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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천소년 Jul 11. 2023

책 좀 권해볼까?

6월에 읽은 책 소개


 저의 취미이자 특기는 독서입니다. 제가 꾸준히 책을 읽는 이유는 뭔가를 쓰기 위해서입니다. 다독을 하지 않아도 글을 잘 쓰는 천재들도 있지만, 저의 경우에 책을 읽지 않으면 쓸 수 없습니다. 결국은 제것을 표현하기 위해서 원료처럼 책을 읽는 셈입니다. 그렇게 나온 글이라는 것은 자신에게 쓰는 편지와도 같습니다. 글로 삶을 기록하는 습관을 통해 사는 대로 생각하는 것이 아닌 생각하는 대로 살게 됩니다. 물론 유튜브나 TV 영상에서도 동기 부여가 되는 콘텐츠가 많습니다. 하지만 책은 의식의 변화뿐만 아니라 행동의 변화까지 이끌어주는 힘이 있습니다. 실천까지 갈 수 있는 에너지를 부여한다는 측면에서 독서가 주는 효용의 가치는 꽤 높습니다. 어제보다 오늘 더 성장하고 나은 인간이 되고 싶은 마음에 오늘도 읽고 쓰는 삶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이번 6월 동안에 꽤 많은 책을 읽었습니다. 확실히 대중교통을 이용해 대구와 당진을 오고 가다 보니 자연스레 책을 읽는 시간을 확보하게 되었습니다. 기차나 대합실은 책을 읽기에 꽤 괜찮은 장소랍니다. 기차 타는 시간과 같은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지난 한 달 동안 '엄마 심리 수업(윤우상), 사피엔스 그래픽 히스토리 1~2(유발 하라리), 챗GPT 제너레이션(이시한),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김혜남), 결혼해도 괜찮아(박혜란), 사춘기를 위한 맞춤법 수업(권희린),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최인아), 결혼은 신중하게 이혼은 신속하게(이지훈), 내가 사랑하는 빨강(허윤선)'까지 총 10권의 책을 읽었습니다. 이번에 읽은 책들은 분량도 적당했고, 소재도 크게 어렵지 않아 평소보다 더 많은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지난달에 읽은 10권의 책들 중 5권의 책을 순서대로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1. 엄마 심리 수업, 윤우상


엄마 심리 수업 / 윤우상 /심플라이프 / 2019.05.25.


 '엄마 심리 수업'은 최근에 읽었던 육아 서적 중에 가장 감명 깊게 읽었던 책입니다. 아내가 추천해줘서 읽게 되었습니다. 1장까지만 읽고도 이 책은 꼭 소장해야 한다는 판단으로 바로 책을 구입했습니다. 


 이 책에서 저의 머리를 가장 크게 강타했던 도끼 같은 문장은 부모가 색안경을 끼고 아이를 바라보면 세상도 아이를 그렇게 대한다는 말이었습니다. 아이를 잘 키우고 싶다는 명목 아래 아이의 잘못된 행동을 지적하고 꾸중하고 화를 냈던 순간이 사실 저의 단점을 아이에게 투사했음을 깨달았을 때는 책에서 손을 놓을 수가 없었습니다. 부모가 아이를 대할 때 어떤 눈과 마음으로 보느냐에 따라 아이를 보는 세상의 눈이 달라진다고 합니다. 아이를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이 아이에게 냄새처럼 배어 세상도 아이를 그렇게 대우합니다. 아이의 단점을 보며 한심하다고 생각할 경우 타인도 내 아이를 한심한 녀석으로 대합니다. 아이는 잘 키우려고 낳은 것이 아니라 사랑받기 위해 낳는 거라는 지나영 선생님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아이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사랑을 주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부모의 역할을 잘하고 있습니다.


 현재 내 아이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부모, 현재 내가 자녀교육을 잘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드는 부모, 자기 삶을 즐길 줄 알고 세상에 호기심이 가득하며 배려와 존중이 몸에 밴 아이로 키우고 싶은 모든 부모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책을 통해 부모님께 감사하는 마음이 더 커졌어요. 그래서 다음 어버이날 때 부모님께 편지를 쓰려고 합니다. 그 편지 속에 반드시 '있는 그대로의 저를 믿어주고 사랑으로 키워주셔서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넣고 싶어요. 그리고 부모님처럼 저 역시 아이를 있는 그대로 믿어주고 사랑해 주고 싶습니다.


https://blog.naver.com/kukgyo/223143182339



2. 사피엔스 그래픽 히스토리,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 : 그래픽 히스토리 세트 / 유발 하라리 / 김영사 / 2021.11.22.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는 제 삶에 큰 영향을 준 책들 중 하나입니다. 인류의 빅히스토리를 재미있는 스토리텔링을 통해 전개해 나가는 사피엔스를 읽고 정리하며 인간과 세상에 대한 통찰을 기를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독서 모임이나 수업 시간에 사피엔스에 나오는 사례나 문장들을 자주 인용해 설명을 하고는 합니다. 그런데 얼마 전 도서관에서 '사피엔스: 그래픽 히스토리'라는 책을 만났습니다. 벽돌책이라고 할 수 있는 '사피엔스'를 흥미롭게 각색한 만화책입니다. 아들과 같이 읽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빌렸으나 아직 어린이가 읽기에는 내용 자체가 어렵습니다.


 사피엔스에서 강렬했던 소재만을 선별해 네 권의 만화책에 담았습니다. 한 장 한 장에 담겨 있는 콘텐츠의 밀도가 높고 내용을 전개해 나가는 방식이 드라마처럼 재미있습니다. 책을 통해 충격을 받았던 내용들이 그림으로 재현되니 더욱 실감 나게 인류의 역사가 다가옵니다. 특히 사피엔스가 자기보다 훨씬 더 큰 육상동물과 네안데르탈과 같은 다른 인류를 멸종시키고 지구의 주인으로 우뚝 설 수 있었던 이유가 '허구'를 믿는 힘에 있다는 저자의 통찰력은 만화로 다시 읽어도 감탄을 하게 됩니다. 오직 인간만이 신, 국가, 주식회사에 대한 허구의 이야기를 믿음으로써 서로를 모르는 수백만 명이 공동의 목표를 위해 협력할 수 있습니다. 하늘 위에 신이 있어 그가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벌을 받을 거라는 이야기는 오직 사피엔스만이 창조할 수 있고 믿을 수 있었죠. 그래서 인간은 수백만의 낯선 사람들과 협력할 수 있었고, 그게 안 되는 다른 동물들은 처음 보는 낯선 동족과 협력할 수 없었습니다.


 사피엔스를 읽으며 국가 역시 허구라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물론 국가는 세상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존재해야 할 허구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국가의 존재를 믿기 때문에 세금을 내고, 교육과 치안, 보건 같은 국가 시스템의 산물을 누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허구는 인간의 필요로 의해 상상해 낸 산물일 뿐입니다. '사피엔스: 그래픽 히스토리'를 읽으며 다시 한번 전쟁을 일으킨 푸틴에게 분노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전쟁으로 인해 러시아라는 국가의 위상이 앞으로 얼마나 상승할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국가는 허구적 존재이기에 전쟁에서 그 어떤 고통도 느낄 수 없습니다. 전쟁을 겪고 있는 사람들만이 실제로 고통을 느낍니다. 자신의 뜻과 상관없이 총칼을 들고 전쟁터로 나가야 하는 젊은이들, 전쟁 속에서 희생당하는 민간인들만이 전쟁의 폐해를 그대로 겪게 됩니다. 누군가는 국가라는 허구적 산물 뒤에 숨어 전쟁의 이익을 누릴 것입니다. '국가', '회사', '신' 등은 인간이 더 잘 살기 위해 만든 허구적 산물입니다. 허구적 산물의 영광을 위한다는 명분이 사람의 생명보다 더 중요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진정으로 지혜로운 '사피엔스'가 되기 위해서는 그 점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한편 1권의 마지막 장은 동물계가 배출한 가장 치명적인 연쇄살해범이 누구인지를 물으며 시작합니다. 흥미롭게도 지구 최악의 역대급 연쇄살해범 아니 대량 학살범을 쫓는 경찰이 등장합니다. 그가 지목한 범인은 바로 사피엔스입니다. 동아프리카에서 살았던 사피엔스가 아시아를 거쳐, 오세아니아와 아메리카로 진출하던 시기와 그 지역에 살았던 대형 포유류들이 사라진 시기가 일치한다는 점에서 그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명합니다. 재미있게도 법정에서는 변호사도 등장해 사피엔스 입장을 옹호합니다. 이런 점은 원작에 없는 만화만의 흥미로운 구성 방식입니다.


 그럼 사피엔스 재판은 어떻게 끝이 날까요? 검사 측에서는 19세기까지 인류가 미처 진출하지 못했던 갈라파고스 제도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 대륙의 생물들이 사피엔스로 인해 멸종했다는 증거를 내밀며 사피엔스에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선고해 주기를 요청합니다. 이에 대해 변호사 측은 고대 수렵인뿐만 아니라 농경사회 그리고 산업사회 이후의 지금까지도 사피엔스들의 살해는 같은 규모로 계속되고 있다고 말합니다. 즉,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나와 너 그리고 그들, 즉 우리 모두가 유죄라는 것이죠. 특히 산업화 이후 육식동물에 비해 그나마 피해가 적었던 해양동물들의 개체수도 급속도로 줄고 있습니다. 하와이와 미국 캘리포니아 사이에 형성된 쓰레기섬의 규모는 한반도의 몇십 배 정도의 크기까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어쩌면 사피엔스로 인해 지구 생태계가 버틸 수 있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얼마 전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팬데믹은 우리와 함께 지구를 살아가는 동물들이 주는 마지막 경고일 수도 있습니다.


 사실상 현재 지구에 거주하는 대형동물의 대부분은 인간과 인간에게 고기를 제공하는 동물들뿐입니다. 그 동물들조차 공장에서 물건 찍듯이 생산하고 인간의 필요에 의해 가차 없이 살육당하고 있습니다. 잊고 있었지만 이 글을 읽고 있는 우리 모두 사피엔스입니다. 미래의 후손들에게 범죄자라는 오명을 쓰지 않기 위해 지금부터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행동에는 무엇이 있을지 고민하게 됩니다. 사피엔스를 이미 읽은 사람과 아직 읽지 못했지만 그 내용이 궁금했던 사람 모두에게 이 책을 강력히 추천합니다. '사피엔스: 그래픽 히스토리'는 인류 문명의 역사를 한눈에 쉽게 알 수 있으며,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에 대한 통찰도 키울 수 있는 책입니다.



3. GPT 제너레이션, 이시한

GPT 제너레이션 / 이시한 / 북모먼트 / 2023.02.28.


 'GPT 제너레이션'은 아파트 인문독서 모임에서 추천한 책입니다. 북튜브 '시한책방'의 구독자로서 이 책의 저자가 이시한 작가임을 알게 되니 괜히 반갑더라고요. 이시한 작가는 어려운 고전 내용도 이해하기 쉽고 우리 시대에 맞게 설명해 주는 탁월한 북튜버입니다. 그럼 점에서 이 책 역시 '언어 생성형 인공지능'의 대표격이라 할 수 있는 '챗GPT'와 관련해 우리가 꼭 알아야 하는 내용들과 새로운 기술에 대처하는 태도 등에 대해 쉽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책 내용을 기반으로 수업 시간에 사용할 비문학지문도 만들었어요.


 온 세계가 난리인 챗GPT가 무엇인지 궁금하신 분들께 이 책을 인공지능 입문서로 추천합니다. 이미 신문기사나 관련 책을 통해 언어형 인공지능에 대한 소양을 갖춘 분들께는 크게 추천하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인공지능 개발자가 쓴 책이 아니라 인문학자가 쓴 책이다 보니 기술에 대한 전문성이나 정확도는 떨어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목차와 본문 내용을 살펴보면 물 들어올 때 노를 젓는다는 생각으로 챗GPT가 한창 화제가 되었을 때 급하게 책을 저술한 티가 납니다. 인공지능이 만들어 갈 미래 사회에 대한 예측이나 인공지능을 어떻게 내 삶에 적용할까에 대한 부분에 해당하는 내용이 다소 평범했거든요. '챗GPT'를 바라보는 저자만의 독특한 인사이트를 느낄 수 없었다는 점이 다소 아쉬웠던 책이었습니다.



4.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김혜남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 김혜남 / 메이븐 / 2022.11.11.


 지금 현재의 삶에 재미를 못 느끼고 하루하루에 의미를 찾기 힘든 분들께 김혜남 선생님의 따뜻한 목소리가 담겨 있는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이란 책을 추천드립니다. 이 책에서 지금 자신의 삶에 꼭 필요한 문장들을 챙겨 가시기를 바랍니다. 새롭게 깨닫게 된 인식을 실천까지 가져가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구절에서 한참을 시선이 머물렀고, 노트에 직접 필사하며 저자의 생각을 제 것처럼 만들고자 노력했습니다. 


 아주 사소한 일까지 모두 상처라고 말하면 우리 삶은 문제덩어리가 되어 버린다. 왜냐하면 상처를 입었다는 것은 누가 나에게 어떤 위해를 가했다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중략) 내가 조금만 노력하면 고치고 해결할 수 있는 일들이 내 힘으로 해결 불가능한 문제로 변해 버리는 것이다.

(제발 모든 것을 ‘상처’라고 말하지 말 것)


 용서란 자신과 상대에 대해 품고 있던 이상을 접고, 현실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작업이다. 즉 상대도 나와 똑같은 어쩔 수 없는 인간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애정을 쏟아부을 가치가 없는 그에게 몰두했던 내 에너지를 거두어들이는 작업인 셈이다.

(내가 그를 용서한 진짜 이유)


 버틴다는 것은 내적으로는 들끓어 오르는 분노나 모멸감, 부당함 등을 다스릴 수 있어야 하고, 외부에서 주어진 기대 행동에 나를 맞추면서도 나 자신을 잃지 않아야 하는 매우 역동적이면서 힘든 과정이다.

(때론 버티는 것이 답이다)


 쉽게 상처받았다고 말하지 않고, 나를 위해 진심으로 그를 용서할 수 있으며, 나를 잃지 않으며 세상의 기대에 버틸 수 있는 그런 어른이 되고 싶습니다.



5. 결혼해도 괜찮아, 박혜란

결혼해도 괜찮아 / 박혜란 / 나무를심는사람들 / 2015.02.21.


 어느 설문 조사에서 나이 든 부부에게 다시 태어나도 지금 배우자와 결혼하겠냐는 질문을 던졌다고 합니다. 과연 남녀 중 누가 더 많이 그렇다고 대답했을까요? 여자보다는 주로 남자들과 결혼 생활에 대해 이야기를 더 많이 나누었고, 주변에 결혼 생활로 힘겨워하는 지인들은 전부 남자이다 보니 여자보다 남자들이 부정적으로 답변하지 않았을까 예상했습니다. 현실은 정반대였습니다. 남성의 경우 70프로 이상이 다시 지금의 배우자와 결혼하고 싶다고 대답했던 것에 반해 여성은 고작 30프로만이 다시 태어나도 지금의 배우자와 결혼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여성이 훨씬 더 현재의 결혼 생활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셈입니다.


 작년에 동료들과 나누었던 결혼과 관련된 흥미로운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고 만났던 독서 모임이었습니다. 우리도 자유로운 조르바처럼 살기 위해서는 법적으로 결혼정년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누군가 농담 삼아 말을 던졌습니다. 결혼정년제는 특정 시기(보통 20년에서 30년 정도) 동안 함께 부부로 지냈다고 가정했을 경우 법적인 부부 관계가 자동으로 파기되는 시스템입니다. 물론 양쪽 모두 동의를 하면 계속해서 부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 명이라도 관계를 유지하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이혼이라는 복잡한 절차 없이 자동으로 법적 관계가 해지되고 다시 FA 신분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당돌하지만 매력적인 그 제안은 100세 인생에서 왜 한 사람과 죽을 때까지 계속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반문이기도 했습니다. 참고로 그 제안을 화두로 올린 사람 역시 남성이 아닌 여성이었습니다.


 아무리 이혼이 흠이 아닌 세상이라고 하더라도 이혼은 여전히 어렵고 부담스럽습니다. 부부간에 불화가 있거나 상대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자식을 생각해 참고 그러려니 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렇다면 100세 시대에 백년해로는 영원한 축복일까요? 아님 제대가 없는 군 생활일까요? 유부남으로서 말해줄 수 있는 한 가지는 결혼해도 괜찮다는 것입니다. 또한 혼자 살아도 괜찮습니다. 그 문제에 있어 정답은 없습니다. 다만 결혼은 혼자서 할 수 없습니다. 다행히 저의 경우에 귀인을 만나 노총각 딱지를 뗄 수 있었습니다. 사실 결혼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에게 혼자 사는 게 더 좋다는 말처럼 공허한 것은 없습니다. 확실한 것은 결혼 생활이나 솔로 라이프나 행복은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에 있습니다. 결혼이라는 제도는 결코 행복을 보장해 주지 않습니다. 왕자님과 공주님은 결혼 이후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는 동화 속 이야기는 현실에 없습니다. 일단 저의 경우 이번 생은 결혼을 했기에 행복한 결혼 생활을 만들어 가고 싶습니다. (혹시 다음 생이 저에게 주어진다면 그때는 이번 생애 가 보지 못했던 솔로 라이프라는 길로...^^;;)


 평소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위한 지혜를 얻고자 관련 책이나 영상도 자주 보는 편입니다. 특히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 팟캐스트를 즐겨 듣는데, 부부 관계와 관련된 질문들이 꽤 많습니다. 즉문즉설 애청자로서 스님의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상대는 바뀌지 않으니 너의 마음과 태도를 바꾸라는 말이 핵심입니다. (그래서 아내는 법륜 스님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상대에게 귀책사유가 확실한데도 나의 마음가짐을 바꾸라는 말이 합당하냐고 반문하더라고요.)


 그래도 저는 스님의 말씀을 실천하려고 애썼습니다. 배우자에게 화가 날 때마다 혹시 부부라는 이유로 상대의 자유의지를 인정해 주지 않고 내 마음대로 그녀를 조종하려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를 되돌아보았습니다. 그렇다고 배운 것을 실천으로 옮기기란 정말 쉽지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세상에서 가장 가깝다고 생각하는 아내에게 기대하는 바가 커서 그런지 화가 날 때도 어찌나 많던지요. 다행인 점은 아이가 어느 정도 자란 후부터 다툼의 횟수가 확 줄었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한 번씩 배우자가 제가 예상했던 상식의 범주를 훌쩍 넘는 언행을 했을 때는 분노의 감정이 슬그머니 올라옵니다. (그럴 때는 상대에게 상처가 되는 말을 할 수 있으니 재활용 쓰레기를 들고 슬그머니 밖으로 나가버립니다. 바깥바람을 맞으며 10분만 걷더라도 부정적인 감정이 어느 정도 해소되더라고요.)


 행복한 부부 생활을 위해 고민이 많은 저이기에 '결혼해도 괜찮아'라는 책이 눈에 들어온 것인지도 모릅니다. 이 책은 가수 이적을 비롯한 삼 형제 모두를 훌륭하게 키워낸 박혜란 작가의 책입니다. 사실 그가 쓴 육아 서적을 빌리기 위해 도서관에 왔다가 엉뚱하게도 결혼을 소재로 한 그녀의 책을 빌리게 되었습니다. 책에는 여성학자 박혜란 작가의 긍정적이고 유쾌한 결혼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결혼을 하든 하지 않든 행복하게 일상을 살 수 있는 작가의 인생 태도를 배울 수 있는 책입니다. 우리의 행복은 관계로부터 옵니다. 모든 관계는 상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상대로부터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받는 것에 있습니다. 나와 너는 다르기에 우리는 서로에게 도달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상대를 대해야 합니다.


결혼이 행복을 만들어주진 않는다. 두 사람이 행복한 결혼을 만들어가야 한다.

193쪽


 누구나 인간의 삶은 한 번 뿐입니다. 영원한 것은 단 하나도 없습니다. 제 옆에 있는 그 사람도 언젠가 제 곁을 떠날 것입니다. 배우자와 함께하는 시간을 감사하게 생각하며 소중한 그 시간을 서로를 탓하는 시간으로 낭비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이 책을 통해 하게 되었습니다. 싱글이든 기혼자든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를 바라는 모든 분들께 '결혼해도 괜찮아'라는 책을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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