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못이 나무속살을 파고든다
마른 나무는 온 힘을 다해 저항하고
날카로운 대못은 마침내 굴복하여 휘어진다
막무가내로 구부러진 대못을 펜치로 붙잡고
더 신중하게 못대가리를 장도리로 내려친다
아뿔싸, 이럴 수가? 한 몸이던 못대가리가 정중앙으로
쪼개져 꽃수술처럼 팔랑거린다
어제 사온 날렵한 방부목은 쑥쑥 잘도 들어가는데
몇 번이고 니스칠로 껍질이 통째로 벗겨지는 해묵은 나무
그렇구나, 세월과 사건들이 너를 이토록 단단하게
어금니 물도록 만들었구나
쏟아지는 땀방울, 저릿저릿한 어깨며 팔의 통증
살아생전 그늘과 위안을 주던 당신
이제는 나의 끈기를 시험하고, 부실했던 일상을
돌아보게 하는 구나
못이 나무속을 파고들어 평상을 결속하는 게 아니다
파고드는 의지와 지키려는 굳건함이 뭉쳐서
대여섯 사람 앉아도 끄떡없는 편안한 평상이 되는 거다
목수가 만들어주었던 평상, 수리비용이 십년전 평상 값을
맞먹지만 지난 휴일, 생애 최초 산삼 영접했듯이
땀에 흥건히 젖은 몸으로 어둑어둑해지는 해거름
반듯한 평상을 영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