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달리던 차는 5만 킬로가 되기 전에 원인 모를 떨림이 있어서 여러 정비소를 들르고, 엔진 청소도 해 보고 퓨즈도 점검하고 그랬었다. 급기야 도로에서 시동이 멈추는 일까지 벌어졌었다.
결국 한 정비소에서 찾은 원인은 엔진 퓨즈로 전기신호를 보내주는 코일의 불량으로 엔진 속 실린더 하나가 제대로 동작을 하지 못했다고했다. 다행히 그때 해당 코일을 교체하는 정비를 한 후에 동일 증상은 생기지 않았다.
그 후에도 몇 번 사소한 문제가 생겼고 그때마다 하나씩 문제를 해결해 갔다.
기억나는 가장 큰 문제는 8만 킬로 정도 달렸을 때였다.계기판에서 엔진과열 신호가 뜨더니 갑자기 차가 멈췄다. 길가에 세우고 한참을 식힌 후에 정비소를 가니 냉각수 통이 깨져서 냉각수가 모두 유실되는 바람에 엔진의 열을 식힐 수 없다고 했다.자칫 화재 같은 아찔한 사고가 날 뻔했다고 했다.
나름 정비는 열심히 했다. 10만을 타는 동안 타이어는 두 번 바꾸고, 와이퍼나 에어필터 정도는 인터넷에서 구매해서 혼자 갈아도 봤다. 그리고 매 5천~6천 킬로마다 동네 지에스칼텍스 오토오아시스에서 엔진 오일 교환을 꼬박꼬박 했다.
그렇게 특별한 사고 한번 안 나고 잘 가던 차가 10만 킬로를 돌파한 지 얼마 안 돼서 다시 부르르 떨기 시작했다. 엔진 경고등이 들어오더니, 일주일 지나니까 경고등이 아예 깜박깜박거리기 시작했다. 외근으로 고객을 만날 시간에 이런 일이 생기니 마음은 급해지고 비가 오는 시원한 날씨인데도 등에 식은땀이 흐른다.
덜덜 거리는 차를 끌고 고객을 만나고 미팅이 끝나자마자 부리나케 근처 정비소를 찾았다.
친절한 정비사가 보닛을 열고 차량 점검 십분 만에 엔진과 연결된 코일을 전부 갈 것을 권유한다. 코일 몇 개가 문제가 생겨서 엔진 점화플러그의 역할을 못하게 한 것이 원인이라고 했다.
코일을 6개 모두 갈고 집에 가는 길은 편안했다.
그런데 문제는 다음날 출근하고 의정부에 일이 있어 갔다가 다시 문제가 발생했다.
주차장에서 시동을 켜고 엑셀을 밟았는데도 가속이 되지 않는것이다.엑셀은 마치 바람 빠진 고무튜브 밟는 느낌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할 수 없이 보험사를 통해 사고 접수 후 견인차를 불렀다.
금요일 오후 늦은 시간, 정비소 직원들은 퇴근 준비를 하고 있었고 문제가 생긴 차는 그냥 두고 퇴근하란다.
어제 고쳐준 정비사에게 전화를 걸어 따져봤지만 자기 책임이아니라고 하고... 더운 날씨에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태도가 너무 화가 났다.
그러다 다른 고장 난 차들과 함께 정비소 구석에 주차되어 있던 내 흰 차가 눈에 띄었다.
7년 동안 10만 킬로를 뛰어준 소중한 애마가 아프다.차가 감정이 있는 물건은 아니지만 교통사고 한 번 없이 나를 지켜준 차다.
생각보다 많은 비용이들더라도 병을 낫게 하는 것이 나의 역할이다. 마치 반려동물에 느끼는 감정이 이런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애마야, 주인과 함께 한 십만 킬로 큰 사고 없이 달려준 것이 고맙다. 이제 또 새로운 십만을 달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