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성에 한걸음 다가간 호캉스
비건은 식습관을 넘어 점차 현대인들의 삶의 다양한 부분을 변화시키고 있다음식을 바꾸고, 소비하는 물건의 생산 방식을 돌아보고, 착취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물품을 배격하며 제품생산 과정을 바꿔가고 있다. 인간중심적 소비방식에서 환경을 필수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생각과 가치소비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지면서 비거노믹스가 성장하기 시작했다. 비거노믹스(veganomics)는 채식주의자를 뜻하는 vegan과 경제를 뜻하는economic을 합친 단어다. 채식주의자를 위한 경제라는 뜻의 비거노믹스는 동물성 재료를 쓰지 않고 물건을 만드는 전반적인 산업을 말한다.
비건은 많은 사람들이 가장 흔히 접할 수 있는 음식, 의류, 화장품에서 나아가 호텔 산업도 변화시키고 있다. 호텔에 머물며 사용하는 어메니티, 음식, 침구류, 인테리어 등에 비건이 반영되고 있다. 이는 지속 가능한 삶을 중시하는 현대인의 가치관을 고려한 호텔 업계의 변화이다. 비건 호캉스를 선보인 국내 호텔에 대해 알아보자.
탈플라스틱 캠페인, 어스아워 캠페인, 고그린 캠페인 등으로 친환경 호텔을 위한 노력을 펼친 워커힐 호텔앤리조트는 ‘Begin Vegan(비긴 비건)’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국내 최초로 비건 전용 객실을 선보였다. 해당 객실은 다양한 부분에서 동물성 제품을 배제하고 환경을 파괴하는 요소들을 최소화하였다고 한다.
객실 인테리어에는 닥나무를 소재로 한 식물성 한지 가죽과 비건 충전재가 사용되었으며 친환경 오코텍스 인증 제품을 사용한 침구류가 비치되어 있다. 또한 공정 무역 라벨을 부착한 친환경 타월 & 가운과 함께 한국 최초의 비건 스킨케어 브랜드 멜릭서의 친환경 샴푸, 바디워시, 로션 등이 제공된다. 객실 내 미니바, 와인 모두 비건 제품이며 조식 메뉴 또한 3가지 비건 조식 세트 중 원하는 메뉴를 고를 수 있다. 이외에도 식물로 만들어진 친환경 공기 정화 제품, 전기를 자체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초소형 발전기가 부착된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다.
롯데 호텔 제주는 바다 환경보호를 위해 기부도 하고 친환경 활동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Save the Earth(세이브 디 얼스)’ 패키지를 선보인다. 객실 어메니티로 비건 뷰티 브랜드 톤28의 제품이 제공되고 제주 바다 보호를 위한 ‘ACE 비치코밍(Beachcombing)’ 프로그램에 무료로 참여할 수 있다. 비치코밍은 해변을 뜻하는 Beach와 빗질을 뜻하는 Combing의 합성어로 해변을 빗질하듯 쓰레기를 주워 모으는 활동을 의미한다. 프로그램에 필요한 키트 또한 친환경 비닐, 장갑, 타이백 가방 등으로 구성된다. 해당 패키지의 판매 수익 일부는 제주 바다 정화 활동을 하는 세이브 제주바다에 기부된다.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남대문 호텔이 비건 뷰티 브랜드 아렌시아와 함께 5월 31일까지 ‘Spring with Vegan Beauty(스프링 위드 비건 뷰티)’ 패키지를 선보인다. 투숙객들은 아렌시아의 비건 친환경 고체 샴푸바와 린스바를 체험할 수 있다. 해당 패키지는 객실 내 어메니티 제품 제공으로 발생하는 과도한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을 줄이는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이 외에도 롯데호텔이 비건 뷰티 브랜드 보타랩과 협업해 4월 한 달간 비건 바디케어 제품, 비건 도시락을 체험할 수 있는 ‘My VEGAN Journey(마이 비건 저니)’를 선보이고, 노보텔 앰버서더 서울 동대문 호텔&레지던스가 비건 뷰티 브랜드 비건이펙트와 톤28과 협업해 5월 31일까지 해당 브랜드의 제품을 어메니티로 제공하는 ‘Spring Greenity(스프링 그리니티)’ 패키지를 선보이는 등 다양한 호텔이 친환경‧비건 제품으로 어메니티를 제공하고 비건 조식을 제공하는 등 지속 가능성을 추구하는 변화를 보이고 있다.
공존을 추구하는 삶의 방식을 반영한 호텔 산업의 변화로 우리는 보다 다양한 일상의 영역에서 비거니즘을 실천하고 경험할 수 있다. 비건 호캉스는 이미 비건을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가치관을 지키면서 호캉스를 즐길 수 있도록 하고, 논비건에게는 다양한 영역에서의 비건, 환경 보호를 압축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
현재의 비건 호캉스는 친환경‧비건 어메니티, 비건 조식을 제공하는 수준이 대부분이다. 보다 넓은 영역에서 비건이 적극적으로 실현되고 있지 않은 점은 아쉽지만 비건 문화가 대중화되고 있는 만큼, 이러한 변화를 발판 삼아 인테리어, 에너지 사용 등에서도 비건과 친환경을 도입한 적극적인 비건 호캉스가 확대될 것이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