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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멀리스트 상희 Dec 02. 2020

중고로 물건을 파는 기술

중고로 물건을 파는 일도 기술과 시간과 에너지를 필요로 합니다


미니멀 라이프와 중고거래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놓여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미니멀 라이프로 중고거래를 처음 시작하게 된 것은 아니지만 미니멀 라이프를 하면서 중고거래를 더 잘 이용하게 되었다

그리고 중고거래를 오래 하면서 느낀 점은 중고거래에도 물건을 파는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내가 처음 중고거래를 시작하게 된 건 지금으로부터 7년 전인데 그때 당시 나는 임산부였고 임부 팬티가 나의 첫 거래의 시작이었다. 그 당시 잘 알아본다고 후기도 여러 가지 비교해보면서 꼼꼼하게 읽어보고 첫째라고 무조건 좋고 비싼 것 그리고 아주 아주 편하다는 리뷰에 구매를 했는데 막상 착용해보니 나한테는 너무 불편했던 것이다. 최소한으로 산다고 두 개만 구매했지만 하나를 입어보니 도저히 다른 하나는 입을 수가 없었다. 주변에 줄 사람을 찾아봤지만 결혼도 일찍 한 데다가 친구 중에 임산부도 없어서 나눠줄 사람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때 내가 눈을 돌린 것이 중고 카페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중고거래는 전혀 해본 적이 없었다. 물건을 팔아야 하는데 중고로 구매해본 경험도 없으니 당연히 물건을 팔 때 돈과 배송의 문제에서 가로막혔다. 그것이 나의 첫 관문이었다. '내가 물건을 우선 보내주고 물건을 산 사람이 물건을 잘 받았으면 내가 돈을 받는 건가?' 아니면 '돈을 먼저 받아도 되나?' 그것도 아니면 '돈을 반만 받고 반은 구매한 사람이 물건을 받은 다음에 받는 건가?' 가장 기본적으로 돈이 오가는 방법을 몰랐으니 얼마나 답답했겠는가. 이것도 일종의 장사가 아닌가.

그리고 더 웃겼던 건 내가 올린 임부 팬티를 사겠다고 한 사람도 중고거래가 처음이었던 것이다. 우리는 서로 "이게 맞을까요?" " 돈을 먼저 드려야 하나요?" 서로가 서로에게 질문을 하면서 물어물어 가면서 의견을 조율하고 우여곡절 끝에 나는 첫 중고거래를 성사시킬 수 있었다.



알고 보니 중고 거래할 때 당연히 돈을 먼저 받는다. 그래서 사기꾼이 많은 거라고. 이걸 몰랐으니 처음이라는 그 벽이 중고거래에서도 두렵고 막막했던 것이다.

그 뒤로 나는 중고거래를 7년이나 하면서 사기를 두 번이나 당했다. 물론 돈은 다 돌려받았고 한 번은 경찰서까지 다녀왔지만 아주 긴 사연이라 이것도 나중에 글로 풀어보면 재밌을 거 같다




그 뒤로 나는 출산을 하면서 참 재미난 물건들을 팔기 시작했다. 보통 중고거래를 처음 시작하는 계기를 보면 아이들 물건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나 역시 아이를 키우면서 중고거래의 황금기를 보냈다.


내가 보는 중고거래는 첫 단계 새물건이 아까워서 아니면 얼마 안 쓴 물건이 아까워서 중고로 팔아본다. 이것이 시작단계가 되는 경우가 많다.

두 번째 단계는 생각해보니 점점 나도 사야 할 건 많은데 새 상품은 비싸기도 하고 중고거래로 물건을 팔아보니 나쁘지 않은 것 같고 해서 나도 중고로 한번 물건을 사볼까? 이 단계를 거치게 된다. 나 같은 경우에는 휴대용 유모차와 유아 전집이 첫 구입이었다.


그리고 3단계는 중고로 사서 잘 쓴 다음 중고로 다시 파는 내가 말하는 일명 중고 대여(정해진 기간 없이 중고로 사서 아이가 필요한 기간만큼 쓰고 다시 파는)를 하는 단계를 거치게 된다.



중고거래에서 시세가 존재한다. 사람들이 많이 찾을수록 시세는 올라가고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계절일수록 시기가 맞으면 또 시세는 올라간다. 파는 사람이 없다면 중고거래의 시세가 계속 올라가고 물건도 빨리빨리 팔린다. 그래서 파는 시기도 정말 중요하다.

나는 중고거래를 통해서 내가 상당히 장사(?)를 잘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었는데 지금은 기록하지 않지만 마지막으로 중고거래를 가계부에 기록했을 때가 중고거래 수입이 600만 원을 훌쩍 넘어섰었다.

못 파는 물건도 없었다. 아이가 입던 옷부터, 신발, 모자, 장난감, 책, 책장, 소파, 아일랜드 식탁은 물론 드레스룸까지 이사 갈 때는 집 빼고는 다 팔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렇게 중고거래를 하면서 내가 터득한 노하우를 적기 전에 정말 강조하고 싶은 게 있다. 일반 판매자도 많지만 중고거래에서 특히나 유아 용품 그중 비싸고 유명한 인기가 많은 물건에는 사기꾼이 꼭 있다. 이점을 잊지 말고 주의 또 주의하자!

중고 카페에도 나와있지만 전화번호 없이 카톡으로만 거래 유도를 한다면 사기꾼일 확률이 아주 높다. 그리고 요즘은 이것도 통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대포폰을 사용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꼭 더치트와 중고 카페에 판매자의 이름과 전화번호, 계좌번호는 꼭꼭 검색해보고 돈을 보냈으면 좋겠다.

7년이나 중고거래를 하면서 나는 아직도 카페와 더치트는 꼭 확인하고 돈을 보낸다. 사기꾼은 언제 어디서 만날지 모르고 점점 똑똑하게 변화하고 있다는 점 중고거래에서 꼭 기억해야 할 점이다.






이제부터 중고거래의 판매자가 되려고 한다. 그럼 제일 먼저 팔아야 되는 물건의 사진을 찍어야 한다. 그리고 나는 이 작업은 정말 정말 중요하다고 말한다. 잘 찍어야 해서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진에 내가 팔려고 하는 물건을 성의 있게 찍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꼼꼼한 사진 찍기는 중고거래 특성상 분쟁의 소지를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사진을 잘 찍으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앞면, 옆면, 뒷면, 필요하면 위, 아랫면 그리고 하자가 있는 부분을 찍어야 한다. 잊지 말자 이것은 사는 사람을 위한 일이기도 하지만 분쟁을 줄이기 위해서 나를 위한 일이기도 하다



물건을 팔 때 또 해야 하는 일을 내가 팔아야 할 물건의 평균 가격을 알아보는 것이다. 일명 현재 시장에서의 시세를 파악하는 일인데 이것은 가장 기초공사이다. 중고거래는 각자의 물건의 상태가 다 다르기 때문에 여러 가지 사람들의 판매상태와 가격을 비교해보고 내 물건의 적정 가격을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 물건 가격까지 정했다면 글을 작성해보자. 여기에서 우리는 중고거래의 특성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아야 한다. 직거래도 있지만 비대면이 강조되는 지금 물건을 실제로 보지 않고 사진과  설명만으로 물건을 사고파는 경우가 훨씬 많다. 그래서 자세한 사진과 설명은 꼭 필요하다. 서로가 물건에 상태에 대해 정의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에 나는 괜찮아 보여도 다른 사람이 보기엔 그렇지 않을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나는 글을 적을 때 새 상품은 꼭 새 상품으로 아닐 경우에는 새 상품이 아니니 예민하신 분들은 조금 더 상태 좋은 물건을 사시는 게 좋겠다고 권해드린다. 주관적인 부분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중고거래를 해보면 알겠지만 별별 사람이 다 있다. 정말로 중고거래는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일이다.



글에는 소비자가 원하는 정보 위주로 적는다. 필요로 하는 정보 일단 물건의 상태와 얼마간 사용했는지 사용기간과 얼마에 파는지 가격정보, 그리고 직거래를 원한다면 직거래 정보도 추가하는 것이 좋다. 만약 이렇게 글을 적는 것이 어렵다면 내가 팔려고 했던 물건을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글을 써서 판매하고 있는지 찾아보면 도움이 된다.



그리고 한 가지 팁을 더 해드리자면 나는 물건을 판매하고도 글을 바로바로 삭제하는 분들을 보았는데 이것 또한 분쟁의 소지가 있다. 내가 사진을 정확하게 찍어서 올리고 그것을 자세히 적는 이유는 나를 지키는 증거가 되기 때문인데 글을 지우면 나를 지킬 수 있는 증거가 사라지는 것이다. 우기는 사람이 이기게 되는 것이고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게 되는 억울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내가 판매한 물건이 구매자에게 전달되고 일주일 정도는 글을 남겨둔다.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내가 물건을 살 때도 돈을 주고 났더니 판매 완료라며 글을 삭제하거나 가격정보와 설명 등을 지우고 수정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것 또한 내가 손해 볼 수 있기 때문에 나는 중고로 물건을 사기 전에 내가 산다고 했던 물건의 글은 꼭 캡처를 해서 저장해둔다. 그리고 물건을 받을 때까지 잘 보관하고 있다가 제대로 물건을 받으면 캡처해두었던 사진을 지우고 있다. 이건 최소한의 안전장치이다. 나중에 혹시나 사기를 당했을 때 증거로 쓰일 수 있는 안전장치 말이다.



그리고 나의 중고거래의 핵심은 하나다. 내가 팔고 싶은 물건은 단 한 개! 단 한 사람만 사면된다! 결국은 딱 한 사람만이라도 내 물건을 원하는 사람이 있다면 세상에 팔지 못하는 물건은 없다.

그리고 이 좁고도 넓은 한국땅에 내 물건을 사줄 사람은 어디에든 꼭 있다는 말이다



이렇듯 중고거래도 많은 에너지와 나름의 스킬이 필요하다.

그리고 우리 모두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기 위해서 꼭 필요한 물건만 사고 꼭 필요한 물건만 가지고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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