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이 변한 걸까,
네가 크고 있는 걸까.
마냥 귀엽고 사랑스럽고 예쁘기만 하던 너였는데,
어느 순간 우리 사이에 큰 공백이 생겨버린 것 같다.
그 공백 사이로 하루에도 열두 번.
아니, 한 시간에도 열두 번.
날카롭고 거센 비바람이 스치고 지나간다.
우산도 없이 그 비바람을 맞이한 우리 두 사람.
나는 나대로, 너는 너대로 아프다.
나의 머리채를 휘어잡고, 잡히는 대로 꼬집고 물어 버리는 네가
내 다리와 팔을 잡고 늘어져 떼를 부리고 있는 네가
책상, 모니터, 블록..... 뭐 하나 가리는 것 없이 눈에 보이는 대로 다 던지고 깨버리는 네가
나는 이제 버겁고 힘이 든다.
솔직히 버겁고 힘들다는 말에서 그칠 줄 모르고 '밉다'를 넘어 '지겹다'는 마음까지 올라온다.
나는 지쳤고, 매일이 무섭다.
밉다. 지겹다. 지친다. 무섭다.
이 어마 무시한 단어들을 네 이름 뒤에 엮어낸 긴 하루가 끝나면
아무도 대신해 줄 수 없고, 공감해줄 수 없는 깊은 죄책감에 빠져든다.
이 어마 무시한 단어들과 너의 조합이 미숙한 나의 탓인 것 같아서
힘들다는 말을 입 밖으로 꺼내는 것조차 죄스럽다.
오전 내 마주했던 비바람을 맞을 때보다 열 배, 스무 배는 더 고통스러워진다.
조금 더 너를 너로 인정하고 존중해주면 나아질까.
조금 더 너를 더 품어주고 쓰다듬어주면 나아질까.
조금 더 네 곁에서 버텨주면 나아질까.
너와 나 사이에 생겨버린 공백을 도대체 어떻게 메꿀 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방법을 모르겠다.
내 기도를 들어줄 리 모를 신에게
내일의 너는 부디 괜찮길 바란다고 빌고 또 비는 수밖에......
그러나 신에게 빌고 또 빌어도 단 1g도 줄어들지 않은 죄책감.
오롯이 내가 감당해야 할 그 죄책감을 그대로 짊어진 채
거울에 비친 지친 내 얼굴이 싫다.
이 지친 얼굴로 내일의 너를 마주 할 내가 죽도록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