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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희길 Aug 30. 2024

연서(戀書)

1. 폭우가 쏟아질 때는 세상이 좀처럼 깨어나지 않을 것 같다

  숨죽인 채 엎드려절대 일어나지 않을 거 같다

  그래도 햇살은 다시 비출 것이고새들도 다시 날아오를 것이며

  결혼식장이나 장례식장에서도 끊임없이 예식은 진행될 것이다

  불가능 하지만 박목월 선생이나 서정주 선생님께 시공부를 다시

  정식으로 하고 싶고 서영수 선생을 만나 술 한잔 올리고 싶다

  다 부질없는 그리움돌아올 수 없는 시간들이지만

  글밭에서 다시 씨 뿌리고 넝쿨 올리고 싶다

     

2. 많이 어설프지만

  이것저것 못마땅한 거 더러 있지만

  아직은 버릴 수 없어요 결코 포기할 수 없어요

  그대가 남겨둔 흔적 시들지 않는 꽃대궁이 몇 가닥이

  시들지 않고 여전히 피어나는 폐업하지 않은 사무실

     

  듣고 싶은 답이 아직은 너무 많아

  아니라고 손사래 치지 말아요

  적어도 오늘 저녁에는 내 식대로 한잔 할 겁니다

  웬만하면 멀리서라도 잔을 같이 들어주지 않으렵니까?

  염천 한발에도

  그대와 나 사이

  죽은 듯이 시간은 지나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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