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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정성 Mar 03. 2022

터닝 포인트를 읽고

마크 A. 놀 "터닝 포인트"

이 책 터닝 포인트의 저자인 마크 A. 놀은 역사 신학에 있어서 저명한 저술가이자 역사신학 교수이다. 일반적으로 교수님들이나 학자들이 쓰는 책은 말 그대로 현학적이다. 그러나 이 책은 그런 걱정은 크게 없다. 이 책은 역사신학에 있어서 12가지의 큰 사건을 저자가 지정하고 그것의 의미를 밝히고 있다.

이 책의 탁월성은 이 12가지의 사건만으로 기독교 역사의 전반이 드러난다는 것에 있다. 어렵지도 않고 학술서적이라기 보단 기독교 신자들을 위한 기초 교양서적으로 이해하면 된다. 다만, 이 책에서 각 장을 마치면서 나오는 “한 잔의 차를 나누며” 부분은 왜 있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한국 출판사에서 삽입한 것이 아닌가라는 의혹이 드는 이 파트는 정말 사족이다. 이 좋은 책을 수능 문제집으로 만들어 버린 한국 출판사 편집부의 머리를 한방 치고 싶을 지경이다. 어쩌면 이게 우리의 현실일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고 지식을 검증하는 것이 일반화된 우리의 모습. 성경에 대해 객관식 문제집을 만드는 나라가 우리고 그것을 교육하는 교회가 한국 교회니 할 말이 없다. 과감하게 “한 잔의 차를 나누며” 파트는 스킵하시라고 추천드리고 싶다. 아니 책을 읽고 한 잔의 차를 나누며 “칼케돈 공의회에서 현안이 된 핵심적인 신학 문제를 논하라”라고 말하는 것이 정상인가? 

하여튼 정신이 나간 편집자와 출판사가 아닌가? 책을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이 따위 문화는 좀 사라졌으면 한다. 그럼에도 이 책 자체는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책이다. 암기하려 들지 말고 그저 역사적 사건의 맥락을 따라가시는 것을 추천드린다.

특히 교회사적 진술보다 교리사적 진술들이 나열될 때는 너무 골똘히 생각하시지 말고 “이런 생각을 했었군.” 정도로 읽고 넘어가시길. 교리사적 논쟁이란 그 당시 난다 긴다는 신학자들도 해결이 안 돼서 논쟁이 생긴 문제이니 그걸 다 이해하려고 들면 끝도 없거니와 마치 역사의 흐름 속에서 혹은 공의회를 통해 해결된 듯 보여도 현대 신학에서 여전히 논쟁적인 부분이 많은 문제들이다. 

그것을 책 한 권으로 다 이해한다는 것은 자칫 편협한 사고에 머물게 만들어 자신이 정답을 소유한 자로 착각하게 만들 위험이 있다. 그러니 그저 편하게 이런 이야기가 있구나 정도로 넘어가신다면 이 책은 충분히 가치가 있다. 

또한 많은 역사 신학 서적들이 큰 줄기를 못 만들고 디테일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니 지나치게 난삽한 경우가 있다. 이 책은 전혀 그런 것이 없이 깔끔 엔 깔쌈하다. 명확한 줄기를 제시하고 있다. 

역사와 교회사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 교회를 다니지만 교회의 역사를 모르는 분들, 자신이 속한 교회 혹은 교단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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