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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르떼 시민교육팀 Feb 23. 2023

밑그림도 중요하지만
큰그림도 중요하잖아요

참여 예술(교육)가 인터뷰 ③ : 김정민

김정민 문화예술교육 기획자 

민화팩토리 기획팀장으로 일하면서 한국의 아름다운 전통문화와 민화를 중심으로 융합형 예술 교육 콘텐츠를 기획하고 운영하고 있다. 아동‧청소년부터 대학생, 중장년에 이르기까지 문화 접근성을 높이고 예술 감수성을 증진시킬 수 있는 기회를 끊임없이 만들어가고 있다. 




강지웅(이하 '강'): 이 프로젝트에 지원하시게 된 동기가 인상적이었어요. 청소 노동자분들과 어떻게 프로젝트를 하시게 되었을까 더 자세한 이야기도 궁금했고요.
김정민(이하 '김'): 평소에 청소 노동자분들하고 교감이 있었어요. 저희 사업에 참여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하는 이야기도 나누었었는데 마땅한 기회가 닿지 못했어요. 직장을 대상으로 하는 문화예술교육 사업이 여럿 있긴 한데요. 용역 업체의 경우는 조금 애매한 부분이 있기도 하고, 이분들의 연령대가 좀 높으신 편이다 보니 자발적으로 신청하시기도 좀 어려운 상황도 있었고요. 그러던 차에 이 프로젝트가 이분들하고 함께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어요.
 

강: 저도 이 프로젝트가 불가피한 사정 때문에 그동안 하기 어려웠던 시도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롭고 또 흥미롭다고 생각했어요. 선생님 말씀 들으니까 그 불가피한 사정에도 여러 갈래가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선생님께서 남겨주신 이야기를 읽으면서 청소 노동자분들께서 선생님 사무실에 놓인 작품들을 관람한 관객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직원들이 없는 사무실이 일종의 전시장이 된 셈 아닐까 싶었어요. 

김: 이번에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전에도 이분들과 평소 말씀을 나누는 기회가 있었어요. 저희가 보통 오전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일하는데 이분들은 빠르면 오후 3시 반에서 늦어도 5시 전에는 퇴근하셔요. 이분들 중에 퇴근하고 문화예술교육을 배우러 다니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악기도 배우시고 자격증도 준비하시고요. 평소에 그런 점들을 저희한테 말씀을 해주시면서 배울 기회가 있다면 참여하고 싶다고 해주셨어요. 민화에 대한 거리감도 없으셨어요. 저희 사무실에 붙여둔 사업 포스터에도 민화가 대부분 포함되어 있는데, 그걸 보시고 저희가 하는 일에 대해 호기심을 보이시기도 하셨어요.

     

강: 이번 프로젝트를 기획하시고 운영을 주도하셨잖아요. 그런 점에서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과정을 주의 깊게 관찰하셨을 것 같아요. 프로젝트를 기획하시는 단계에서 구상하시고 또 상상하셨던 바가 있으셨을 텐데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과정을 지켜보시는 과정에서 어떤 걸 확인하셨고 또 새로 발견하셨을지 궁금해요.
김: 교육은 저희와 함께 작업하는 민화 작가분들이 주도하고 저는 교육 진행을 같이 하면서 참여하신 분들의 반응을 관찰하고 소감을 수집하는 작업을 했어요. 프로젝트 기간이 짧은 편이어서 민화를 그리는 작업을 능숙하게 해보거나 민화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정도로 범위를 설정해야 하는 것 아닐까, 테크닉에 대한 부분만 다루는 것은 조금 아쉽지 않느냐 하는 논의를 준비하면서 굉장히 많이 했거든요.

막상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참가자들과 대화를 굉장히 많이 하게 되었어요. 민화는 종류마다 뜻이 다 있거든요. 가령 연꽃은 장수를 상징하고 여기에 새가 있으면 가정의 화목이나 평화를 뜻하고, 모란은 부귀영화라는 의미가 있어서 거기에 얽힌 자기 이야기를 하게 되더라고요. 저희는 본인보다는 자녀에 대한 이야기를 더 많이 하시지 않을까 했는데 본인의 개인적인 소망에 대해 적극적으로 말씀하시면서 앞으로 성장하는 것에 대한 열망도 크셨어요. 그래서 저희 작업에도 관심을 보이시고 참여하고픈 관심이 있다는 제스쳐를 취하신 거구나 했어요.

말씀을 듣다 보니 자녀에 대한 생각이 없는 것이 아니라 이제 어느 정도 성장해서 본인을 챙길 수 있는 여유가 생기면서 자기 자신을 위한 목표를 세우시게 된 거더라고요. 젊은 사람들은 노인들이 여생을 안정적으로 보내고 싶어할 것으로 생각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본인들은 앞으로 2, 30년이라는 긴 시간이 남아 있다는 걸 명확히 인지하면서 그 시간을 어떻게 채워나갈 것인가에 대해서도 고민을 깊게 하고 계시더라고요. 그런 생각과 고민을 그림을 그리시면서 굉장히 많이 투영하시는 것에 놀랐어요. 저희가 프로젝트가 끝난 뒤에도 그림을 완성하실 수 있도록 더 교육을 진행했는데요. 그림을 완성하시면서 참여자분들도 생각을 좀 더 정리하실 수 있었을 것 같아요.
 
강: 어떤 의미가 담긴 그림을 많이 그리시던가요?
김: 돈에 대한 의미가 있는 그림을 많이 선택하셨는데 단순히 돈을 많이 갖고 싶다는 것이 아니라 저마다 이유가 다양했어요. 앞으로 여생을 더 알차게 살기 위해 어느 정도의 돈이 필요한가에 대한 생각도 저마다 다르셨고, 오히려 연령대가 높은 참여자분들께서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한 계획을 실행하는 데 어느 정도의 비용이 필요한지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계셨어요. 아직 자녀가 출가하지 않은 분들은 입신이나 출세를 의미하는 책가도나 용 그림을 선호하셨어요.


강: 참가자분들이 이전까지는 일종의 관람객으로 작품을 보시다가 이번에 한 편의 작품을 완성해보신 거잖아요. 직접 작업을 해보면서 그분들도 느끼거나 생각하신 바가 있으셨을 것 같아요. 가령 “볼 때는 어땠는데, 그려보니까 어떻더라” 같은 반응들이 있으셨을 것 같아요.
김: 민화가 한 번 채색하고 끝나는 그림이 아니거든요. 배경을 채색하고 유색, 붉은색이라든지 노란색이라든지 그거를 또 얹고, 그 위에 이제 아교로 기름을 섞은 색깔을 또 얹는 방식으로 색을 축적하는 작업이다 보니까 빨리 안 끝나요. 그래서 계속 들여다보면서 색을 얹고, 말랐을 때 나오는 색에 또 어떤 색을 덧입혀야 하나를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해요. 그러다 보니까 색에 대한 생각에 집중하다 보면 잡생각을 좀 잊을 수 있는 시간이 되기도 해요.


이분들이 많이 말씀해 주셨던 거는 내가 이렇게 그림을 시도할 수 있을지 몰랐다, 그리고 그림을 완성하는 과정이 내가 생각했던 거랑 너무 달랐다. 지금 민화를 그리면서 내가 과거에 알고 있던 민화를 생각하고 민화에 내 미래를 투영해볼 수 있어서 생각보다 어려웠지만 투자할 만한 장르였다고 하셨어요. 내가 그린 그림을 보고 뿌듯하다는 반응은 별로 없었는데요. 그도 그럴 것이 저희가 샘플하고 이분들이 작업한 거랑은 차이가 많이 있을 수밖에 없었죠. 그보다는 그림이 지닌 의미와 내가 가진 욕망과 생각을 연결하면서 그림을 그리는 작업 과정 자체를 만족스러워하셨어요.
 
강: 이번 프로젝트는 참여하신 분들이 문화예술교육을 경험해보신 분들이 많이 계셔서 진행에도 도움이 된 것 같아요. 한편으로 문화예술교육을 배워볼 생각을 못 하셨던 분들에게 다가가려고 한다면 조금 다른 접근을 해야 할 것 같은데요. 경험이 없는 분들에게 가장 큰 장벽은 쑥스러움 같다는 생각을 해보게 되는데요. 이 낯설어하는 마음을 넘어서도록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요?

김: 쑥스럽다는 것은 제대로 경험해본 적이 없기 때문인 것이 굉장히 크겠죠. 그래서 본인과 비슷한 또래나 비슷한 환경에 있는 분들이 경험하는 것을 보는 기회가 주어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문화예술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직접 참여할 기회가 주어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눈여겨 볼 수 있고 활동이 진행되는 곳에 방문할 기회가 주어지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알 수 있도록 캠페인을 많이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생활 곳곳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는 캠페인이나 홍보를 지금보다 노출의 빈도를 늘려서 더 활발하게 하면 좋을 것 같아요.


강: 현장의 모습을 좀 더 많이 목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선생님께서는 이번 프로젝트에서 참가자들과 강사분들 사이에서도 매개 역할을 하신 거잖아요. 강사분들과 교육을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 조율하시는 과정도 있으셨을 것 같아요.
김: 저희와 함께 작업하는 강사분들이 대부분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인 젊은 분들이세요. 그래서 연령대가 높은 참가자분들과 커뮤니케이션이 힘들지 않을까 걱정할 수 있는데요. 생각보다 연령대가 높으신 분들이 젊은 사람에게 배우는 걸 선호하는 편이에요. 본인들께서 하고자 하시는 의욕이 있으시다 보니까 젊은 강사가 요즘 표현으로 설명하는 것도 선호하시고요. 그래서 이번 프로젝트를 하면서도 참여자분들에게 연령대나 개인적인 관심사 같은 것들을 서면으로 받아서 어떻게 진행할지 내부적으로 몇 차례 워크숍을 했어요.
      

저희가 제일 먼저 중요하게 고려한 건 참여자분들의 관심사에 맞춰서 도안을 선정하는 것이었고요. 다음으로는 2, 30대 강사와 60대 전후의 참가자들이 어떻게 커뮤니케이션하면서 라포를 쌓을 것이냐였어요. 가장 길게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생각보다 어렵진 않았어요. 참여자분들이 주로 강사들의 부모님 연령대셨기 때문이기도 했고, 공통된 관심사를 빨리 찾으면서 이야기가 잘 이어져 나갔어요. 교육을 진행하면서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는 것 외에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어떻게 시작하며 풀어나갈 것인지도 고민을 많이 했어요.
 
강: 말씀하신 내용 중에 어떻게 이야기를 시작할 것인가는 이 프로젝트가 풀어보고 싶었던 지점 중에 하나일 것 같아요. 그 부분에 대해 더 이야기해주세요.

김: 민화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한꺼번에 많이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았어요. 민화가 초중고 교과서에 나오는 그림이기도 하고, 국민학교 교과서는 표지 안쪽이 다 민화였잖아요. 그래서 민화가 아주 생소하진 않을 것이고 이해하기 어렵지만은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민화에 대한 정보는 중간중간 설명해드리는 정도로 다루었고요. 오히려 저희가 중요하게 생각했던 거는 참여자분들이 어떤 삶을 기획하고 계시는가 였어요. 삶에 대한 고찰을 젊은 사람들은 처음 시도하는 것에서 하겠지만 나이가 있는 분들은 경험했던 바를 바탕으로 새롭게 고민할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그런 지점을 짚어내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고 또 실제로도 제일 이야기가 많이 나왔던 것 같아요. 


젊은 강사들은 기술적인 면은 잘 가르쳐줄 수 있지만 삶의 경험이나 거기서 쌓이는 지혜는 부족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연령이 높은 참여자들과의 소통 과정에서 다루어질 수 있는 내용에 대해 다양하게 예상을 해보기도 했어요. 실제로 참여자분들이 그림에 대한 것은 아니더라도 제2의 진로나 인생에 대한 고민을 말씀하실 때 강사들이 자신이 경험한 범위 내에서 의견을 이야기하기도 했고, 참여자분들이 문화예술에 대해 궁금해하시는 부분들에 대해서는 또 자세하게 설명하기도 하고요. 그렇게 문화예술에 대한 주제부터 삶에 밀착된 주제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을 생각보다 자연스럽게 많이 나누었어요.
 
강: 선생님 말씀만 들어도 교육을 진행하기 전에 선생님과 강사분들이 골치 아플 정도로 많은 상황을 가정하고 또 예상하시면서 준비하시는 시간을 가지셨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만큼 강사분들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가지신 소회도 남다르셨을 것 같은데, 어떠신가요?

김: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하신 강사분들은 다양한 계층을 만나서 교육을 해보신 분들이셨어요. 그래서 이분들은 교육에 참여하시는 분들이 어떤 목소리를 내고 싶어 하는지에 관심을 두셔요. 특히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어르신’이라 부르는 중장년들도 세대 별로 생각하고 고민하는 바가 굉장히 다양하다는 것을 발견하고 고민하게 되었다고 하셨어요. 특히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하신 분들과 나이에 대한 생각이 별로 들지 않을 정도로 커뮤니케이션이 잘 되었는데, 참여자들이 자기 자신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면서 강사분들 본인의 삶에 대해서도 돌아보는 계기도 되었다고 했어요. 그런 점에서 그림을 매개로 강사분들과 참여자분들 사이에 통했던 게 있는 것 같아요.
 

강: 기획자로 관찰을 많이 하시면서 더 보게 되시는 바가 있을 것 같아요. 민화의 매력은 무엇인지, 민화로 문화예술교육을 하는 것의 장점은 무엇일지 같은 것들이요. 특히 민화 작업이 자기의 내면과 소통하는 것 외에 작업을 매개로 다른 사람과도 소통한다는 것은 관찰자의 시선에서 더 잘 포착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었어요. 그 밖의 민화의 매력이 또 무엇이 있을지도 궁금해요.

김: 민화를 잘 모르시는 분들은 민화가 불화나 탱화처럼 종교적인 성격이 짙거나 오방색을 기초로 한다는 것 때문에 강렬한 색감이 주를 이루는 것으로 생각하실 수 있는데요. 민화는 동양화나 서양화처럼 교육 기관에서 하나의 전공으로 운영되는 장르가 아니어서 어떤 전공을 한 다음에 민화를 접목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면서 오히려 민화에서 새로운 색감이나 선, 디자인 같은 시도가 다양하게 이루어지는 편이에요. 민화에 대한 일반적인 편견이 민화가 굉장히 강렬한 그림이라는 것인데 요즘 민화는 부드럽고 예뻐요. 그런 차이가 첫 번째 매력이고요.     


두 번째는 문화예술교육에서 민화를 다룰 때 민화를 직접 그리는 방식도 다루지만, 민화에 담긴 시대적인 이야기를 활용해서 역사적인 인물을 다루기도 하고 한복에 접목하기도 하는 등 다양하게 접근할 수 있어요. 민화를 역사나 전통문화와 접목하는 융복합적인 시도를 할 수 있는 셈인데요. 민화는 바탕이 기본이 되는 본이 있어서 다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 그런데 민화는 그 본을 바탕으로 어떻게 변형하느냐가 매력이거든요. 본이 있어서 다 똑같다고 할 수 있지만 반대로 누가 그리느냐에 따라 다 다를 수 있는 거죠.
 

강: 선생님께서 하시는 일을 어떻게 소개하시는지를 여쭌 질문에 대해 하는 일을 명확하게 설명한다고 답해주신 것이 무척 인상적이었어요. 기획이라는 일이 워낙 포괄적인 의미가 있다 보니 그만큼 설명하기 어려운 것 같다는 생각을 저도 하거든요. 그래서 선생님께서 답해주신 것처럼 설명하는 것도 방법이겠다 싶었어요.

김: 사실 저도 늘 고민하는 부분이긴 한데요. 기획이 어떤 명확한 결과물을 만들거나 행위가 명확하게 그려지는 일이 아니다 보니까 설명하기 어려울 때가 있지만 매개자 역할을 한다는 것이 기획자를 잘 설명할 수 있는 표현 중에 하나라고 생각해요. 문화예술이 아니더라도 뭔가를 접촉해 보지 못한 사람에게 무언가를 전달하는 사람이 매개자인 거잖아요. 한편으로 기획자의 일이 추상적이라고 해서 꼭 관념적으로 설명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무엇이 필요한지 포착하고 그것이 가능할 수 있도록 아이디어를 내고 또 실행하는 것이 기획자가 하는 일이니까 그것에 대해 정확히 얘기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해요.


강: 몹시 공감하는 게 특히 IT 업계에서 서비스 기획자의 역할을 설명할 때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내용으로 설명하잖아요. 수요를 발굴하고 그게 실현될 수 있도록 여러 사람과 자원을 연결한다고요. 같은 역할인데 왜 문화예술로 넘어오면 약간 모호하게 여겨지는 것일까를 선생님 말씀 들으면서 생각해 봤어요. 사실 기획자의 역량이 거의 모든 교육 현장에서 요구되지만, 매번 따르기는 힘든 것 같아요. 배경이나 조건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문화예술교육을 기획할 때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점에 대해 조언해주신다면 어떤 점을 강조하시겠어요?

김: 아직은 문화예술교육에서 기획력보다는 실행력의 영향이 조금 더 큰 것 같아요. 그래도 기획의 중요성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실행과 기획의 균형을 추구하는 방향이 되어 가는 것 같아요. 아르떼에서도 기획에 대한 교육을 많이 제공해주시기도 하잖아요. 문화예술교육에서 기획이 필요한 이유는 교육 참여자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고 교육내용을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 구체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거든요. 이런 계획이 없으면 ‘몇 명이 수혜를 받았다’, ‘몇 개의 작업을 했다’처럼 교육의 성과를 정량적으로만 평가하고 정성적으로는 평가하기 어려워져요. 저는 주로 기획을 하지만 강의도 하거든요. 그러면서 현장에서 겪은 애로사항을 기획에 또 반영하기도 해요. 저는 기획자와 강사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분리되어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기획자가 강사를 할 수도 있는 거고, 강사가 현장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기획자로 활동할 수도 있죠. 그러면서 필요한 부분을 채워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강: 기획자로서 선생님께서 이번 프로젝트의 배경이나 의도를 잘 읽어주신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이 프로젝트에 어떤 의미를 두고 계시는지도 궁금해요.
김: 문화예술 사업은 대부분 대상을 정해두잖아요. 그게 너무 명확해서 그 범주에 애매하게 포함되지 못하는 사람들, 이번 사업에서 ‘엄마’로 표현한 분들은 참여할 수 없죠. 그런 점에서 이 사업처럼 대상을 의도적으로 조금 모호하게 두어서 더 많은 대상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이는 시도를 더 많이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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