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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요 Jul 17. 2023

소리가 달라진다는 막연함

와우수술은 달팽이관을 대신해 줄 인공달팽이를 삽입해 주는 것이다.

인공와우(달팽이관)는 청신경에 전기적 자극을 주어   청신경세포의 기능을 대신하는 전기적 장치를 말한다. 소리를 전기적 신호로 바꾸어 달팽이관에 있는 청신경세포를 자극해 뇌를 통해 소리를 듣게 된다.


결국 소리는 뇌로 듣는 것이다.

달팽이관이 제 할 일을 하지 못할 경우  달팽이관에 청신경을 자극할 수 있는 장치를 넣어 소리를 청신경에 직접 전달하게 되는 데 이를 "인공와우"라고 부르는 것이다.  



잇몸이 온전하지 않을 때 임플란트를 잇몸에 심어주는 것처럼 달팽이관자리에 넣어주는 것이다.

인공와우를  삽입하기 위해 귀위 쪽을 절개하고 절개한 자리를 꿰매기에 5센티 정도의 상처가 남는다.  

한쪽귀에 2~3시간이 걸리는 수술이기에 양쪽을 모두 수술하는 아이의 수술시간은  5~6시간 정도 걸린다고 한다.

시간으로 봐서는 대수술은 아니라지만 수술을  받는 입장은 모두 같다.

나에게 닥친수술은 모두 큰 수술이다.

 

임플란트의 도움으로 씹을 수 있는 것처럼

안경의 도움으로 잘 보이는 것처럼

라식라섹수술을 받는 것처럼


어지러움이 일시적으로 올 수 있다고 하지만 시간이 되면 회복이 되는

수술이다.


 하지만 모든 수술이 다 어렵고 큰 것처럼 아이는 불안한 듯 보인다.

 불안이라는 것이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으면 더  두려운 것처럼

정보가 없으면 더 불안하기 마련이다.

 

우리는 눈으로 많은 시각정보를 받아들이고 소리로도 많은 정보를 얻는다

처음 보는 사람을 만났을 때 시각정보와 함께 청각정보로도 판단하다.

목소리가 호감도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는 것이다.




 

 나 역시 잘 들리지 않거나 상대방의 말을 놓칠 때  답답함을 느낄 때 아이 생각이 난다.

아이가 피곤해하거나 이유 없이 짜증을 내는 것을 보면 나 역시 그럴 것 같았다.

의사에게서 처음 이사실을 들었을 때 귀는 이식이라는 것이 없는지 물어봤었다.

간도 이식하고 신장도 주는데 귀는 안되냐고 물어봤다

황당하다는 의사의 얼굴이 아직도 기억난다.

 그 후로 잘 들리지 않거나 요즘 돋보기 없이 책한 줄 못 읽어 눈을 찾으러 다닐 때 문득문득

그때의 질문이 생각난다.

당연히 이식이 된다면 했겠지만 그 불편함과 두려움이 너는 괜찮니?라고

답은 정해져 있지만 그런 질문과 답을 주고받을 때 아이의 불안이 선명하게 느껴지면

심장을 후벼 파듯 아프다.



 소리가 달라진다는  막연함


"와우 수술 후의 소리, 그거 어떻게 설명하나요? 저도 아직 이해가 안돼서요"

 

아이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네가 듣는 소리가 달라진다는 것을

내 머리로도 이해가 안 되는 이 상황을 어떻게 이해시켜야 하는지  답답했다.

보청기라는 기계를 통해 듣는다는 사실도 속이 쓰린데 또다시 새로운 소리를 듣는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오랜 의문이 수술을 맡긴 의사 선생님의 명료한 답으로 완벽하게 이해가 되었다.

다른 게 아니에요

전극을 통해 듣는 것은 일반사람들도 다 같아요

일반사람은 달팽이관을 통하는 것이고 인공와우는 인공달팽이관을 통하는 것일 뿐

모두 같아요

소리가 다른 것이 아니에요

단지 인공달팽이관을 통한 새로운 소리를 익혀야 해요

우리가 외국어 배우는 것과 같아요

영어 처음 배울 때 어땠어요?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잖아요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헬로가 여러 번 듣다 보니

헬로를 들으면 안녕으로 인식하는 것과 같은 거예요

지금 우크라이나말 들으면 어떨 것 같아요

우가부가 알랄라 따다부따 이렇게 들리잖아요

전혀 의사소통이 안되잖아요

그러다 여러 번 반복하고 익히면 무슨 말인지 알게 될 거예요

영어 배우는 것보다 쉬워요

외국어 배우는 노력의 10분의 1만 하면 돼요

수술 후는  어지럽고 울렁거릴 수 있어요

갑자기 소리가 들리지 않으니 겁이 날 수 있고 수술을 후회할 수 있어요

로봇의 말처럼 들리는 소리가 낯설어 힘들 거예요


하지만

며칠 지나면 괜찮아질 것이고 그때부터 엄마가 이야기 많이 하고

소리 많이 들려주고 단어연습 문장연습 열심히 해주면

잔청도 많이 남아있고 발음도 좋으니 빠르게 적응할 거예요


이점을 꼭 이야기해 줘야 해요

로봇처럼 들리던 소리가 사람의 말소리로 들릴 거라고

그러면 수술을 정말 잘했다고 왜 하라고 했는지 알게 될 거예요

아마 1~2년 지나고  대학교 진학하면 와우수술 한지 아무도 모를 거예요


의사 선생님은 이 말을 대여섯 번 한 것 같다.

그만큼 아이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재활의 끈을 놓지 않게 하기 위함을

알 것 같다. 일요일 회진시간도 아닌 시간에 와서 다시 한번 이야기하고 갔다.

토요일 일요일까지

확신과 자신감을 뒷받침해 주는 꼼꼼함과 세심한 배려로

오랜 의문들이 하나씩 풀려가고 아이의 용기 있는 선택과 좋은 의료진을 만났으니

 

이야 뭐 이런 할렐루야 만만세가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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