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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희길 Jun 28. 2024

때 이른 유월에 핀 꽃의 안부

온 산이며 들판에 

무더기로 피어나던 새순과

붉은 피 돌게 하던 꽃들

한바탕 축제처럼 휩쓸고 간 뒤

짙은 녹음만 성성한 숲

     

그 와중에아뿔사 처연한 능소화

벌써 절반은 떨어진 

어쩌면 너무 많이 입에 오르내려

조기 낙화한 인간의 말(言語)

질린 꽃이여

     

피자말자삼일을 채 견디지 못하고

떨어지는 석류 꽃

바람난 몸처럼 뜨거운 꽃완전체가 되지 못하고

한바탕 쏟아진 소낙비에 짓이겨져 일그러진 꿈

골목어귀 아스팔트 바닥에 나뒹구는

고향 우물가 울타리가 그립구나

서 있는 땅이 낯선못내 아쉬운 꽃

     

부디 아무 일도 없기를

제발 가만히 나를 건드리지마라

그대가 살고 있을 그 어느 땅

그대도 그대의 식솔들도 안녕하길 바라는

이상 기후로 한여름더위 된 유월 중순의

때 이른 숨가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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