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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희길 Jul 31. 2024

우울한 시간

폭우 속 여름 나무는 무섭게 자라고

실수로 차에 떨어진 애벌레

트렁크 속에 숨어서 번데기가 되어

부화를 꿈꾼다

     

침침해진 눈만큼이나 상실한 자신감

차라리 홧김에 황토물로 천지를 뒤덮어 버렸음 좋겠다는

기다리자, 기다려야 한다 답답해도 끈기 있게 기다려야

뒤틀린 바퀴가 뻘밭을 빠져 나오고 물가로 굴러갈 것이다

마침내 물을 만나 말갛게 진흙 씻어내고 경쾌한 소리내며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은 되지만, 용서 안 되는 일 있다

그건 너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나는 늙어 가고 있다 익어 간다는 말은 헛소리다

마지못해 갖다 붙인 미사여구에 불과하다

너는 제법 많이 아프고, 겨우 견딜 만큼 힘들어 하고 있다

아닌 척하지만 골반이 삐걱대고 걸음걸이가 어둔하다

     

용서 될 때까지

기분이 좋아질 때까지

어둠속을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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