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부터 속삭였다.
"엄마 케이크 먹고 싶어요."
"아직 빵집 문 안 열었어..."
빵집은 부지런하다.
단지 내가 게으를 뿐.
세상물정 모르는 아이에게 나는 이불속의 온기를 더 느끼고 싶어 눈도 뜨지 않은 채로 거짓말을 한다.
아침 일곱 시면 문을 여는 것을 아직은 나만 알고 있다.
아침을 먹이고 책상에 앉은 나는 오후가 돼서야 다시 물었다.
"무슨 케이크 먹고 싶어? 아이스크림 케이크?"
"아, 생크림 딸기 케이크 먹고 싶어요."
"언니에게 부탁해 볼까?"
"악, 나는 안 갈 거야."
"다녀오면 안 될까?"
"참, 버릇 나쁘게 키운다....."
"나 참, 시어머니 살아 돌아오신 줄......"
"야! 생일도 아닌데 뭔 케이크여? 생일 때까지 기다려!"
"아, 지금 먹고 싶다고!"
"그럼 생일날 못 먹을 줄 알어!"
"아 싫어!"
열다섯 그리고 스물넷.
실랑이를 벌이고... 드디어 넷째가 울음을 터뜨리고 나서야 나는 주섬주섬 옷을 입었다.
자식을 이겨먹으면 안 되기에...
"초는 하나만 주세요"
넷째는 무릎을 꿇고 성냥개비를 그었다.
실패 하나.
"마지막이니까 잘해봐!"
"와!!!"
불이 붙었다 성냥에.
케이크에 꽂아진 초에 벌벌 떨리는 손을 가져간다.
옮겨 붙였다.
"성공!"
뒤에서 지켜보던 나는 박수를 쳐줬다.
너무 긴장한 탓일까.
성냥에 붙은 불을 끄는 순간...
케이크 위에 있는 초가...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넷째.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나는.
결국 내가 숨겨둔 비상 라이터를 꺼냈다.
눈물자국이 마르기 전에 두 손 모아 소원을 빌었다.
때로는 열다섯 살들이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는 일이 넷째에겐 모험처럼 보인다.
"으이구, 좀 사다 주면 안 됐냐?"
"아니, 어떻게 하고 싶은 거 다 해주면서 키워?"
"너희는 말하기 전에 해줬었거든? 미안해서 그래 미안해서."
아이마다 들여야 하는 정성의 총량이 있다고 생각했다.
넷째에겐 아직 내가 결제하지 못한 부분이 남아있다.
그런데 큰 아이는 서운했나 보다.
내 아이들은 언제나 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