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곳을 알아야 치료가 시작됩니다'

010. 클라이언트의 역할 혹은 괴롭히기

by MANGWON

**"글 하단부의 연재 목차에 따라 읽으시면 좋습니다"**


010. 클라이언트의 역할 혹은 괴롭히기


하필이면 통증이 시작된 것이

금요일 늦은 밤이었습니다.

처음에 그렇게까지 심하지 않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치통이 심해져

잠을 이룰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치통으로 응급실을 갈 수는 없어서

약통을 뒤져 찾아낸 진통제 몇알로

그 밤을 버텨야했습니다.

하지만 월요일까지는 아직 이틀이 남아 있었기에

날이 밝자마자 주말에 문을 연 약국을 찾아

진통제를 한통을 더 사고

간신히 주말 이틀을 견딘 다음

치과를 찾아갔습니다.


20년 넘게 저의 문제투성이 치아를

최선을 다해 케어해주시는

치과 의사 선생님이 계셔서 급하게

사정을 말씀드리고 찾아 갈 수 있었습니다

치과 진료 의자에 누워 입을 한껏 벌리니

입안을 들여다보시면서

아픈 치아가 이곳이냐고 묻는데

그 치아인지 아니면 그 왼쪽인지

오른쪽인지 특정할 수가 없었습니다.

황당했기도 하고 내 스스로가 한심하기도 했습니다.


실력 좋은 치과 의사 선생님은 큰일 아닌 듯

몇가지의 간단한 테스트를 통해 통증이 있는 치아를 찾았고

근저에 염증이 크게 생겨있음을 진단했습니다.


이 이야기는 이런 소동이 있은 얼마 후

클라이언트 회사의 송년 워크샵에서 행한

프레젠테이션의 서두입니다.


"환자가 원인 치아를

정확하게 가리키지 못하는 것이

진단에 있어서 큰 걸림돌이다!"


클라이언트는 국내에서 독보적인 기술을 가진

‘강소 B2B기업'입니다.

그 기술을 바탕으로

국내 시장에서 성과를 꾸준히 내고 있었기에

그 기술과 자금여력을 활용,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자

B2C사업을 시작한지 1년쯤 지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기술에 대한 자신감으로 막상 상품은 만들었는데

팔리지가 않았던 것입니다.

기술에는 자신있었지만

소비자와 소비자의 언어에 대해 잘 몰랐습니다

그래서, 요구했던 것은 '어떻게 하면 팔릴까요?'였기에

앞서의 제 치통 경험을

프레젠테이션의 도입 소재로 말씀드렸습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흔히 간과하는 것이

클라이언트의 역할에 대한 오해입니다.

실력좋은 브랜딩 기획자(사)만 만나면

클라이언트는 두 손 놓고 있어도

호감도와 매출이 상승하는 것으로 기대합니다.

(*그렇게 이야기하는 기획자(사)도 문제입니다.)

'아픈 곳을 알아야 치료가 시작됩니다 -'라는 말처럼

그날의 프레젠테이션은

클라이언트 내부의 구성원들이

누구보다 자신(의 브랜드)에 대해 잘 알고 있으니

아픈 곳, 막힌 곳을 면밀하게

탐색/진단할 것을 제안드렸습니다.


B2C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 그리고

현재의 상품을 기획하게 된 조건들 예를 들면

소비자의 프로필 해석

경쟁 시장 분석

경쟁 참여 전략

컨셉 실행 전략 등등을 복기하는 것이었습니다.

좋은 '상품'의 개발/기획 과정에는

이미 좋은 브랜딩 포인트/스토리/메세지가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에서 대히트를 친

후로후시의 CEO 이마무라는

자신들의 상품 개발 과정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왜 제품을 이렇게 만들었습니까?

이것은 무엇을 의미합니까?라고 물었을 때

100% 대답할 수 있는 이유를 가지고 있습니다.'


앞서 이야기했던 비유를 전용하자면

브랜딩 기획자는 치과 의사입니다. 하지만,

어떤 치아가 아픈지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은

클라이언트 자신뿐입니다.

물론, 클라이언트가 이 모든 것을

스스로 정리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브랜딩 기획자의 역할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프레젠테이션 전에 충분히 질문하고,

귀찮게 자료를 요구하면서

클라이언트를 괴롭히는 과정이 전제되지 않았다면

잘못된 진단으로 멀쩡한 치아를 뽑아낼

위험성이 큽니다.


* 아이디어의 뒷골목은 매주 화/목에 업로드됩니다.

* 이번 10화로 [PART 1] 내일 아침-D-1 상황에서 당장 써먹을 수 있는 기술이 마무리되었습니다.

다음 화부터 [PART 2] 석 달 후를 위하여: 크리에이티브의 문법 이해가 업로드됩니다.






[프롤로그]

001 발상법 책들이 실패하는 이유 : 수학을 잘하는 방법은 수학을 공부하는 것


[PART 1] 내일 아침-D-1 상황에서 당장 써먹을 수 있는 기술

Chapter 1. 갖다 붙이기의 기술

002 스퀴즈 번트: 레퍼런스 혹은 강제 결합

003 갖다붙이기 사례: ANA + 해양수산부

004 '갖다 붙이기'에 숨은 방정식: 필요조건과 충분조건의 차이

[ThinkingFable 1] 냉장고 의사

Chapter2. 더하고 빼고 비트는 기술

005 1+1+1은 3보다 크다 : 나란히 3의 법칙

006 빼고 빼고 또 빼면 더 커지는 : 인쇄광고처럼 영상만들기

007 부작용 혹은 Side Effect : 막다른 길인줄 알았는데 지름길

008 세상에서 가장 쉬운 피칭법 : 아이디어의 첫 순간부터 시작하라

009 '좋다'는 느낌, '안다'는 착각: 설명할 수 없으면 설득되지 않는-

010 아픈 곳을 알아야 치료가 시작됩니다 : 클라이언트의 역할 혹은 괴롭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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