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에는 606번의 숫자가 두려웠습니다.
606 바구니는 높았습니다.
"헬퍼님! 속도가 중요합니다 속도!!"
제 손을 뻗어 금방 가득 찬 바구니를 내려놓을 때마다 작은 키가 원망스러웠습니다.
힘껏 던져야 한다는데 던지기 어려웠습니다.
학창 시절에도 제 체력장 점수는 5등급이었던 것 같습니다.
어리바리했더군요 제가 지금껏.
50대의 세상 물정 모르는 아줌마는 들어설 때 설레었던 마음이
컨베이어 벨트 속도가 빨라지는 만큼 집생각이 간절해지는
보통의 노동자가 되었습니다.
쿠팡 야간 아르바이트를 다녀왔습니다.
선반의 높이 덕분에
상기하고 말았습니다.
잊고 있었던 작은 키를.
체력장 점수가 5등급이었다는 것을.
물건 던지기 능력도 최하 점수라는 것을 깨달은... 어젯밤은 잡생각도 사치였습니다.
봉지를 뚫고 나온 올리브유를 꼭 다시 던져 넣아야 하는지...
커피 냄새 한 번,
치약 냄새 두어 번,
세제 냄새 다수,
물건이 들어있지도 않는 것 같은,
던져지지 않는 비닐...
606번은 어느 장소의 암호일까요?
혹시 쿠팡에서 물건 주문하셨나요?
송장번호 606에는 쿠팡 마니아가 정말 많은 것 같습니다. 대단지 아파트 같기도 하구요...
아쉽게도 내부 촬영은 금지되어 있어
몇 문장으로만 묘사해 봅니다.
화물을 싣기 편하게 한쪽이 뚫린 물류작업장.
바쁘게 돌아가는 컨베이어 벨트.
소프라노 톤의 재촉.
추웠습니다.
영하 5도의 파주.
잡담금지라고
써 놓지 않아도
말할 여유 없는 바쁨.
새끼 손가락이 많이 아팠습니다.
던지기 아주 못하는 소심한 아줌마는
그러나..
다시 부름을 받았습니다.
기뻤습니다.
내일 밤 다시 쿠팡으로 출근합니다.
일이 삶에 주는 의미를 다시 생각합니다.
오늘도 배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