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한국 갈 때의 쇼핑리스트
한국행 비행기표를 샀다. 한국 다녀온 지 1년도 채 안 된, 애뉴얼 리브도 많이 쌓이지 않은 이 시점에서 한국행을 결정하기까지 이런저런 일이 있었지만 어쨌든 결제는 되었다.
지나고 나면 빠른, 그러나 하루하루는 더딘 시간이 시작되었다.
카카오 톡의 프로필에 디데이를 설정하고 이제 기다림의 시간만 남았다.
호주에서는 출국 60일 전부터 한 가게에서 $300 이상 사면 공항에서 텍스 환급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한국에 가족과 지인들에게 선물할 물건들의 리스트를 슬슬 만들고 D-60일이 되면 사러 다닐 준비를 해야지.
한 곳에서 사는 금액이 $300이라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하던데 같은 사업자 번호인 것과 동일한 의미인 것이라 다른 브랜드라도 같은 지점 백화점에서 산 것들은 다 하나의 가게로 취급이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나의 경우, 호주의 메이저 백화점인 MYER의 한 지점 안에 이솝, tea2와 channel에서 구매한 총금액으로 계산되어 공항에서 텍스 환급을 받았었다. 그... 돈이라는 게 원래 버는 것보다 쓰는 게 더 쉬운 거 아닌가요 ㅠㅜ
선물이라고는 하지만 우리 가족들은 극실용주의라 본인들이 원하지 않은 물건들을 사 오는 것은 별로 좋아하지도 않고 굉장히 돈 아깝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항상 가족들에게 오더리스트를 받는다.
그래서 가족 및 지인들이 좋아하는, 호주에서 한국으로 가는 나에게 늘 부탁하는 리스트를 공유해 본다.
1. 건강식품
호주와 뉴질랜드로 단체 관광을 오는 사람들에게 가이드들이 약 관광이라고 소개할 만큼 건강식품 종류들이 어마어마하다. 멀티 비타민만 해도 남녀는 물론, 50세 이상, 65세 이상으로 세분화되어있기도 하고 부위별, 상황별로 알약, 파우더형, 캔디형, 젤리형 등등 먹는 약들이 아주 다양하다.
뉴질랜드에 있을 때는 초록 홍합을 주로 사갔었고 호주로 오고 나서는 오메가 3, 루테인, 글루코사민, 코엔자임, 프로폴리스 등등 웬만한 종류의 약들을 다 주문하는 편이다.
호주 국가대표들을 서포트한다고 알려진 'Swisse'라는 브랜드는 한국에서 많이 보이는 호주 브랜드들에 비해 여기서 비싼 편에 속하지만 거주자의 특혜는 세일하는 기간에 사재기를 해 놓을 수 있다는 것.
코로나로 인해 한국을 못 가다 4년 만에 방문할 때 밀린 약들을 사가느라 짐이 캐리어 하나만 40kg가 되어 추가 금액 내며 갔을 정도로 본인용으로는 물론, 선물용으로도 가장 많이 주문하는 품목이다.
2. 와인
호주나 뉴질랜드에서 와인이 맥주만큼 서민음료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어느 날 갑자기 와인에 맛을 들이더니 무섭도록 와인 애호가가 된 친언니가 와인의 주문하면서 한국에서 사는 것보다 확실히 저렴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느 유명인의 결혼식 답례품으로 증정되었던 한국에서 17~19만 원대의 뉴질랜드 와인이 올 초에 사갈 때 환율로 9만 원대에 살 수 있었다.
한국에 알려진 호주 와인들 중에 현지에서 사면 선물하기에 부담 없는 가격으로 살 수 있어서 사가면 좋은 아이템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한국 입국 시 2리터로 주류반입 가능한 용량의 제한이 있어서 2병밖에 못 산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
3. 수영복
Roxy, Billabong, Quicksliver 등등 한국에도 입점한 호주 브랜드들이지만 호주에서는 종류도 훨씬 많고 아울렛도 많아서 생각보다 더 저렴하게 득템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있다.
최근에 한국 가기 전에 형부 래쉬가드를 사러 갔다가 이곳 사람들은 래쉬가드를 잘 입지 않아서 종류가 많이 안 나오는 데다 코로나로 이후로 공장 운영에 차질이 생겨서 한동안 새 제품 생산이 더딘 상황이라는 점원의 말을 듣고 보니 이래저래 살게 많이 없었기는 하지만 그래도 원래 쇼핑이란 없는 와중에 얼굴 파묻고 뒤지고 뒤져서 숨겨진 보물을 찾아내는 맛이기도 하니깐…
서핑의 나라답게 해양 스포츠에 관해서는 예쁜 수영복 외에 비치타월이나 수영복 가방 같은 액세서리들이 다양하게 있고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유아나 어린이 용으로는 Cotton on kids나 Ollies place 같은 브랜드에서도 저렴한 가격에 살 만한 게 많이 있다.
4. 이솝, 쥴리크, 수킨 화장품
미국 브랜드 아니고 호주 브랜드이다. 호주는 뭐 소고기나 먹고 해변가나 가서 드러누워 있는 게 다인 줄 아는데 나름 쓸만한 화장품 브랜드들도 있다. 게다가 자연주의 화장품 브랜드들… 그래서 뭔가 호주스러워. 화장품이야 면세에서 사는 거라지만 언급한 호주 브랜드들은 천연 및 유기농을 강조하며 자연에서 얻는 재료들을 사용하여 뭔가 더 순하고 맑을 것 같은 느낌.
솔직히 지난번 한국 방문을 방문했을 때, 한국에서 이런저런 행사 끼고 할인받고 하니 가격으로만 봤을 때는 한국이 더 싼 경우도 있어서 한국의 공격적인 마케팅과 탁월한 수입 능력에 혀를 내둘렀던 기억이 있다.
그래도 말했다시피 60일 안에 한 곳에서 $300 이상 사면 면세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거… 그리고 본토에서 샀다는 괜한 자부심 한 스푼.
나는 주로 한국에서 많이 거론되는 이솝 핸드크림/ 바디크림/ 파슬리 시드 시리즈/ 립밤/비누등을 사가지고 갔었다. 올 초에 한국에 갈 때 언니는 내게 수킨에서 핸드워시와 크림 등을 부탁했었다.
5. 스미글 학용품
조카가 학교를 들어가면서부터 조카 선물을 사려고 하면 언니가 사 오라고 했던 브랜드이다. 언니 말로는 어느 남자연예인이 호주에서 조카 선물로 스미글 매장에서 한 보따리 사 오는 게 찍혀서 알려졌다고 하던데 싸다고는 할 수 없지만, 아울렛이 있고 세일을 할 때 또 확실하게 하는 꽤 어린이스럽고 다양한 종류의 애들을 위한 아이템이 있는 브랜드이다.
언니는 조카가 학교에서 아이들 속에서 어우러질 때 흔하지 않고 예뻐서 좋다고 했다.
6. T2
멜버른에서 시작된 티 브랜드이다. 소화에 좋은, 수면에 좋은, 명상하기 좋은 등등의 상황에 맞는 티들도 있고 그 외 당연히 흔해 빠진 얼그레이나 잉글리쉬 블랙퍼스트, 그린티 등등도 그럴듯한 이름들을 하나씩 덧붙이고 포장을 예쁘게 해서 조금 더 특별하게 파는 곳이다. (추천한다고 하면서도 뭔가 비아냥 거리는 것 같은데 여기가 싸지가 않아요ㅠㅜ )
그러나 개인적으로 여기서 파는 프렌치 얼그레이를 마시고 얼그레이의 매력에 빠졌다는 사실... 일반 마트에서는 2~3불대에 살 수 있는 얼그레이도 즐기며 마실 수 있는 얼그레이이지만 첫맛을 여기서 들여서 그런지 T2의 프렌치 얼그레이는 뭔가 더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향이 나긴 한다.
여기에서 파는 티팟이나 찻잔, 텀블러, 티거름망 같은 다양한 액세서리들도 오리엔탈스럽고 예쁜 게 정말 많고 하나같이 모두 탐나는 아이템들이 수두룩 빽빽 이지만 예외 없이 비싸다는 게 함정.
차를 다 마시고도 패키지 재사용을 위해 사용 용도를 쥐어 짜내어 고안해 낼 만큼 그냥 버리기 아까울 정도로 예쁜 패키지라서 선물하는 모양새까지 챙겨준다는 점.
그 외에 우리 어머니께서 좋아하시는 건조한 입술에도 바르고 발꿈치에도 바르고 상처에도 바르는 호주의 만능크림이 포포크림도 사야 하고, 호주 브랜드는 아니지만 한국에서 안 파는 대용량을 판다고 아기가 있는 친구가 3~4개씩 부탁한 비판텐 크림도 사고, 예기치 않게 만나게 되는 사람들에게 그래도 호주에서 온 거 뻔히 다 아는데 빈손은 어색할 때 주기 좋은 프로폴리스 치약 몇 개랑 이번에는 호주를 다녀가신 친구 어머니께서 그렇게 좋아하신다는 까먹는 마카다미아를 한번 사가보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