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웨이스트 랜드
세계 최대의 쓰레기 매립지인 브라질의 ‘자르담 그라마초’, 그곳에서 쓰레기를 모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세계적인 현대미술가 빅 무니즈는 그들과 함께 작품을 만들기로 결심하고 브라질로 향한다.
<웨이스트 랜드>는 빅 무니즈가 ‘자르담 그라마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과 2년 동안 함께 생활하며 예술 작품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담아낸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그곳에서 재활용 쓰레기를 모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은 ‘카타도르’(쓰레기를 줍는 이 라는 뜻의 포르투갈어)라고 불린다. ‘카타도르’의 삶은 힘겹다. 하루종일 쓰레기를 모아도 생계를 유지하기 쉽지 않다. 그들이 현재의 삶보다 더 나은 내일을 원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중에는 쓰레기 속에 파묻힌 책을 꺼내 읽으며 니체의 사상에 공감하는 자도, 가난해도 정직하게 돈을 벌고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는 이도, 미소보다 눈물이 먼저 나오는 가슴 아픈 사랑의 기억을 가진 사람도 있다. 한 사람, 한사람,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각자의 고유한 이야기가 있다. 그 고유함과 특별함은 예술로 재탄생한다. 빅 무니즈는 그들이 모으는 재활용 쓰레기를 재료로 그들의 초상화를 그린 작품을 완성해간다. 그 과정에 ‘카타도르’가 함께 참여하며 그들의 삶을 예술 작품으로 만든다.
스스로 예술가가 되어 하나의 작품을 완성해가는 과정에서 그들은 밝은 미소를 띈다. 그들이 완성한 예술 작품은 가까이서 보면 쓰레기일 뿐이지만, 멀리서 보면 찬란하게 빛나는 그들의 얼굴이다.
예술이 삶을 바꾸는가?
‘카타도르’는 빅 무니즈와 생활한 2년 동안 새로운 경험을 했지만, 쓰레기장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을 정도로 그들의 삶이 변화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빅 무니즈와 함께 삶을 예술화 했던 경험은 그들에게 희망을 느끼게 했다. 여전히 쓰레기를 모으고 있지만, 그럼에도 꿈과 희망을 잃지 않는 것. 그것이 빅 무니즈가 그들에게 보여주고자 했던 예술의 힘이고 가치다.
그러나 우리는 예술의 힘에 감동 받는 것에서 더 나아가, 카타도르가 놓인 환경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 볼 필요가 있다. 그들이 완성한 예술 작품은 멀리서 보면 아름다운 한 편의 초상화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더러운 쓰레기다. 누가 그 모든 쓰레기를 그들에게 보냈는가? 우리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곱씹어봐야 한다.
이 영화를 보고 그들이 앞으로도 희망을 잃지 말기를, 그래서 언젠가는 저 쓰레기장을 떠날 수 있기를 바라게 된 사람이라면, 지금부터라도 지구 반대편으로 어마어마한 양의 쓰레기를 보내는 행위를 멈춰야 한다. 멀리서 본 지구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가까이서 보면 쓰레기로 가득 차 있다. 빅 무니즈가 쓰레기로 만든 작품을 통해 전하고자 한 메시지는 단순히 세상의 모든 ‘카타도르’가 희망을 잃지 말라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작품에는 그들이 희망을 잃지 않도록, 나아가 우리가 미래를 잃지 않도록, 우리가 만들어내는 쓰레기를 줄이고, 함께 공생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하라는 메시지가 함께 담겨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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