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하게 빛나는 햇살, 그리고 산과 바다
광양. 한반도에서 가장 따스하고 햇살 밝은 곳. 과학적인 근거는 없다. 하지만 광양시민들은 그렇게 믿는 것 같다. 이름부터 그렇지 않은가. 무려 빛 광(光)자에 볕 양(陽)자다. 공식 블로그 명칭도 ‘햇살 가득 따스한 광양’이다. 묘도에 소재한 이순신대교 홍보관 전망대에 서면 더욱 그렇다. 이순신대교 너머 조망되는 광양시 전경을 보면 한겨울에도 환하고 따스한 기운이 온몸을 감싸는 듯하다.
흰 구름 넘실대는 산
햇살 가득한 광양 한가운데 백운산이 있다. 광양의 진산이며 광양 여행 일번지다. 이름처럼 흰 구름이 넘나드는 아름다운 산으로 높이는 1,222m. 북쪽에는 섬진강이 있고 그 건너편에 지리산이 보인다. 정상에선 한려수도와 광양만도 내려다보인다. 산림청이 선정한 100대 명산 중 하나다.
사실 우리나라에는 같은 이름을 쓰는 산이 많다. 이름께나 알려진 곳만 수십여 개에 이른다. 경기도 포천시와 강원도 화천군에 걸쳐 있는 높이 903m의 백운산이 있고, 강원도 정선군과 평창군에 걸쳐 있는 높이 883m의 백운산도 있다. 모두 산림청 선정 100대 명산 중의 하나다.
동명의 산 중에서 광양 백운산은 하이원리조트가 소재한 강원도 정선군과 영월군에 걸쳐 있는 백운산(1,426m)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산이다. 산은 높으나 코스에 따라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는 산이다. 해발 800m에 자리 잡은 백운사나 진틀마을에서 시작하면 3시간 만에 정상을 다녀올 수 있다.
특히 100대 명산 완등을 목표로 하는 이들에겐 최단 코스로 알려진 진틀마을 코스가 인기다. 잘 정비된 도로를 따라 옥룡면 답곡리 진틀마을에 도착한 후 논실 방향으로 약 100m 걸어가면 오른쪽에 병암마을로 들어가는 시멘트 길이 나온다. 여기서 20여 분 계곡을 따라 올라가면 산행을 마친 이들에게 일품 숯불 닭구이를 제공하는 병암산장이 나타난다. 마당을 가로지르면 바로 등산로가 시작된다.
체력 때문에 산행이 어려운 이들을 위한 둘레길도 열려있다. 옥룡사지 주차장에서 시작해 백운산 자연휴양림을 지나 논실마을에 이르는 1코스 ‘천년의 숲길’을 필두로 ‘섬진강 매화길’, ‘백학동 감꽃길’ 등 총 9개 구간, 126km에 달한다. 하늘이 보이지 않을 만큼 울창한 원시림 사이를 걷는 1코스부터 아름드리 전나무가 인상적인 2코스, 유려한 섬진강을 따라 걷는 3코스 등 하나 같이 명품 길이다.
광양 여행 마침표, 망덕포구
코로나19 장기화와 지속되는 거리두기로 지친 시민들의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광양시가 2020년부터 운영하는 '백운산 둘레길 걷기 챌린지' 에 참여하는 것도 좋다. 걷기 좋은 둘레길을 80% 이상 걸은 후 ‘쿠폰 받기’를 누르면 GPS 신호를 기반으로 인증을 거친 후 선물함에 쿠폰이 자동 발급되는 걷기 이벤트이다.
장시간 걷는 게 부담스럽다면 섬진강이나 광양만 바닷가를 산책하는 것도 좋다. 광양을 끼고 흐르는 섬진강은 전라도와 경상도를 나누는 경계선이면서 우리나라 강 중에서 가장 수질이 맑다. 청정 물고기의 대명사인 은어 떼가 몰려다니고 재첩과 실뱀장어가 서식한다.
모래가 많아 다사강(多沙江)이라 불리다가 고려 말 왜구의 침입을 막은 두꺼비 전설에서 유래해 섬진강(蟾津江)으로 명명되었다는데, 매화며 벚꽃이 흐드러진 봄철은 물론이고 수려한 풍광과 청정한 물줄기에 이끌려 찾아드는 이들의 발길이 사철 끊이지 않는다.
그 물줄기를 따라 하류로 향하면 윤동주 시인의 유고를 품었던 정병욱 가옥이 있는 망덕포구가 반긴다. 포구 인근에는 광양시 유일한 섬인 배알도 수변공원이 있고 섬진강 재첩이나 각종 해산물은 물론이고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한다는 전어를 즐길 수 있는 맛집 거리도 있다.
이맘때 찾아가면 새로운 별미도 맛볼 수 있다. 재첩처럼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맑은 물에서만 자란다는 강굴이다. 벚꽃 피는 계절에 많이 잡혀 벚굴로도 불리지만 한겨울에도 수확량이 적지 않다.
어른 주먹만큼 커다란 강굴은 맛과 향이 탁월하거니와 영양가도 서너 배 높다. 그래서 물속 비아그라, 바다의 우유라고도 불린다. 껍데기에 나이테가 새겨져 있는 강굴은 회로도 즐기는데, 입안 가득 퍼지는 향과 맛이 광양 여행의 확실한 마침표를 찍어주는 느낌이다.
▶ 여행 수첩
진틀마을에서 백운산을 오르려면 내비게이션에 병암산장을 입력하고 가면 좋다. 운이 좋으면 병암산장으로 오르는 시멘트 길가에 차를 주차할 수 있어 산행 거리를 줄일 수 있다. 최근 망덕포구 주변이 많이 현대화되었지만 포구 자체는 옛 모습 그대로다. 수질을 지키기 위해 허가를 받은 어선 외에는 출입이 철저히 통제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