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반에 찍었다는 서울 지하철 안 풍경을 본 적이 있습니다. 불과 이십여 년 전, 오래지 않은 과거인데도 불구하고 사진에서 풍겨 나오는 분위기는 지금과 많이 다르더군요. 그 이유가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오래지 않아 깨달았죠. 그것은 사람들이 핸드폰 대신 책이나 신문을 들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누군가는 종이에 인쇄된 활자가 전해주는 이야기에 푹 빠져 있고 또 누군가는 곁에 앉은 이와 눈을 마주한 채 대화를 나누는 모습. 그 장면이 왜 그리 따스하게 다가왔을까요?
책의 가장 큰 적은 스마트폰이라는 말이 실감 나는 시대입니다. 언제 어디에서나 사람들은 틈만 나면, 아니 어떻게든 틈을 만들어서라도 핸드폰을 바라봅니다. 홀로 있을 때뿐만이 아니라 타인과 함께 하는 시간에도요. 물론, 오늘날이 예전의 세상과는 다르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우리의 삶에 필요한 최신의 정보를 가장 빠르고 편하게 건져 올릴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핸드폰을 이용하는 것이라는 사실도 말이죠. 하지만 느릿한 삶이 종종 그리운 저는, 몸은 곁에 있지만 마음은 각자의 손바닥 안 세상에 머무는 우리들의 모습에 쓸쓸해지기도 합니다.
지하철 타는 것을 좋아했었습니다. 이동수단 중에서 지하철만큼 편안하게 책을 읽을 수 있는 곳은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직접 운전대를 잡으면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다른 일은 아무것도 할 수가 없고 흔들리는 버스에 앉아 있노라면 어지럽잖아요? 지하철에서 책에 푹 빠져 있다가 목적지를 지나치기도 여러 번이었습니다. 그랬던 저조차 손에 책을 쥐고 보내는 시간보다 스마트폰에 눈을 고정시키고 사는 시간이 더 많은 것 같은 요즘입니다. 아이에게는 그러다 중독될라, 눈 나빠진다, 아이패드 그만해라 그만해 잔소리를 하면서 정작 엄마인 저는 안 써도 되는 시간까지 스마트폰 세상에 내어주다니,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그래서 더 늦기 전에 되찾아보려 합니다. 책 읽는 즐거움을 말이죠!
큰 욕심은 내지 않겠습니다. 일주일에 한 권씩 꾸준히 읽겠습니다. 그리고 그 감상을 나누겠습니다. 우선 민음사에서 출간한 세계문학전집부터 시작하려고 합니다. 이 세상에는 탐나는 책이 참으로 많긴 합니다만,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을 나의 서재에 줄 맞춰 꽂아두고 1권부터 마지막 권까지 빼놓지 않고 다 읽는 것은 어릴 적부터의 꿈이었거든요. 그 꿈의 일부를 이룬 지금, 즐거운 마음으로 독서를 시작합니다. 이 글을 마주한 여러분들이 아, 나도 그 책 한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신다면, 그래서 정말로 함께 읽어주신다면 이 글을 연재하는 목적을 절반은 이룬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