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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시대:
박찬욱<일장춘몽>

MAGAZINE LET.S

누구나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시대: 박찬욱 <일장춘몽>

살면서 한 번쯤 영화에 온 마음으로 몰입해 본 적이 있나요?

‘아.. 나도 저런 멋진 영화 한번 만들어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해본 적 또한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영화(映畫)’의 사전적 의미는 다음과 같습니다. ‘일정한 의미를 갖고 움직이는 대상을 촬영하여 영사기로 영사막에 재현하는 종합 예술’. 종합 예술이라니, 단어가 주는 의미가 다소 거창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이러한 영화를 즐길 수 있는 순간은 다행히도 우리 삶에 가까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마이브리지(Eadweard Muybridge)의 '말의 움직임'

오늘 우리는 영화를 시청하는 관객의 시각이 아닌 '제작의 세계'로 초점을 맞추고자 합니다. 과연 영화는 어떻게 제작될까요? 우선은 카메라, 필름, 영사기가 필요하겠죠. 과거에는 24개의 프레임으로 구성된 투명한 매체의 필름이 반드시 있어야 했기 때문에, 녹화가 돌아가는 동안은 필름이 끊임없이 사용되어야만 했습니다. 이는 곧 촬영하고자 하는 만큼 필름을 구매해야 한다는 뜻으로 결국 시간이 돈임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영화는 창조적, 기술적 요소와 더불어 경제적 요소까지 모두 결합되어 만들어지는 매우 복잡한 영역이었습니다. 누구나 시도하고 만들어내기에는 너무 많은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영화 제작의 모습이 오늘날 새롭게 정의 내려지고 있는데요. 무거운 필름 카메라나 고가의 시네마용 카메라 없이도 바로 스마트폰 기기 하나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영상을 촬영하고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그리고 이를 미국 최대 IT 기업인 애플(Apple)과 대한민국 대표 영화감독인 박찬욱이 손을 잡아 증명해 보였습니다.




박찬욱 <일장춘몽>

지난 2월 18일 애플 코리아 유튜브 공식 계정을 통해 박찬욱 감독의 <일장춘몽(2022)>이 공개되었습니다. 오직 아이폰 13 pro로만 촬영된 이 작품은 세계 각국의 영화감독과 진행하는 프로젝트인 ‘샷 온 아이폰’의 일환으로 제작된 영상입니다. 감독은 물론 배우 유해진, 김옥빈, 박정민 등 화려한 캐스팅으로 더욱 화제를 모은 이 프로젝트는 영상 공개 직후 국내외 할 거 없이 큰 이슈를 끌었으며 현재 기준(4월) 조회 수 1000만 회를 넘어서며 그 영향력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일장춘몽(2022)> 메이킹 필름

러닝 타임 약 20분의 단편 영화로 제작된 <일장춘몽>은 다소 무서운 듯한 분위기로 시작해 코미디, 액션,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로 펼쳐집니다. 이승과 저승을 넘나들며 유쾌하게 풀어나가는 이 영화는 특히 화려한 연출 속에서도 한국적인 정서를 가득 담아낸 박찬욱 감독의 저력이 느껴지는 작품입니다. 잠깐만 시청해도 알 수 있듯이 정말 영화 같다는 느낌이 드는데, 바로 아이폰 13만이 가지고 있는 새로운 기술인 ‘시네마틱 모드’ 때문이죠. ‘아웃 포커스(out of focus)‘라고도 설명할 수 있는 이 모드는 피사체에만 초점을 맞추어 배경은 흐리게 만드는 효과를 일컫는데, 여기에 추가로 얕은 피사계 심도와 뛰어난 초점 전환 효과로 인해 영화 수준의 느낌을 낼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이에 박찬욱 감독은 “어떤 전문가용 카메라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성능을 자랑한다”라며 그 기술력을 입증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영상을 보면 배우의 표정이나 앵글 등이 스마트폰으로 촬영했다고 믿을 수 없을 만큼 매우 정교하고 섬세하게 표현되었음을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영화 <파란만장(2011)> 스틸컷

애플과 박찬욱 감독의 협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2011년 박찬욱 감독은 아이폰 4를 활용하여 단편 영화 <파란만장(2011)>을 연출한 바 있으며 당시 베를린 국제 영화제에서 단편 부분 황금곰상(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부족한 기술력을 보완하기 위한 트릭을 써야 했던 전작과 달리 이번 <일장춘몽>을 연출할 땐 그럴 필요가 없었다고 합니다. 즉, 이제는 고가의 대단한 장비와 기술 없이도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열정만 있다면 스마트폰을 통해 충분히 좋은 영화를 제작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죠.




이미 수많은 영화가 제작되어 개봉되고 있는 지금, 스마트폰 영화가 주류가 되기에는 아직 무리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제작 과정에서의 편리성과 가성비라는 장점 그리고 누구나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의미에서, 어쩌면 영화계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발걸음이 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앞서 소개한 <일장춘몽>은 오직 아이폰으로 제작되었지만, 뭐가 됐든 좋거든요. 한 번이라도 영화 제작을 꿈꿔보았다면 당장 스마트폰 카메라를 켜 자신만의 예술 작품을 만들어 봅시다. ‘한바탕의 봄꿈’으로 헛된 영화나 덧없는 일을 뜻하는 일장춘몽과 달리, 이제는 정말 누구나 영화감독이 되어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시대입니다. 앞으로의 영화 예술이 더욱 기대될 수밖에 없는 지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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