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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ramita Feb 27. 2023

ADHD가 어떻게 장점이 되죠?

ADHD의 모순적 경향 5가지

ADHD의 세계는 바다 같다. ADHD 하면 흔히 과잉행동을 일삼는 아동의 이미지가 떠오를 것이다. 실제로는 그보다도 더 복잡하다. 복잡한 ADHD 세계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키워드는 '모순'이다. 난 흔히 '넌 어떤 캐릭터인지 모르겠어'라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이는 ADHD의 본질적인 특성과 관련이 있다. ADHD는 심히 모순적인 기질이라는 것이다. 롤러코스터 같은 삶을 살아가는, 오르막과 내리막의 차이가 심한 ADHD 인생을 반영하는 ADHD라는 기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점을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이 차이를 이해할 때 ADHD를 삶의 무기로 활용할 수 있다. 단점인 줄 알았던 특성은 장점이 될 수 있다. 부모와 교육자의 올바른 지도, 스스로의 노력에 의해 ADHD는 삶의 무기가 될 수 있다.


ADHD의 모순적 경향

1. 집중력 부족 VS 초집중력

ADHD의 공식 명칭은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이다. 개인적으로 '주의력 결핍'이라는 명칭에 매우 큰 불만을 갖는다. ADHD의 집중력 부족의 이면은 과집중이다. 사실 과집중 때문에 에너지를 적절하게 사용하지 못해 정작 필요할 때 주의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좋아하는 일에는 지나칠 정도로 과몰입하지만 싫어하고 흥미 없는 일, 지루한 일에는 손도 대기 싫어한다. 본인이 흥미가 없는 일은 생존이 걸린 일이어도 잘 움직이지 않는다. 많은 ADHD의 비극이 여기에서 발생한다. 부모와 선생의 입장에서 너무도 중요한 일(ex. 공부)이 ADHD 본인에게는 전혀 중요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서울대 치대에 올 수 있었던 요인 중의 하나는 이 과집중이었다. 공부에 극단적으로 꽂혀있는 초등~고등학교 시절 동안 공부 외에 대부분의 일에 극도의 주의력 결핍 증세를 보였다.


2) 목표의식 부재 VS 고도의 목표지향성(기업가 정신)

창업 지원 회사의 운영자이자 ADHD 환자인 댄 설리번은 자신의 고객 중 최소 절반이 ADHD인 사람들이라고 추정한다. ADHD의 산발적인 생각은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탄생시킨다. 이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본인의 흥미와 결부되어 과집중을 불러일으킬 경우 고도의 목표 지향성을 만들어낸다. 물론 이 경우에도 그 외 대부분의 분야에는 무지하거나 흥미가 없을 가능성이 높다.

ADHD로 살아가면서, 혹은 ADHD 자녀를 키우고 있을 경우 명심해야 할 점이 있다. 무엇이 나의, 내 자녀의 SUPERPOWER를 유발하는 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격려하고 응원해야 한다.


3) 일을 미루는 경향 VS 과다한 업무를 순식간에 끝내는 능력

이 또한 위의 내용과 관련이 있다. 200여 만원의 거금을 들인 충격파 치료 보험 처리는 거의 반년 가까이 미루고 있으면서도, 직접적 이익이 되지 않는 학생회 업무는 제때제때 끝낸다. 심지어 '언제 이런 걸 만들었지?' 싶을 정도의 성과물을 만들어 낸다. 내가 재밌는 일을 할 때는 몇 시간이 30분처럼 느껴진다.  


4) 충동적이고 고집적인 성격 VS 창의적인 문제해결 능력

충동성과 고집은 새로운 상황에서 두려움 없이 도전하는 기질과 연관된다. ADHD는 관습과 전통을 잘 따르지 않는다. 의도적인 것은 아니다. 애초에 '관습', '규칙', '전통' 같은 개념이 머릿속에 없을 뿐이다. 계속해서 머릿속에서 팝콘 터지듯 발생하는 아이디어 중에는 정말 혁신적이고 유용한 것도 있다. 산만한 기질 덕분에 사안을 전체적으로 파악하면서 남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지점까지 통찰한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특유의 뚝심으로 밀고 나가면 탁월한 성과를 낼 수 있다.  

문제는, 그러지 말아야 할 순간에도 지나치게 창의적이거나 독단적인 모습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ADHD는 이를 잘 이해하고 스스로를 컨트롤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자주 실수하고 빠뜨리는 성향도 이에 한 몫한다. 인생 전반에 걸쳐 위기와 시련에 빠진 적이 많아서 위기 상황에서 어떻게 문제를 빠르게 해결해야 할지 학습되어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쉬이 자책하고 우울해지지 않는 멘털이 겸비되어 있어야 힘으로서 활용할 수 있다.


5) 대인관계 능력 부족 VS 인간에 대한 높은 통찰력과 공감능력

ADHD가 인간관계에 많은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주변의 ADHD 사례를 볼 필요도 없다. 이 글을 쓰는 나 조차도 고1 때까지 친구 한 명 없이 살았다. 하지만 이는 도리어 높은 공감 능력과 관대함을 갖게 하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본인이 힘들게 살아보았기 때문에, 내 의지대로 행동하고 말할 수 없음을 인생을 통해 깨달은 사람들의 힘이다.

기분 나쁠 정도로 정확한 직관력도 ADHD가 가진 기질 중 하나다. 세부적인 내용과 디테일에 신경 쓰지 못하는 대신 넓게 보고 바로 알아차리는 통찰력이 발달한 것이다.


*ADHD의 모순적 경향 5가지 목록은 ADHD 2.0의 내용을 그대로 가져왔고, 그 아래 설명은 제가 직접 작성하였습니다.

*ADHD 2.0은 여태껏 내가 읽어본 ADHD 관련 책 중에서 가장 인상 깊고 혁신적이었습니다. ADHD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볼 것을 강력 추천합니다.

<참고서적>

ADHD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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