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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앤지 Nov 08. 2023

호텔 체크인 할 때 보이는 당신의 인성

현직 호텔리어가 말하는 곱게 나이 먹기.

대체적으로 사람들이 여유롭고 친절한 호주라고 해도 하루 종일 불특정 다수를 상대하다 보면 역시나 세상은 넓고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나의 하루를 망치고 직업의식을 흔들며, 인간에 대한 회의를 느끼게 하는 진상들의 다양함이 날로 진화함에 따라 그 와중에 종종 만나는 젠틀한 행동과 교양 있는 말투, 따듯한 눈빛을 지닌 사람들에게서는 가슴이 먹먹해질 정도로 빛이 난다.


공공화장실에서 자주 보는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습니다.' 라는 문구처럼 많은 이들이 잠시 멈추다 가는 호텔에서 체크인을 하는 과정에서도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에서 숨길 수 없는 아름다운 인성을 보여주는 사람들이 있다.



습관적인 배려가 있다.

어쨌든 나의 직업적 위치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하는 입장이다 보니, 고객들의 편의를 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하는 것이 나에게는 당연한 것이지만 손님들이 나에게 무의식적으로 보여주는 사소한 배려에 놀랄 때가 있다.


체크인을 할 때는 registration card에 사인을 하고 pre-authorization과 예약에 따라서 결제를 하는 과정이 동반된다. 이 과정에서 내가 손님들이 볼 수 있게 사인할 종이와 펜을 주면 손님들이 사인을 하고  보통은 그 자리에 그대로 두는 경우가 대다수인데 간혹 고객 중에 사인을 한 후 내가 볼 수 있는 방향으로 다시 돌려주는 사람들이 있다.

카드 단말기도 마찬가지이다. 보통 비밀번호를 눌러야 하는 경우가 많아 내가 손님들 방향으로 누르기 편하게 돌려주면 대게는 단말기에서 승인 소리가 나고 내가 다시 돌려야 하는데 어떤 손님들의 경우 비밀번호를 누르고 다시 내 쪽으로 일부러 돌려주는 사람들이 있다.  


아주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많은 사람들의 체크인-아웃을 반복하다 보면 이런 소소한 배려가 나 역시 단순한 서비스업 종사자가 아닌 누군가의 존중을 받는 인격체라는 생각을 들게 해 당신을 다시 보게 한다.



맺고 끝냄이 분명하다.

체크 인을 하다 보면 본인의 앞뒤 일정에 따라 혹은 피로도에 따라 아니면 그냥 개인 성격에 따라 룸카드를 받자마다 안내 멘트도 무시하고 그냥 가버리는 사람들도 있고, 체크인을 하는 잠깐의 시간도 견디지 못하고 이것저것 물어보면서 정신을 쏙 빼놓는 사람들이 있다.


그에 반해 내가 환한 웃음으로 맞이하면 밝은 미소로 다가오며 인사로 우리의 만남을 시작하고 내가 예약에 따라 체크인을 진행하는 것을 차분이 기다려 주면서 마무리까지 나의 흐름을 따라 주는 사람들이 있다. 프런트 직원들의 안내 멘트에는 자주 묻는 Q&A가 포함되기 때문에 끝까지 다 들으면 웬만한 궁금증이 해소되기는 하나 추가적으로 알고 싶은 사항을 그 후에 물어봐서 대답하는 사람도 질문하는 사람도 '차근차근' 순조로운 진행이 가능하게 해 준다.


마치 직원의 역량에 따라 체크인이 진행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어쨌든 직원은 고객의 성향을 '맞춰드려야' 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시스템적인 부분이 끝나기도 전에 중구난방으로 질문하는 바람에 무슨 질문을 했는지, 대답은 맞게 했는지 심지어 체크인은 제대로 됐는지 무엇하나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드는 것보다 훨씬 확실하고 빠르게 진행될 수 있게 해 주는 것은 당신의 여유와 매너에서 비롯된다.  

마치 화장실의 한 줄 서기처럼…?



나를 잊지 않는다.

보통 일행이 있는 경우 본인들끼리 얘기를 하며 이동하다 보면 인사해야만 하는 나를 기계처럼 대하고 가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그 와중에 비즈니스 미소를 장착한 나의 인사 일지라도 대화를 잠시 끊고 몸을 돌려 친히 인사를 해주고 가는 고객들이 있다. 그 마저도 여의치 않을 때는 고개만이라도 살짝 돌려 눈을 마주치며 영어권나라의 편리함이기도 한 손 인사를 멋들어지게 하면서 나가는 사람들도 있다.  

멋있어.. 영화 같아…


호스피탈리티 10년 차쯤 되면 사람들 뒤통수에다 대고 갈 곳 잃은 인사를 하게 되는 경우가 하도 허다하다 보니 대답을 듣는 것은 일찍이 단념하고 내가 인사를 했다는 것에 홀로 의의를 둔지 오래되었지만 또 눈을 마주치고 인자한 미소로 화답해 주는 당신을 보면 여전히 막 좋고 그렇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참 기품 있어 보이는 고객들의 공통점은 언행이 급하지 않고, 빠듯하게 움직이지 않으며 감사 인사에 인색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들이 요구사항이 있든 없든, 궁금증이 많든 적든 영어를 잘하든 못하든 우리가 서로 마주했던 시간이 군더더기 없이 참 단정했다는 느낌을 들게 해 주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이 남기고 가는 훈훈한 여운은 나를 되돌아보게 한다.


비상식에 비상식을 더하는 진상들의 출몰은 나를 출근 전 최소 4시간의 공복 시간을 유지해야 하게 할 만큼 긴장하게 만들지만, 한편으로는 기대하지 않았던 장면에서 아름다운 당신에게 받은 감동은 사람에게 받은 상처를 사람으로 치유하는 '오늘의 위로'이기도 하다.  또 하루를 버티게 해주는 '내일의 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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