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난나 Aug 24. 2022

코로나 또 확진.. 이 놈의  고질병, 책임감

동거가족인 아이가 확진이었지만 나는 월요일에도 그렇고 어제까지만 해도 증상이 없고 자가검사키트를 해봐도 음성이어서 출근을 했다. ​


우리 회사 방침상 동거가족 확진이어도 본인이 증상이 없고 신속항원검사 음성이면 출근을 할 수 있어서 그렇기도 했다. ​


무엇보다 요즘 우리 법무쪽 인력난이 너무 심하고(새로 채용을 해야 하는 상황) 배정된 검토 건이 너무 많아서 출근을 반드시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


매일매일 바쁘게 계약서와 자문 건을 쳐?내고 전화를 돌리고 소송자료를 송부하고 준비서면 검토에 기일 체크까지.. ​


부수적인 계약서가 십여개인 대출약정서는 왜 또 그리 자주 오는지..


이미 로펌에서 작성을 완료한 것이라 그냥 패스하고 싶지만 또 안볼 수도 없는 노릇이고 몇백페이지를 훑듯이 보면서 구조를 파악하고 유의문구를 넣어서 검토회신을 했다. 스스로 조금 부족하다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 정도 부족함을 따질 때가 아니다.  ​


그리고 또 위원회 심의 업무도 있었다. ​


눈물이 날 정도로 코를 세게 찔러서 자가검사키트 후 음성임을 확인 후 위원회에 들어갔었다.

아 물론 위원회에서도 철저히 마스크를 쓰고 있었고 위원들이 함께 식사를 하거나 차를 마신 것도 아니어서 전파 위험성은 거의 없을 거라 사료되지만 위원회가 끝난 후 본격적으로 머리가 아프고 목이 잠기고 몸살기운이 발현되기 시작했다.​


그래도 오늘까지 부서에 로펌 의견을 회신주기로 한 것이 생각나서 회신온 로펌 의견을 일단 부서에 전달하는 것까지 끝마쳤다. ​


그러나 증상은 점점 더 심해지고 도저히 안되겠어서 주변 이비인후과에 가서 신속항원검사를 했는데, 오전과 똑같은 검사 키트인데 이번에는 양성 표시가 선명한 것이 아닌가!ㅠㅠ ​


의사선생님께서는 열도 38.5도이고 지금 매우 힘든 상황 같은데 겉으로는 괜찮아 보인다며 어떻게 버티셨냐고 한다. ​


그러면서 급성 축농증으로 진행되는 것 같으니 약 처방을 일주일간 해주고 격리를 하란다.. ​


병원을 나서면서 어제 오늘까지도 급히 처리한 일들이 떠올랐다.​


물론 현재의 인력난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때문에 나는 그토록 일에 얽매이면서 그 일들을 모두 처리하려고 그토록 애를 쓴 것인지.. ​


스스로에 대한 약간의 연민의 마음이 일면서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다.

스스로를 더 좋아하고 아끼고 사랑해줘야지


아이가 아프면, 그리고 잠재적인 감염 위험성이 있으면 용감?하게 쉰다고 했어도 될 것을..(이제는 안다, 내가 없어도 회사는 돌아간다는 것을..), 그리고 위원회 역시 내가 안가더라도 의사 정족수를 채울 수 있으니 이런 급박한 상황 속에서는 불참을 했어도 됐을텐데.

나는 막중한 책임감에 사로잡혀 또다시 내몸을 혹사시키고 고열에 급성축농증이 오도록 일을 했다. ​


이렇게 빛이 나지 않는 일을 묵묵히 처리한다고 해서 누구 하나 알아주는 것도 아닐텐데.. (이번 재계약을 하면서 확실히 느꼈다. 세상은 빛나는 일에만 관심이 있다는 것을)

아프면 쉴 권리 위에서 잠잔 것 같은 스스로에게, 내 몸에게 미안했다. ​


물론 회사의 인력난은 심각하기는 하고 다른 팀원들에게 미안하고 증상도 이틀간은 거의 없어서 꾸역꾸역 출근하기는 했지만 좀 더 일찍 병원가서 검사를 받고 미룰 수 있는 일들은 유도리있게 미루고 몸 상태가 악화되기 전에 쉬었더라면 지금보다는 몸 상태가 나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


아까 몸이 바닥으로 꺼져 버릴 것 같은 피로감과 몸살기운이 느껴졌을 때 나는 미련한 나 자신에게 사과의 목소리를 건넸다.


(다행히 지금은 처방약을 먹고 한결 몸이 좀 괜찮아졌다..)​


“그래 이왕 이렇게 된 거 회사일 잊어버리고 당분간은 몸조리에만 신경쓰자, 내가 먹고 싶은 맛있는 음식도 천천히 음미하면서 먹고 몸이 좀 나아지면 그동안 못봤던 소설책도 좀 읽자”며.. ​


내가 나를 먼저 챙기지 않으면 누구도 내 건강을 책임져주지 않기에.


그리고 나는 아이 엄마니까 아이를 위해서라도 더 건강을 챙겨야 하니까. ​


일주일간은 그 놈의 책임감은 마음 서랍 깊숙한 어딘가에 좀 넣어두기로 하며..

오로지 내 건강만 신경쓰기로 다짐해본다.

#그래야할텐데 #실천 하자


작가의 이전글 직장 다니면서 경매를 할 수 있다고?(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