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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스트 Sep 27. 2023

            상실의 해    

                          아버지와 직장을 잃었다..

아버지는  올해 5월에 87년이라는 나이로 노환으로 돌아가셨다. 지난 일 년 동안 요양 병원에 계시면서 고비가 몇 번 있었지만 그때마다 견디셨다.  그러다 내가 회사 생활 중에 가장 힘들고 중요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던 날 아버지는 하늘나라에 가셨다.   아버지는 공무원 생활을 오래 하셨다.  가정에 충실했던 분은 아니었고 거의 매일 술을 드시고 집에 들어왔던 어릴 때 기억이 생생하다.  별로 아버지에 대한 좋은 기억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한 가지 생생한 기억은 아침마다 같은 시간에 일어나서 일터로 가시는 아빠의 모습이었다.  매일매일 성실하게 일터로 지각하지 않고 출근을 하는 아버지의 뒷모습은 나에게는 나의 성실한 직장 생활에  거울이 된 것 같다.   늘 계실 것 같았던 아버지를 잃고 지난 몇 달 동안 상실감이 밀려들었다.


지난주에 나는 직장을 떠났다.  정확히 말하면 부당하게 직장을 잃었다. 지난 일주일 동안 평소 같은 시간에 일했던 시간에 운동을 하고 동네 산책을 하면서 책방을 어슬렁 거렸다.  


분노와 억울함을 잠재우고자 아침마다 운동을 나갔고 평소 하고 싶었던 가까운 비치에 가서 산책도 했다.  매일 다람쥐 쳇바퀴 같은 생활은 하던 나는 애타게 자유를 찾았건만 이러한 생활이 적응이 안 될 것 같은 강한 기분이 들었다.   

   

생각해 보면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대학교 졸업까지 는 학교에 속해 있었고 90년 초반부터 시작한 회사 생활을 하는 동안 지금까지 30년 동안 회사조직에 속해 있었다.  늘 어딘가에 속해 있던 것이다.   방학을 하는 기간에 쉬어도 나를 기다리는 학교가 있었다.  직장을 옮기는 과정에서도 내가 갈 곳을 늘 준비하고 1주일 2주일 쉬어도 그 기간은 다음 계획을 두고 쉬는 기간이었다.   심지어 유학을 갈 때도 다니던 회사를 휴직을 했기 때분에 유학생활을 마치고 돌아갈 회사가 있었다.  


이렇게 완벽하게 계획 없이 쉬어 본 것이 생전 처음인 것이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 중에 가장 탑이 “소속감”이라고 어느 연구 발표를 들은 것 같기도 하고.    

30년을 일했기 때문에 나에게 있어서 직업은 늘 그 자리에 있을 것만 같았던 아버지처럼 늘 아무 의심 없이 항상 있을 것이라고 믿었건 것 같다.

  



아버지를 잃고서야 당신의 자식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컸는지를 알게 되었다.  너무나 선명한 아빠의 빈자리를 발견했다.  오늘따라 아버지가 더 그립다.  


언제인가는 조직생활에서 떠나 피보팅을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이제부터 그것을 찾으려고 한다.  상실이 아니라 결국 성취의 미래를 위한 시작의 한해인 것이다.  

 

이제부터 나의 슬기로운 백수 생활을 기록하려고 한다.  상실이 아니라 진정 나를 다시 찾고 다친 마음을 어루만지면서 더욱 강해지는 여행이 될 것이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께  이제부터 시작하는 새로운 길을 찾은 제 여행길에 같이 걸어가면서 지켜 봐주는 친구가 되어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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