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누가 보든 안 보든 글씨를 정자로 또박또박
정성들여 나답게 쓰고 싶다 조금도 흐트러짐 없이
수직으로 사막 한가운데 외계인이 세운 거울기둥처럼
서 있게 하고 싶은 게 진심일지 모른다
나는 똑바로 서 있는데, 겁 없이 덤비는 자 있으니
무지한 자 가시거리 밖으로 내칠 수밖에 없네
젊은 날 몸도 용기도 무쇠솥이었건만
지금은 유리병이라, 불행인지 다행인지
내 마음의 방이 비좁아서 무례한자 앉힐 데가 없구나
순리대로 물 흐르듯이 물위에 뜬 벌레 먹은 열매처럼
걷어낼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