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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평화와 평온은 오직 나에게 달려 있다.

일희일비

by 자유

오늘 퇴근 직전, 부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내가 보낸 자료가 그가 오전에 메신저로 안내한 형식과 맞지 않았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다. 하루 종일 수많은 업무를 처리하다 보니 발생한 단순한 실수였지만, 그 이유를 묻기보다는 자료의 오류만을 지적하는 그의 태도가 수화기 너머로 강하게 전해졌다.


하교 후 통학차를 이용하지 않는 학생 이름만 정리했어야 했는데, 나는 통학차 대신 이용하는 다른 수단까지 추가로 적어 넣었다. 아마도 그 점이 혼란을 불러일으켰을 것이다. 더 잘하려다 망한 꼴이 된 것이다. 부장은 마치 내가 일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듯, 짜증 섞인 목소리로 조목조목 문제를 지적하기 시작했다.


그 순간, 나도 모르게 미간이 좁혀졌다. 왜 그토록 감정적으로 전달될 수밖에 없는 걸까? 그러다 문득 이런 상황들이 사회생활에서 종종 맞닥뜨렸던 부분이라는 게 기억났다. 게다가 그 사람들의 공통점을 발견했다.


그들은 자신의 관점만을 옳다고 확신하며 상대방의 처지나 배경을 고려하지 않는다. 대화란 듣고 말하며 균형을 찾는 과정이어야 하는데, 이런 유형의 사람들은 소통을 문제 해결의 도구가 아닌 자신의 우위를 강조하는 수단으로 사용한다.


통화를 어떻게 끝냈는지 모르겠다. 통학차를 이용하지 않는 아이 이름을 물었다는 것밖에 기억나지 않는다. 감정이 상한 순간 더 이상 그의 말이 귀에 잘 들리지 않았다. 이것은 감정이 상하면, 특히 무례한 태도나 비난의 뉘앙스를 느낄 때, 우리의 뇌가 자연스럽게 방어적이 되어서 상대의 말을 온전히 받아들이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운전을 하면서 곰곰이 생각했다. 굳이 퇴근 후까지 고민할 정도로 좀 전의 통화 상황이 내게 중요한가? 대답은 “아니다!”였다. 왜 내 마음의 평화를 빼앗겨야 되는지 적절한 이유를 찾지 못했다. 왜냐하면 상대방은 자신의 성격대로 말했을 뿐이기 때문이다. 그 사람이 자신의 방식대로 행동했을 뿐이라면, 그 행동의 무게를 내가 짊어질 필요는 없는 것이다.


"당신에게 일어나는 일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일에 어떻게 반응하느냐가 중요하다"라는 에픽테토스의 말처럼 내 감정을 통제할 수 있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이라는 점, 이 부분이 마음의 평온을 가져왔다.


그렇다! 나의 평화와 평온은 오직 나에게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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