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했던가
여행을 하다 보면 어느 지역을 가던지 제일 신경 쓰이는 일정이 "맛있는" 또는 "기억날 만한" 음식점을 찾는 것이다. 혼자 다녀도, 혹은 지인들과 동반 여행을 하더라도 배고픔이 해결되지 않으면 다른 모든 것이 그저 허무한 시간 소비일 뿐, 그날 뭘 봤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때가 많다.
그럴 때 자주 찾는 것이, 인터넷 '맛집 검색'인데, 사실 우리는 다 알고 있다. 그 사이트에 나오는 맛집이라는 곳들이 진심 어린 추천이라기보다는 가게 주인의 마케팅으로 인해 그렇게 쓰일 수 있다는 사실을.
그래서, 진짜 이 집 어때? 하는 마음이 들어, 누구의 추천도 없이 혼자 휘익 들어가서 먹고 나온 느낌으로 직접 소개하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더 이런 내 마음을 움직였던 이유는, 지난 1년간 3~4번 정도 들렀던 커피집이 하루아침에 사라지고 유리벽에 "임대 문의 환영"이라는 글귀를 보고 난 이후다.
분당 야탑이면 꽤 괜찮은 상권인데, 오래된 가게들이 이렇게 무너질 수 있나? 하는 생각도 해 보고, 그렇다면 본인이라도 주변의 괜찮은 집을 소개하면, 결국 저 가게를 더 오래 이용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도달해 보니,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다.
앞으로 얼마나 많이 이런 류의 글을 써 볼지 모르겠으나... 우선 첫 번째 제목은 "샌드위치 가게" 다.
첫 번째 소개하고 싶은 집은 "샌드데이" 다.
야탑에 있는 시외버스 터미널 바로 건너편에 위치한 가게이다.
여 사장님 혼자 하시는데, 이곳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가성비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다.
샌드위치 가격이 4천 원 미만인 것도 많고, 불과 1000원만 더하면 콜라를 추가할 수 있으니, 5천 원으로 점심 한 끼 때울 수 있다. 그렇다고 부실한 샌드위치가 아니라, 입으로 들어가기 부담스러울 정도의 두께감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양상추들을 모두 입안에 못 넣고 중간에 흘릴 수밖에 없는 경험을 하고 만다.
가성비가 좋다고 해서 맛이 없다고 얘기할 수 없다. 직접 눈앞에서 사장님이 만드는 것을 볼 수 있으니, 얼마나 정성스럽게 만드시는지 알 수 있고, 여러 햄과 소스, 특히 양상추는 정말 아낌없이 넣어 주신다.
사장님하고 잠깐 얘기하다 보니, 예전에는 당직 서는 젊은 의사 선생님들(근처에 차병원이 있다)이 저녁에 자주 주문하셨었는데, 의료대란이 난 이후로는 주문이 많이 줄었다고 안타까워하셨다.
두 번째로 소개하고 싶은 집은 "하우스 브란트"이다.
이곳은 사장님 부부가 운영하시는 곳으로, 약간 다방(?) 같은 느낌의 내부 공간이 있는 반면, 가게 테라스에는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있어 편하게 대화하면서 식사를 해도 좋다.
이곳에서는 "밀라노 샌드위치"를 주문해 봤다.
사실 샌드데이 바로 옆옆 집이긴 한데, 여기서는 이렇게 바구니에 음식을 담아주셔서 좀 특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가성비를 생각하는 분들도 충분히 와서 먹을 수 있는 것이, 가격대가 위에 소개한 샌드데이와 1000원 정도의 가격차??
나름 퀄리티도 있고 역시 한 입에 들어가기 힘들 정도의 내용물들로 인해 몇 입만 베어 물어도 벌써 배가 부르다. 가게를 나오면서 포만감에 "만족"을 느끼기에 충분했던 곳이다. 정성과 맛!!! 이곳에서의 샌드위치 경험도 대성공이었다.
세 번째 소개하고 싶은 가게는 2024년 10월에 새로 생긴 샌드위치.... 아니 베이글 가게이다.
가게 이름은 "위클리 베이글"이다.
앞서 설명한 곳과 달리 여기에서는 주문을 키오스크로 한다. 역시 새로 생긴 곳이라, 새로운 시스템과 마주해야 한다. 이곳은 베이글 전문점인데, 샌드위치식 세트로 판매하기 하고, 크림만 발라주기도 하고, 낱개로도 가져갈 수 있다.
베이글 샌드위치 먹어본 사람은 안다. 누가 정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베이글자체의 크기가 크고 두껍기도 하지만, 그 안에 들어간 햄과 여러 가지 내용물을 더하면, 정말 양이 많다는 사실을...
가성비 측면에서 보면, 베이글 그 자체도 가격이 좀 있는 데다가, 내용물도 풍성하다 보니 여기서는 세트가 1만 원 전후로 점심메뉴로는 쪼끔 부담이 되는 가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가격이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퀄리티가 괜찮았고, 특히 주문후 바로 데워진 따뜻한 베이글이 겉은 바삭한데, 안은 쫀득쫀득하다고 해야 하나??? 식감이 너무 괜찮았던 기억이 아직 남아 있다.
그리고 처음 샌드위치가 반으로 잘라진 면을 봤을 때엔 속에 마요네즈를 엄청 두껍게 발라줬다고 생각했었는데, 한 입 베어무니 그것은 마요네즈 색깔의 내용물이 삶은 계란 흰자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계란, 햄과 치즈까지 풍부하게 들어있으니, 반으로 갈라진 두 조각을 모두 먹기에 부담스러울 정도로 배가 꽉 찼다.
한 가지 더 칭찬(?) 하자면, 커피 원두의 원산지가 어디인지, 자체 블렌딩을 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세트로 함께 나온 아이스 아메리카노도 맛있었다. 보통 세트 메뉴에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함께 나오면 너무 쓴 맛이 도드라져서 그냥 입가심 정도의 역할만 하곤 하는데, 이곳 커피는 적당한 산미가 잘 어우러져 있는 고급 원두를 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순간 '이 집, 베이글 맛집인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엔 샌드위치 세트가 아닌 베이글 단품을 낱개로 따로 사서 집에서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누군가 그랬다. 새로 생긴 가게가 가장 서비스가 좋다고... 나도 인정한다. 이런 신규 오픈한 곳은 빨리 성장을 해야 오래오래 남을 수 있다. 결국 동네 샌드위치 가게는 단골 장사 아니던가.
늘 똑같은 음식에 지쳐있는데, 오랜만에 놀러 온 야탑에서 조금 색다른 맛을 즐기고 싶다면 샌드위치 식사는 어떨지? 추천하는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