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에도 던졌습니다 힘껏!

쿠팡은 처음입니다만...

by 봉년

쿠팡 알바는 처음입니다만.

첫날은 던지지 않고 바구니에 가져다 두는 것으로 지적을 받았습니다.

쏟아지는 물건을 시간 안에 처리해야 하는 쿠팡 물류센터.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헬퍼님! 중요한 건 속도입니다 속도!"



일용직 근로자를 '헬퍼'라 부릅니다.

상호 존중하는 언어를 주고받습니다.

그러나 상호 존중의 기분까지 주고받지는 않았습니다.

단순히 궁금하여 쿠팡 아르바이트에 지원했던 것은 아닙니다.

잠깐의 공백에 대한 압박감에 짓눌려, 출국까지 남은 시간을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몸을 움직여서라도 압박감을 잊고 싶었습니다.

물론 여기에는 경제적인 압박도 포함되어 있는 저는 자영업자입니다.


첫날은 너무 추웠기에,

그리고 낯선 육체노동의 현장이었기에 시간이 참으로 길게 느껴졌습니다.

직업의 귀천이 없다고, 입으로는 우리가 말하지만, 심리적인 기준표는 분명히 존재한다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하루 벌어 하루를 살아가는 도시인.

야간 소분 작업.

직무 적합도가 맞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하여 둘째 날에는 세척에 지원했습니다.


휴식시간에 유심히 관찰했습니다.

쉬워 보였습니다.


시간당 수당도 더 낮았지만. 그러나 던지는 일이 없는 듯 보였습니다.

보냉 백을 기계에 넣기만 하면 되는 단순한 일로 보였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일용직 근로자에게 할당될 업무가 아니었습니다. 기계 다루는 일을 어찌 초보가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 저도 참...


보냉 백의 찍찍이 성능이 그렇게 좋은 줄 몰랐습니다.


"헬퍼님! 한 장씩 하면 안 돼요. 더 힘들단 말이에요!"


최소 세장에서 다섯 장을 포개어 선반에 패대기를 칩니다.

물론 제 기준이지요.

남자분들은 거뜬히 내려놓는 일이겠지만 저는 키가 작아서 그런지 힘겨웠습니다. 던지기 실력도 부족했는데, 패대기 실력이 좋을 수 없습니다.

어깨 힘을 빌려 허리를 유연하게 틀면서 선반 위에 던지듯 내려놓으라고 합니다.


암 수 찍찍이끼리 붙으면 떼어내느라 작업이 지연되고, 반장님의 목소리 톤은 올라갑니다.

제가 보냉백을 펼치는 속도가 늦으면 소독도 늦어집니다. 하나하나 바코드를 찍고 소독 터미널로 집어넣는 반장님의 속도에 맞춰야 합니다.


쿠팡은 양성평등이 확실한 일터였습니다.


일용직이 수시로 드나들기 때문에,

자세한 교육을 바라는 것은, 꼬치꼬치 묻는 것은 그들을 지치게 하는 일일 것입니다.


아... 전공 시간에 나 들어봤던

반듀라의 [모방학습]의 현장입니다.

그러나 이해 없이 맹목적으로 보고 따라 하다 보면 실수 연발. 왜 그렇게 그들이 팽팽한 긴장감과 팀과 경쟁하듯 일을 하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인원당 시간 안에 해 치워야 할 작업 할당량이 있다는 것을 일이 끝나고 알았습니다.

작업이 끝나고서 헤어질 때야 비로소

저는 그분들의 미소를 처음 보았습니다.

그렇게 선한 미소를 어찌 그렇게 감쪽같이 숨기고 일곱 시간 내내 공포의 분위기를 만들 수 있는지...

다음번에 만나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시간이 좀 흐르고 나서야 비로소 소상히

저는 차분히 쿠팡의 기록을 전부 꺼내 놓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당장의 생계를 위하여,

누구나 지원만 하면,

혈압만 높지 않으면 언제고 받아주는

그 시스템이 정말 감사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거대한 컨베이어 벨트와 자동차가 매연을 내뿜는 컨테이너 안에서,

우리가 새벽마다 받아온 보냉 백이 여러 공정을 거칩니다.


그 과정을 몸소 겪고 나니, 오피스텔 복도에 즐비하게 놓인 쿠팡 보냉 백이 달리 보입니다.

지금의 저에게도 또한 감사한 쿠팡입니다.


"세척이라고 해서 왔는데, 이건 완전 육체노동이에요. 제대로 알려주지도 않고 화부터 내고. 힘들었죠?"


"네. 좀 그렇긴 해도 가끔 제 자신이 정신 못 차린다고 느낄 때 옵니다."


제가 20대였더라면 그 청년의 전화번호를 물었을 겁니다.


영하의 새벽.

보기 드문 성실한 청년을 만나 돌아오는 길 마음이 훈훈했습니다.

맞이하는 새벽과 보내는 새벽은 또 다른 가르침을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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