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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밭농부 Mar 28. 2021

낭만 없는 농막생활

시골생활의 시작은 아름답지 않았다.



"캠핑도 하는데 뭐~~"


 농장에 들러 농막을 본  지인이 한 말이다.

그래~~캠핑도 하는데 농막생활 쯤이야~


 전원주택공사중 한달 남짓 지낼곳이 필요했다. 월세 달방이라도 살고 싶었지만, 여기저기 전화를 돌려봐도 구해지지 않았다. 어쩔수 없다. 한달하고도 일주일의 시간동안 농막에서 지내는 수밖에...


 내키지는 않았지만, 어느정도의 각오는 이미 하고 있었다. 우리는 애가 셋이고 강아지까지 있지 않은가 ! 이참에 월세값이라도 아껴보자 .



 쌀쌀함이 느껴지는 아침 , 눈이 떠지자 마자 가슴이 무겁게 느껴졌다. 이곳은 더이상 내가 살던 아파트가 아니다. 낯선 천장이 보인다. 내옆에 아이들이 옹기종이 붙어 잠들어 있다. 방바닥은 뜨겁지만 웃풍이 있어선지 왠지 싸늘함이 느껴진다.  몸을 일으켜 세워 화장실에 가야하는데, 들어가고 싶지 않다. 이번주엔 꼭 변기를 사와야겠다. 깨져서  물이 세는 변기는 벨브를 잠궈놓았다가 사용할때마다 켜야 했다.  문에선 끼~~익  소리가난다.  조용히 다녀오고 싶었지만 결국 문소리에 아이들이 깼다.

둘째 자고 있는 자리 옆 구석에 밥상이 놓여있다. 접이식 밥상이 아니라서 접어둘 수가 없다. 밥상을 살짝이 밀고 좁은틈으로 비집고 들어가 싱크대 모양을 하고 있는 곳에 선다. 그렇게 대충 과일과 아침밥을 챙겨먹곤  오늘은 어디로 나갈까를 고민하기 시작다.  농막으로 이사를 온 후, 초등학교 입학식까지  남은 열흘을 매일 그렇게 , 밖으로 나갈 궁리를 하며 보냈다.


 하루 종일 좁은 농막에만 있을 순 없다.

농막 밖은  너른 들판과 공사중인 소막 뿐이다.

싸늘한 들바람에 마음마저 싸늘지기 십상이다.


"괜찮아...며칠 안남았어~~제 곧 개학이잖아"


아직 2월이던 그때는 3월2일  초등학교 입학식만을 손꼽아 기다릴수 밖에 없었다.  보관이사로 최소한의 물건을 가지고 농막으로 왔다. 장난감도 책도 최소한의 몇가지 뿐이었다.   그렇게 나는 아이들을 차에 태우곤 매일 같이 시내로 나갔다.



적막한 쓸쓸함에 빠지고 싶지 않았다.

무료함에 우울해지고 싶지 않았다.

이 추운 칼바람에 내마음이 싸늘해지게 그냥 둘 수없었다.


신나게 놀아야 했다. 행여 친구들과 떨어진 아이들마저 적막함을  느낄까 싶어 더 분주하게 데리고 다녔다.

대충 만들어진 임시 싱크대에서 대충 해먹는 요리에 내기분을 빼앗기고 싶지 않아 더 맛있게 사 먹고 다녔다.


"며칠 안남았어. 이제 곧 평화로운 일상이 찾아 올거야~"


아이들은 비교적 잘 지냈다.

우리의 상황을 너무 잘 이해하고 있었다.

입학을 기다리기도 했다.


 아이들도 나만큼이나 불편할텐데...

아파트 친구들이  보고 싶을텐데... 싫다 소리 하나 없이 잘 지내주니 대견할 뿐이다.


 이곳은 농사용 농막이라 농업용 지하수를 그대로 생활용수로 쓰고 있다.  쌀씻는 것마저 생수로 해야하는 이유다.  아파트에서 부터 쓰던 수전필터를 가지고 왔는데 며칠 지나기가  무섭게 색이 누렇게 변한다.  더 이상 놀랄 것도 없다.  아무렇지 않게 필터를 갈아끼우고 양치물로 생수를 사용하면 그만이다.


다섯식구 생활용수를 대려면  물탱크에 물을 이틀에 한번은 채워두어야 한다.  어쩌다 깜빡했던 어느 날,  한밤중이 되어서야 생각이 났다.


' 오늘  물 안받았네 ?!'

  남편이 돌아와 샤워할때 물이 라도 끊기면 낭패다. 물탱크에 물이 없어 보일러가 돌아가지 않으면 냉골에서 자야한다는 말 아닌가.


 물을 끌어올리는 펌프 전원 스위치를 켜야 하는데,  하우스 밖으로 나가는게 부담스럽다.  후레쉬 후레쉬가 어디 없을까? 급한 김에 스마트폰 손전등을 켰다. 의기양양하게 걸어나갔지만. 결국 앞에 세워진 차를 반바퀴 돌다말곤 다시 들어와 버렸다. 


칠흑같은 어둠에 삼켜질 것 같은 순간의 공포! 오싹함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내가 어둠속으로 들어간다는 표현으론 부족하다. 어두움이 나를 감싸 삼켜버릴 것 같은 , 지금껏 느껴본적 없는 어두움의 무게감이었다. 하우스 입구에서 펌프 스위치가 있는 전봇대까지는 불과 3, 4미터남짓. 그 몇발자국을 더이상 떼지 못했다.  가로등 하나 없는 적막한 어둠의 들녁은 밤이되면 한치앞도 보이지가 않는다.  밤이되면 그곳은 더이상 나의 마당이 아닌것이다.



" 엄마 왜 그냥와?"

" 안되겠다. 아빠오면 해달라고 하자 ^^"



새벽에 눈이 떠지면, 하우스 밖으로 보이는 새벽빛이 반갑게 느껴진다.


' 오늘도 ... 어두움이 거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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