이 새로운 시도를 주저하게 만들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주저함이 제가 초대한 A를 가로막지 않도록 오히려 평소 하던 방식으로 힘있게 당겨보는 것도 방법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에 대해 충분히 이해를 구해서 교육은 순조롭게 진행했지만, A는 평소에 교육을 할 때 이렇게 하려면 너무 힘들겠다며 저에 대한 걱정이 평소보다 더 커진듯 했습니다. 나는 이 프로젝트를 하며 A와 함께하는 것이 그저 즐거웠는데 A에게는 꼭 그렇지만도 않았던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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