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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랑 Oct 02. 2023

48. 엄마의 욕심일까.

10/02/2023

     아이가 고등학생이 되고 내가 은퇴를 하면서 적지 않은 부분에 변화가 생겼다. 미술을 하고 싶다는 아이의 라이드를 해야 하는 일이 많아졌고, 나의 대부분의 시간과 신경을 차지하던 일이 빠져나가니 예전보단 아이의 일상에 신경을 쓰게 되었다. 거기에 더해 학업성적에 별 관심이 없던 아이가 공부에 신경을 쓰면서 나도 모르게 아이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지기도 했다.

흔히 이야기하는 좋은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미래의 모든 것을 결정하지 않는다는 걸 잘 안다. 거기에 더해 미래를 위해 참고 노력하며 현재의 행복을 희생시키는 것이 최선이 아니라는 것도.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는 내가 경험해 온 것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는데,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아이에게 스트레스가 될 만한 감정적 압박을 주고 있는 건 아닌가 생각한다. 미국의 교육 환경이 한국에 비해서는 나은 건 맞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엔 워낙 동양인이 많고 거기에 한국인이 많은 지역이다. 미국 내 타 지역에 비해 경쟁이 심하고 엄마들의 극성도 심한 것 같다. 아이 친구 엄마를 만나게 되는 날엔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들도 다수 듣게 되고 나도 모르게 영향을 받게 되기도 한다.

아이의 행복이 중요하고 사회적인 인정이나 성공이 반드시 행복에 귀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고, 삶엔 여러 다양한 형태가 있고 길을 찾아가는 과정에서의 행복도 중요하다는 걸 알고 있는데도 가끔 나도 모르게 마음이 한쪽으로 쏠리곤 하는 거 같다.

학업성적이 좋고 유능한 아이보다는, 자존감이 높고 스스로의 행복을 알고 찾아갈 수 있는 아이로 자랐으면 하는데,… 욕구의 크기를 키우기보단 작은 성과에도 감사하고 만족할 줄 아는 아이가 되었으면 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나조차도 마음의 길을 잃고 한다.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은 아이의 마음이 잘 자라날 수 있도록, 거기에서 건강한 꿈도 꿀 수 있도록 자리를 지켜주고 지지해 주는 거라고 다시 마음을 잡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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