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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글파파 Mar 10. 2022

동료와 비교하지 마세요

나는 나 일뿐

‘오리진(Origin)이 라’라는 제목의 책이 있다. 이 책의 결론부터 말하면 어떤 일을 하더라도 자신만의 기원을 이루는, 한마디로 모든 일의 원조가 되라는 말이다. S전자를 세 번 퇴사하고, 이런 글을 써가는 나 같은 사람도 그런 의미에서 보면 원조(?) 격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글로벌 기업 S전자도 90년대 말, 위기를 맞은 한국의 대다수 기업처럼 IMF 격동기였던 그 시절, 많은 직원들을 내보내는 아픔을 겪은 적이 있었다. IMF가 터지고 한국의 원화가 달러 대비 가치가 엄청 낮아졌을 때, 회사 지원으로 학위 취득차 미국에 갔던 한 선배 즉시 귀국할 수밖에 없었고, 선배는 연수비 지원 중단이라는 본사 방침에 반발하여 자비로 공부를 마치고자 회사를 퇴사하는 것을 옆에서 보면서 많이 안타까웠던 기억이 있다.     


그 이후로, S전자 안에서는 '나의 평생직장'이라는 인식이 없어지는 결과를 낳게 된다. 더더군다나, 그룹 회장의 천재론으로 인해 당시 글로벌 경쟁사로부터 많은 경력사원들이 입사를 하면서, 그간 회사만의 조직관리 핵심 요소 중 하나였던 ‘순혈주의’도 없어지게 되었다. 물론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새로 입사하는 신입사원들도 입사의 목적이 글로벌 기업의 회사생활 경험 정도로 회사를 생각하는 마음이 가벼워진다면 그거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회사 동료와는 어떻게 지내야 할까?

  

자유로운 젊은 세대들은 예전 세대와 다르게 일이 없을 때 굳이 늦게까지 남아서 상사나 부서장의 추가 업무지시가 없을까, 선배의 잔심부름이 없을까 남아서 잔업을 하는 그런 눈치를 보지 않는다. 빨리 퇴근해서, 차라리 외국어 공부를 한다 던지, 외부에서 자기 계발 과정을 듣는다던지 정말 열심이다. 최근 구직사이트의 주요 회사들의 회사 분위기 설명 중 하나가 "회식 강요 없음"이 많다는 것도 이를 증명하고 있다.

   

조직의 연대성을 강조하는 선배들은 처음엔 불쾌한 감정을 갖지만, 그들의 외국어 능력, 외국 생활 경험, 파워포인트 작성 능력 등을 보면서 한편으론 본인들이 언제 밀릴지 모른다는 불안감 또한 느낄 수밖에 없다.


직장인의 성공 키워드인 '임원'의 의미도 변하고 있다. 과거의 임원들은 자신들의 성공요인으로 부지런함을 꼽는다. 일 년에 주말도 없이 “월화수목금금금”  365일 근무하는 것이 당연하고, 매일 10시 넘어 퇴근하고, 다음날 7시 이전에 나와서 그날 해야 할 일을 정리하는 습관을 키워왔다는 말을 하며 은근히 압력을 넣곤 한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어 요즘에 그런 소리를 하는 상사들은 꼰대 소리 듣기 십상이다.


스펜서 존슨의 책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는 자신의 직업가치가 어느 날 하락하는데도 정작 그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누가 왜 옮겼는지만 궁금해하며 그 자리를 계속 지키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부장으로 혹은 임원으로 승진한 사람들이 환경변화에 민감하지 못하면 그대로 도태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지금의 성공에 도취한 사람은 미래를 기대할 수 없다. 결국 정체되고 자기의 치즈가 옮겨지는 것도 모를 정도로 무감각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성공한 조직의 리더가 가져야 할 가치는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하나는 더 높은 곳을 향해 앞으로 나가는 것이다. 그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은 그의 길을 그대로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회사의 성장은 곧 새로운 자리를 만들어내고 미래에 대한 꿈을 심어줄 수 있다. 그러나 요즘 벤처에서 유니콘으로 성장하는 사업 외에는 그런 성장을 하는 중소기업이나 대기업은 거의 드물다. 그런 의미에서 조직의 리더가 가져야 할 또 다른 가치 하나는 자기의 자리로 오는 사람들을 잘 이끌어 주는 것이다. 본인만 성공으로 마무리하고 같이 노력하고 애쓴 사람들은 모른척한다면 진정한 리더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상은 이상일뿐 현실을 바라보게 되면, 조직의 장인 임원이나 말단사원도 동기부여가 잘 되지 않는 회사가 많다. 이제는 시대에 맞춰 조직 관계도 변화하고 있어 자기 계발에 열심인 후배들 모든 것을 넘어 일을 최우선으로 하라는 선배들 사이에서 중간관리자들만 끼인 세대가 되어가고 있다. 끼인 세대들은 건강과 가족을 담보 삼아 오늘도 직장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눈앞에 쌓인 일들을 놔두고 누구를 챙기고 이끌고 하는 생각까지 하긴 너무 힘들다.


모두 다른 생각에 갇혀있는 서로 다른 세대의 동료들은 마음속에서는 상대방을 향해 소리친다.

"제발 우리를 당신과 비교하지 말아 달라고... 나는 나일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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