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사내변호사로서 직장생활을 잘(!) 하는 방법에 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직장생활을 잘 한다는 것,에 관하여 여러 의견이 분분할 것 같긴 합니다만.. 저는 직장에 잘 다니는 것은 직장생활에 질리지? 않고 원하는 만큼 다닐 수 있는 것으로 정의하고 싶네요.
참고로 저는 일단 어느 한 회사에 다니면 기본 2년을 근무했습니다. 일이 너무 고되서 때려치고 싶을 때에도 퇴직금을 생각하며 버티면 1년이 가고 또 어느새 연차가 쌓여가더군요.
이렇게 엉덩이가 무거운? 편이 속하는 저는 나름대로 직장에서 물의?를 일으키지 않되, 나름의 존재감을 드러내며 사내변호사 생활을 해 왔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사내변호사로서 직장생활을 잘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물론 이는 제 생각일 뿐, 다른 변호사분들은 다르게 생각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변호사는 사법시험 또는 변호사시험이라는 자격시험을 합격한 전문직에 속하기 때문에 취업시장에서도 일반 공채가 아닌 전문계약직 등의 형태로 채용이 됩니다. 물론 정규직으로 변호사를 채용하는 곳도 있고요, 저도 첫 사내변호사로 일했던 부동산 시행대행사에서는 정규직으로 채용이 됐었습니다.
그렇지만 현재 일하는 회사에서는 전문계약직이라는 형태로 채용되어 이제 곧 또 계약기간 만료 및 연봉협상을 앞두고 있죠.
여튼 이처럼 변호사는 회사에서 법률전문가의 지위와 직원의 지위를 겸하는? 특수성이 있기 때문에 법률전문가로서의 일만 하겠다는 생각을 해서는 곤란한 것 같습니다.
사실 저도 중소기업 법무팀장 및 현 금융권 사내변호사를 하면서 “이런 걸 변호사가 해야 하나?”라는 생각을 했던 업무들이 있었습니다.
특히 중소기업 법무팀장을 할 때에는 공탁금을 찾으러 신청서와 각종 구비서류를 들고 두 시간을 기다리기도 했고(법무법인에서는 통상 행정적 업무를 처리해주시는 직원분이 따로 계시는데 회사 변호사는 행정적이거나 절차적 업무를 직접 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각종 회의 자료를 만드는 일, 조합원분과 분담금 관련 협의를 하는 업무는 물론, 개발부담금 부과 협의를 하기 위해 구청 공원녹지과에 찾아가서 조합의 입장을 설명하는 등 각종 대관? 업무도 직접 진행을 했습니다.
그리고 현재 회사에서도 전화상담을 하면서 반드시 법적인 부분에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 감독당국 가이드라인이나 회사 내부규칙 및 본부 시스템 등에 관해 알기쉽게 설명을 해주는 법 외적인 일도 많이 하고 있습니다.
무슨 일이든 마다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업무에 임하는 태도 덕분에 회사 cs평가 시에 “친절하다”는 칭찬을 여러 차례 받기도 하였습니다.
변호사로서 법적인 전문성 있는 업무를 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그에 못지 않게 직원으로의 다양한 변호사 외적 업무를 처리하는 경험도 장기적으로 본인이 속한 업권의 특성과 회사의 경영을 잘 알게 해주어, 자신의 전문 분야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흔히들 변호사분들은 혼자서 고독한? 수험생활을 했던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개인주의적 성향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도 공부할 때는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했지만 변호사가 되고 나서는 협업, 협동의 중요성을 깨닫고 있습니다.
혼자 끙끙 앓고 있던 문제도 선배변호사님과 수다 떨듯이 이야기하다보면 해결방안이 떠오르고 걸어다니는 빅데이터이신 팀장님의 키워드 하나에 아이디어가 떠오르곤 합니다.
이처럼 고독한 수험생활의 기억은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겨두고 조금은 의식적으로라도 내가 하는 일을 적극적으로 떠벌리고(!) 도움받을 만한 것은 도움을 받는 게 좋은 것 같습니다.
변호사는 기본적으로 연구를 많이 하고 지식을 끊임없이 습득하면서 홀로 법리를 찾아내는 등의 업무를 하는 경우가 많기에 변호사분들 중에는 조용하고 내성적인 성격을 가지신 분들이 꽤 있습니다. 저도 원래는 조용한 성격이고 내가 한 일을 특별히 PR하고 홍보하는 일은 낯간지러운 일이기에 묵묵히? 일을 하는 스타일입니다.
그렇지만, 사내변 생활을 하면서 이런 변호사의 내적 성향은 회사 평판 등에 그리 좋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매일 매일 주어진 일을 열심히 최선을 다해 처리하기는 하지만 내가 무슨 일을 했는지, 어떤 칭찬을 받고 영업점이나 주변 직원분들께 좋은 피드백을 받았는지 알리지 않으면 상사는 그 내용을 잘 알지 못하고 저를 그저 평범한 사내변호사로 생각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죠(물론 회사라는 곳이 비밀이 없고, 누가 나에 대해 한 말이 돌고돌아 나에게 다시 되돌아오는 경우도 있지만 이런 업무적인 좋은 칭찬 등은 특히나 더 과대?광고를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좀 쑥스러울지라도 현재 내가 현재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어떤 좋은 평가를 받았는지, 현재의 일에 관해서 어떠한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등을(저 아는 변호사님은 새벽에 업무 관련 기사 등을 상사에게 카톡으로 보내기도 하셨다는데, 상사는 이를 굉장히 열정적인 노력으로 평가하는 듯 했습니다)상사에게 적절한 방법으로 알릴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엄청난 일을 하고 있으면서도 상사 눈에는 그리 중요한, 현안이 되는 일을 하고 있지 않는다는 생각을 갖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의 가치는 스스로 올리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현재 하고 있는 일과 좋은 피드백들을 별도의 나만의 폴더에 담아서 추후 고용계약 갱신시나 이직 시에 적극 활용하시기 바랍니다(저도 뒤늦게 이런 점들을 깨닫기는 했지만 말이죠. ㅎ).
수험생활을 마치고 시험 합격 후 시보 혹은 인턴 생활 등을 마치고 처음으로 변호사가 되어 회사에 출근을 하는 직장인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수험생활의 공부 습관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좋은 것 같습니다.
예전 저의 사법연수원 민사변호사 교수님께서는
“거울 한번 들여다볼 시간에 법전을 한번 더 봐라”라는 말씀을 자주 하셨습니다.
저는 주변 소음에 시달릴 때면 그 말씀을 떠올리고 법전을 한번이라도, 최신판례를 한번이라도 더 찾아보려 합니다.
궁극적으로 최상의 실력을 갖추는 것이 경쟁이 치열한 변호사업계에서 살아남는 길일테니까요.
회사에서 사내변호사를 대하는 직원분들의 태도는 각양각색입니다. 실력이 검증?되기 전에는 못미더워하시는 분도 있고, 변호사라는 이유만으로 깍듯이 예우를 해주시는 분도 계십니다. 그렇지만 누구를 대하든지 평정심을 잃지 않고 친절하게 대하는 태도를 갖춘다면 한사람 한사람의 평가가 모여서 결국에는 좋은 평판으로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앞서 실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씀드렸는데 사내변호사의 직장생활에서는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친절한 태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실 법적인 부분을 일반 영업점에서는 잘 모를 수 있고 진상 고객을 상대하다 지친 직원분들의 마음을 잘 헤이려서 사내변호사의 고객인 직원분들에게 친절하고 쉽게 법적인 부분을 설명해주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고마워하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모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면 반복적인 설명에도 지루함을 느끼지 않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저의 경우 어떤 직원분께서 오랜 기간 상대방의 민원 등으로 고통을 받았던 소송의 일반적인 절차를 상세히 알려드리고 진행되는 내용을 알기 쉽게 설명만 해드렸을 뿐인데 그 분께서는 "이렇게 친절하신 변호사님은 처음입니다. 이 은혜, 꼭 잊지 않겠습니다"라며 감동적인 말씀을 해주신 적이 있습니다.
사내변호사 생활은 이처럼 기본적으로 직원분들과의 소통을 통해 직장생활을 하게 되므로 법을 잘 모르는 직원의 입장을 한번쯤 헤아리면서 원활한 소통을 해나간다면 사내변호사로서의 보람을 더욱 더 느낄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