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포화와 부르디외의 문화자본
대한민국은 국토 면적 10%인 수도권에서 국민 절반이 거주하는 '수도권 포화' 국가다. 수도권 포화 국가에게 지방 소멸 현상이 뒤따라 붙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지난 몇 년간 지방 청년이 수도권으로 이전하는 건수가 급증했다. 인프라 부족, 더딘 경제 성장 등으로 청년뿐만 아니라 많은 인구가 수도권으로 터를 옮겼다. 여기에 저출생 문제까지 더해지며 아이들이 사라지는 중이다. 전남지역 초중고교 중 47%는 전교생이 60명 이하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지역 소멸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해 정부도 나섰다. 행정안전부가 마련한 '지방소멸대응기금'이 대표적이다. 지방소멸대응기금은 2022년부터 10년간 연 1조 원씩 기금을 마련하고 소멸 위기에 처한 지방자치단체를 돕는 것을 골자로 한다. 기금 출범 이후부터 구청장들의 공약사업 등이 활용되며 실효성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를 바로 세우고 실질적으로 인구 문제 해결에 사용되도록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또 지방소멸대응기금은 10년간 한시적으로 운용된다는 한계가 있다. 인구 문제는 장기전이다. 10년 이상 장기 계획으로 세워 기금을 집행할 필요가 있다.
경제 인프라 구축과 함께 주목해야 하는 것은 문화 인프라 확대다. 부르디외가 말한 '문화 자본'을 확장해야 한다. 이를 위해 '공정관광'을 활성화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다. 공정관광이란 지역 특산품이나 관광지와 같은 지방 자본을 활용해 수익을 내고, 주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는 것을 뜻한다. 공정관광은 지방의 실질적 이익을 극대화할 뿐만 아니라 지방 유입 관광객을 확대하는 효과까지 있다.
공정관광뿐만 아니라 '관계인구'를 늘리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관계인구란 말 그대로 해당 지방 사람들과 얼마나 많은 관계를 맺었는지 나타내는 단어다. 먼 친척, 대학교에서 만난 지방 출신 친구, 여행하던 중 만난 가게 사장님 모두 관계인구에 속한다. 관광이나 체험을 활성화해 관계인구를 확대해 지역 유입 인구를 늘리는 데에 지금보다 집중할 필요가 있다.
수도권 쏠림을 보고 '서울 공화국'이라고 표현한다. 현실적으로 하루아침에 쏠림 현상을 타파하기는 어렵다.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둘 차츰 해 나아가다 보면 그 결과는 놀라울 것이다. 지방 소멸 관련 정책은 단발성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장기전으로 여기고 매해, 매달 꾸준히 실천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